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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4/12/28 21:09:59 |
Name | sisyphus |
Subject | 밀란 쿤데라가 보는 탄핵정국 |
다만 그것은 역사의 변화하는 정신에 지극히 통속적으로 자신을 맞추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런 점을 깨닫지도 못한다. 결국 그들은 언제나 똑같은 사람으로 머문다. 자신들이 속한 사회 안에서 언제나 생각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서, 언제나 현실 속에 머문다. 그들은 그들 자아의 어떤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휩쓸리기 위해 변하며, 이 변화는 그들을 변하지 않고 남을 수 있게 해 준다. 나는 이를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다. 그들은 생각을 바꾸는 보이지 않는 법정의 뜻에 맞도록 자신들의 생각을 바꾼다고 말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변화는 그 법정이 내일 진실이라고 선언할 것에 거는 도박과 다르지 않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보낸 나의 젊은 시절을 생각해 본다. 처음에 공산주의에 매혹되었다가 빠져나온 우리는 공식 강령에 대항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용기 있는 행위로 느꼈다. 우리는 신자들의 박해에 항의했고, 추방된 현대 예술을 옹호했고, 허튼 선전에 이의를 제기했으며, 러시아에 대한 우리 의존을 비판했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대단치는 않으나 그래도 뭔가 위험을 감수했으며 이 (작은) 위험은 우리에게 쾌적한 도덕적 만족감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끔찍한 생각 하나가 나의 뇌리에 떠올랐다. 만약 이 항거들이 어떤 내면의 자유, 어떤 용기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늘 속에서 진즉부터 자신의 재판을 준비해 오던 또 다른 법정의 환심을 사려는 욕구에 따른 거라면? - 배신당한 유언들 정치와 키치의 관계, 그리고 심판관이 되고 싶다는 욕구 참으로 날카롭네요. 역사적 농담 속에 휩쓸리는 것이 인간의 삶일까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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