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베르나 소개
오늘은 아그리콜라 ( https://kongcha.net/pb/pb.php?id=free&no=7533&category=23 ) 시리즈의 작가 우베 로젠버그가 2013년에 발표한 게임, "카베르나 : 동굴의 농부들" (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102794/caverna-cave-farmers )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카베르나는 기존 아그리콜라의 시스템에서 운에 의존하는 요소였던 직업카드 및 보조설비를 없애고, 모든 플레이어가 설비 덱을 공유하므로서 플레이어의 선택을 보다 강조하도록 디자인 되었습니다. 또한 기존의 아그리콜라가 가족을 먹이는 것에 대한 빡빡함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렸다면, 카베르나는 이 음식 먹이기 단계를 보다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여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부담감도 가벼워졌습니다.
카베르나의 긱 순위는 현재 13위이며, weight 3.78/5 로 의외로 무거운 게임입니다. 게임 자체의 룰이 복잡한 것 보다는 엔진 빌딩을 하기 위해 머리를 많이 써야 해서 무게가 무겁게 책정된 것 같습니다. 특이점으로 플레이 인원이 1~7 명입니다. (최적 인원 4명) 물론 7명이 번잡하게 게임하는 것이 별로일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면 무거운 유럽식 보드게임을 파티 게임처럼 여러 사람이 할 수 있게 디자인 한 점은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평균 플레이 시간이 사람 1명당 30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7명이 플레이 할 경우 플레이 시간은 대략 3시간 반입니다. 후덜덜;;
카베르나의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아그리콜라와 동일합니다. 빈 타일을 개척하면서 밭과 우리, 그리고 동굴 시설을 건설하고, 밭에는 농작물을 기르고 우리에서는 동물을 기릅니다. 점수 계산 방법 및 수확에 대한 규칙 또한 아그리콜라와 거의 흡사합니다. 카베르나의 시스템은 아그리콜라 시리즈의 가벼운 버전인 "아그리콜라 패밀리" (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205418/agricola-family-edition )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 개봉하면서
카베르나의 한글화는 코리아 보드게임즈 ( http://koreaboardgames.com )에서 담당하였지만, 박스당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가격에 구매를 원하는 보드게임 팬들도 적어 소수만 생산, 판매한 뒤 재 생산을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밀봉된 중고가 프리미엄이 붙어 16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것을 확인했구요, 저는 중고 업어왔습니다. ㅠㅠ
카베르나의 컴포넌트는 가족 말은 아그리콜라 구판의 원형 토큰이지만, 나머지 컴포넌트들은 아그리콜라 신판의 컴포넌트들과 디자인이 같습니다. 그리고 크기는 좀 더 큽니다.
* 최대 7인 플레이가 가능한 색깔별 나무 마커 ('무기' 종이 토큰을 올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미플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네 가지 자원 (나무, 석재, 광석, 루비)과 두 가지 농작물 (곡식, 채소), 다섯 가지 종류의 동물 (개, 양, 당나귀, 멧돼지, 소) 등의 나무 컴포넌트
* 금화, 무기, 식량 등을 표현하는 하드보드지 컴포넌트
* 하드보드지로 된 다양한 설비 타일
기본적으로 아그리콜라보다 사이즈가 큰 부품들인데에다가, 7인용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부품은 제법 묵직합니다. 미플이 아닌 원형 나무 마커를 쓰고 있는 점이 아쉬울 수도 있으나 무기 마커를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지 않는 이상 미플을 쓰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카베르나의 가족 말들은 드워프가 컨셉이기에 드워프 모양으로 만들면 안 되나? 싶었지만 확장팩은 다른 종족들이 등장해서 어려울 것 같구요. 전반적으로 부품에서는 흠 잡을 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품 : 5/5
3. 튜토리얼 플레이
카베르나는 초보자들을 위해, 여러 설비 타일들 중 게임의 시스템을 익히기에 적합한 일부 설비 타일들만으로 진행하는 초보자용 규칙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그리콜라와 비교했을 때 수확이 일어나는 시기가 무작위라, 그 라운드가 닥쳤을 때 유저의 선택이 보다 중요합니다. 대신 아그리콜라에서 2주기 (5~7 라운드) 에 공개되는 가족 늘리기가 카베르나에서는 4라운드에서 확정적으로 공개됩니다. 때문에 가족을 늘리는 것에 대해 좀더 계획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아그리콜라와의 많은 유사점 덕분에 입문하는 난이도는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보드게임 긱의 난이도와 별개로, 직관성은 아그리콜라 개정판 (2016) 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또한 최근의 추세에 편승해서인지, 언어적인 요소가 상당히 줄어든 편입니다.
직관성 : 4/5
4. 플레이를 하면서
아그리콜라와 유사하면서도 "드워프 가족의 농축 생활"의 테마를 살리기 위해서, 아그리콜라는 동굴에 건설하는 광석 광산과 루비 광산의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광석은 1차적으로는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재료이며, 다른 특수 기능이 있는 설비 타일을 통해 부가적인 기능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루비는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에서 쉽게 접하는 캐쉬템과 같은 기능을 합니다. 만능으로서의 역할이 있으며 자원 자체가 갖고 있는 점수도 높습니다. 플레이 인원이 많다 보니 자신이 하려 했던 행동을 다른 사람이 선점했을 경우 조커 플레이가 가능하게 합니다.
동굴의 드워프 가족이라는 테마는 조금 신선했지만, 결국 이 게임의 큰 틀은 아그리콜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전반적인 게임 시스템 안에서 드워프라는 테마를 좀 더 강조할 수 있는 보다 참신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같은 농사 짓기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아그리콜라와 뤄양의 사람들은 시스템이 천지차이인데, 카베르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을까요? ㅠㅠ
테마 : 4/5
성취감에 있어서만큼은, 카베르나가 아그리콜라에 뒤지지 않다고 봅니다. 아그리콜라가 나무 컴포넌트를 통한 우리의 확장과 방 및 밭 타일로 가족이 발전하는 모습을 드러내보인다면, 카베르나는 하드보드 타일 위에 또 다시 다른 타일을 이중, 삼중으로 배치함으로서 보다 입체적인 경관을 만들어 냅니다. 큼직한 컴포넌트와 다양한 색감의 설비 타일들도 인상적입니다. 시스템이 유사할 지언정, 개인이 느끼는 성취감 마저 유사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성취감 : 5/5
다만 이 게임의 가장 아쉬운 점은 볼륨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공통된 타일 덱에서 (일반적인 방을 제외하면) 하나 뿐인 설비 타일을 선취할 경우 다른 사람들이 다른 방향으로 빌딩을 돌려야 하는데, 설비들은 고정적이다 보니 게임 플레이를 반복해 나가다 보면 결국 최적화된 설비 빌딩 공식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아그리콜라의 경우 카드의 랜덤성, 혹은 드래프트를 통한 유저들의 선택 경쟁을 지원하는 반면에 아그리콜라는 반복되는 게임 안에서의 볼륨 확보에 아쉬움을 보입니다. 물론 기본 설비 타일들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저번에는 이러한 빌딩을 했으니 이번엔 다른 방향으로 빌딩하겠어' 라고 생각하는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결국 사람들이 선취하려 하는 설비의 범위는 보다 좁을 수 밖에 없습니다.
볼륨 : 3/5
5. 게임을 마치고
아무래도 비슷한 시스템을 가진 작가의 전작 아그리콜라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지만,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는 크게 흠잡을 곳이 없었습니다. 특히 컴포넌트의 시각적인 화려함은 오히려 아그리콜라보다 보는 맛이 있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빨리 최적화 된다' 라며 볼륨을 아쉬워 하는 분들도 게임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는 아그리콜라보다 카베르나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도 많았구요. 어떤 분은 "초등학생 자녀와 아직 아그리콜라는 못 했지만 카베르나는 할 수 있다." 라는 평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디자인 : 5/5
6. 총점 : 9/10
전반적으로 아그리콜라의 사촌이지만 홀로서기에 성공한 스핀오프 같은 느낌의 게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뤄양처럼 아예 테마만 유사할 뿐 다른 시스템을 가진 무언가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뤄양의 난잡한 게임 시스템을 겪어보면 또 그런 말이 쑥 들어가죠. ㅠㅠ 올해 안에 다른 종족으로 플레이 할 수 있는 확장팩이 나온다고 하니 부족한 볼륨에 대한 문제는 확장팩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드네요.
우베 로젠버그의 또 다른 수작, 카베르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