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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6/04 20:27:42
Name   알탈
Subject   대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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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 당시 약사회 대관 업무 부서를 가까이 할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김상희 의원, 전혜숙 의원 등이 있었고 자한당, 국민당에 비해 약사회에 호의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자한당은 윤석열 이전까지 그랬듯 상대적으로 의협에 호의적이었고, 국민당은 대선후보가 의사 출신인 안철수였죠. 당시 분위기는 문재인의 당선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라 약사회에서도 굳이 자한당/국민당과 꾸준히 접촉해야 하냐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대관 업무 오래하신 모 원로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권 바뀌면 약사 안할꺼야? 5년 뒤에 홍준표 안철수가 대통령 안된다는 보장이 있어?"

물론 그 둘은 대통령이 되지 못했지만, 어린 저에겐 그 때의 말이 큰 충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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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이 되면서 투표권을 행사하고, 정치에 관심을 갖습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사람들은 당연히 사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게 되고, 이를 악화시키는 세력들에게 분노하게 됩니다. 60~70대가 젊은 시절엔 북한과 레드팀이 분노의 대상이었고, 40~50대가 젊은 시절엔 군부독재세력이 분노의 대상이었죠. 20대와 30대에겐? 언론에서는 20~30대 남성이 하나로 묶이고 한 가지 정치 철학을 공유하는 것처럼 다루어지지만 저는 2030남성이 2010년대 초중반을 기준으로 둘로 명확히 나눠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박근혜 시절 정치를 접한 남자들과 문재인 이후 정치를 접한 남자들로 말이죠.
제가 대학생이었던 때에는 이명박 정부가 악의 대명사였습니다. 노무현의 사망과 별개로 미국 소고기 수입과 과잉 진압으로 임기를 시작했고, 임기 중에도 딱히 젊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을만한 정책을 펴지 않았습니다. 박근혜는 말을 더 할 필요도 없겠죠. 그래서 이명박 - 박근혜 시절 성인이 되었던 90년대 초반 출생 남자들에게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습니다.
그 이후의 세대에게는 국힘이 사고 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부터 끝까지 레임덕이 없었고, 여당이 다수당인데에다가 국힘은 자중지란을 겪고 있었죠. 이러한 상황에서 갓 성인이 된 남성들에게 가장 큰 갈등은 성별 갈등과 경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90년대 중반 부터 태어난 세대는 그 전과 사고방식이 다릅니다.
90년대 중반 이후 출생 남자들은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이 그들을 무시하고, 차별했다고 주장합니다. 군대 문제도 그렇고, 여대 약대 정원 문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죠.
(참고로 저는 여자들도 4주 기초 훈련은 이수하고, 여대 약대는 모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젊은 남성의 권리에 집중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습니다. 여성 인권 신장 운동은 80년대에 시작했고 민주화와 동시에 의미 있는 규모의 정치세력이 되었지만, 남성 인권 신장 운동은 2000년대 후반에 시작했고 그 수준도 지리멸렬 했으니까요. 남성연대 같은 경우가 있었는데 뭐 얘기할 거리도 안되고...이러한 상황에서 젊은 남성들의 대변자로 나타난게 바로 국민의힘의 이준석입니다. 이준석은 60~70대 중심의 국민의힘에서 소외되고 있던 젊은 남성을 대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당대표 시절 대선을 승리하면서 기반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이준석에 대한 비판은 너무 많이 해서 여기에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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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이 당선되면 20~30 남성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국회 3석짜리 여당을 가진 이준석 대통령이 정말로 20~30 남성들을 위한 구세주가 될 수 있었을까요? 30대 중반의 남성으로써, 20~30 남성들이 어떻게 했어야 했나 돌이켜보면 자꾸 그 옛날의 원로 약사님 말이 생각납니다.
20~30 남성들이 고립된 이유는 민주당이 그들을 갈라쳐서도 아니고, 나라가 거대한 한녀이기 때문도 아닙니다. 20~30 남성들이 개혁신당 외의 정당들, 즉 297명의 국회의원들에게 소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설령 개혁신당을 지지한다 하더라도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을 악마화 하고 욕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정치인들에게 20~30 남성들이 언제든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을 지지할 수 있다는 인식만 심어주었다면 이재명이나 김문수가 젊은 남성들을 위한 공약 한 두개쯤은 더 내보였을겁니다. '어차피 우리 안뽑을거잖아' 혹은 '어차피 우리 뽑을거잖아'라는 인식이 생겨버리면, 아무도 그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지 않을 겁니다. 이준석 공약 중에 20~30 남성들을 위한 공약이 몇이나 됬습니까? 반대로 반민주당적인 입장을 강하게 보이다가 윤석열에게 뒤통수 맞은 의협의 사례도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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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민 통합이 허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가 건강해지려면 광장에서 여러가지 다른 목소리가 나와야 하고, 그 안에서 좋은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지지층을 고립시켜버린 이준석을 혐오하고, 이준석에게 매몰되어 다른 정당으로부터 스스로 포위되버린 20~30 남성들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대선 이겼다고 해서 이민갈 거 아니잖아요?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정권 잡아도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면, 적어도 "우리가 뽑아줄 테니 우리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봐라"라는 어필은 해야하지 않을까요? 뭐 오랫동안 무시당했기 때문에 믿지 않는다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개혁신당 외의 Plan B는 생각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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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전양면을 누구보다 욕하지만 화전양면이 인생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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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죠.
    포괄임금제만 없애주면 김문수 뽑았을듯 ㄷㄷ
    제가 또래 평균 성향과 많이 다른 이유와도 맞닿아 있는 듯 하네요
    정치를 처음 본 게 2012 고1때라서...
    방사능홍차
    [이명박 - 박근혜 시절 성인이 되었던 90년대 초반 출생 남자들에게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습니다.]
    저도 비슷한 맥락으로 18년 이전까지는 대학생들 진보 계열 지지가 보수지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합니다.
    딱히 체감 안하신 분들은 인정하시기 어렵지만요.
    당근매니아
    이제 머리 굵어지고 세상이 맘에 안들기 시작한 시점에 정권을 걔네가 잡고 있었던 거죠. 폭풍노도인데 함 맞자.
    거기서 사실 한발자국 더 나아가려면 정치사를 봐야하고, 굵직한 이벤트들을 다시 훑어봐야 하는데, 그 대신 밈만 소비하면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박근혜 탄핵 때부터 정치 본 놈들]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죠.
    저도 박근혜 탄핵 때부터 정치 본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황당할 때가...
    정말놀라운가격
    가장 대접 받기 쉬운 포지션이 지능적 스윙보터라면 가장 소외되기 쉬운 포지션이 양당 다 썩었네 똑같네 하며 쿨한척하는 시니컬중도랄까요. 이 둘은 한끗차이같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죠.
    어릴 땐 그런 쿨함에 취해본적 누구나 있을 것이고 그래서 이해가 됩니다. 다만 세월의 경륜을 타고 그런 도파민에서 스스로 벗어나는건 각자의 ‘수준‘순에 달려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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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래디에이터
    2030남성이 주도적으로 버린건지
    2030남성이 버림 받아서 갈데가 없는건지
    시작은 버림 받았고 이후엔 버린거죠.
    글쎄요, 많이 퍼줬는데 암튼 안찍어주니 그만 퍼준거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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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살로문과인
    2030이 국힘이나 민주당을 안밀어줬었다고요?
    오세훈 보궐선거만 봐도 그건 아닐거라고 봅니다
    뽑히자 마자 스윗해지는걸 보고선 집어치운거죠
    오세훈 보궐때 20대 남성 지지율이 70대 남성 지지율보다 높았던거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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