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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8/20 10:22:05 |
Name | 리틀미 |
Subject | 유게에 올라왔던 만화를 보고 |
[혐오주의]라고 쓰니까 어감이 이상한데 강력한 패러디로 불쾌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유게에서는 지워졌고 타임라인에 감상을 썼다가 길어져서 옮겼어요. http://m.dcinside.com/view.php?id=sphero&no=442266 유게에 올라온 만화의 원출처는 디씨였네요. 진작에 그랬어야 됐는데 이제야 메갈리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인터넷 서브컬쳐의 범주에서 생각해야 했던 거였지요. 일베는 컨텐츠 생산자 입장이라면 메갈리아는 컨텐츠 소재가 되고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 무슨 상관이겠어요. 저 만화에 나오는 패러디를 다 알고 있으면서 메갈리아 얘기를 지겹다고 생각한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저는 만화를 보고 좀 거부감이 들었는데 이건 일종의 정치적 혐오감일 겁니다. 메갈리아를 엄청나게 비하하는 만화인데도 메갈리아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는 어려울 거에요. 일베나 메갈리아에 정치적 혐오감을 느낄 사람이면 이런 종류의 패러디도 좋아하긴 어렵겠죠. 저도 이런 게 몸에 받는 타입은 아니라서 일베도 메갈리아도 싫은데... 저는 인터넷에서 활동할 만한 성격이 못되나봐요. 마지막으로 깨알 같은 패러디도 대단하지만 매드 맥스를 선택한 작가의 감각에 크게 탄복합니다. 매드 맥스를 여자친구랑 같이 봤는데 엄청 싫어했어요. 저는 그냥 별 주제의식은 없는 액션영화라고 생각하고 페미니즘 영화냐 아니냐 싸우는 건 개소리 같다라고 했는데요. 여자친구는 페미니즘 영화를 표방하는 척하면서 노골적으로 마초이즘을 드러내는 이중성이 짜증났고 원래 액션 영화는 정신 없어서 싫다고... 매드 맥스가 갖고 있는 이런 페미니즘과 관련된 논쟁적 요소를 드러내는 것 자체로 인용과 해석을 동시에 하다니... 작가의 감각이 실로 엄청납니다. 이 글을 쓰는 사이에 유게에서 지워졌는데요. 삭제할 만한 기준이냐를 놓고 보면 기준에 해당할 수도 있고 형평성에 안 맞을 수도 있고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고요. 그래도 지워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중간에 정치적 혐오감 이야기에서 말한 이유로 여기서 받아 들여질 만한 만화는 아니었지요. 저는 진영 논리나 편가르기 같은 걸 생각했는데 그거보단 더 깊고 원초적 차원의 감정이었어요. 진영 논리는 정치적 혐오감의 구성물 중 하나일 뿐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죠. 물론 누군가에게 패싸움은 무엇보다도 신나는 일이지만.... 아마 1년 전과 지금 메갈리아에 대한 이야기나 생각들이 달라진 이유도 정치적 혐오감의 정도가 달라졌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도 쓰잘데기 없는 깨달음들을 얻어 가네요. 공부해야 되는데... 결론은 인터넷을 그만해야 겠어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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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불편하긴 했어요; 제가 패러디를 다 이해를 못해서 그런가 메갈이 씹고 뜯고 즐기고 혐오할 거리만 더 만들어준 것 같았거든요..
저도 매드맥스가 페미니즘 영화까지는 아닌것 같아요. 퓨리오사 같이 강렬한 여성캐릭터가 헐리웃에 잘 없기도 하고 또 맥스와 퓨리오사가 로맨스 없이 동등한 동료로서 성장하고 도와주는 모습이 흔하지 않아서 신선하긴 했지만 (그리고 제가 액션영화를 엄청 좋아하는지라 더더욱 좋았던거지) 페미니즘? 까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퓨리오사 같은 캐릭터가 나오고 흥하는 현상 자체가 페미니즘에 도움이 된다~" 정도지 "매드맥스=페미니스트 영화" 는 아닌 것 같아요.
저도 매드맥스가 페미니즘 영화까지는 아닌것 같아요. 퓨리오사 같이 강렬한 여성캐릭터가 헐리웃에 잘 없기도 하고 또 맥스와 퓨리오사가 로맨스 없이 동등한 동료로서 성장하고 도와주는 모습이 흔하지 않아서 신선하긴 했지만 (그리고 제가 액션영화를 엄청 좋아하는지라 더더욱 좋았던거지) 페미니즘? 까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퓨리오사 같은 캐릭터가 나오고 흥하는 현상 자체가 페미니즘에 도움이 된다~" 정도지 "매드맥스=페미니스트 영화" 는 아닌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또 어떤 등신같은 여성혐오꾼이 등신같은 만화를 그렸나 보자...' 하고 봤는데요, 몇 컷 보고 났더니 ㅋㅋ 아 끕이 다르구나... 그냥 대놓고 pc함 같은 건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채로 그렸는데 오히려 메갈리안들의 묘사는 너무 정성스럽고 쓸고퀄에 애정이 넘쳐흐르기까지 하더군요. 메갈 언니랑 여동생 설정도 좋았고 분홍 머리띠나 티셔츠 소재도 넘 귀엽고 그랬어요. 벡텔 테스트 같은 걸 돌리면 100점이 나올 것이고 완벽하게 여성의 주체성을 그린 작품이죠. 어떤 작가인지 되게 궁금하더라고요. 오히려 너무나 무력한 남성들에 대한 묘사가 남성 독자들의 반감을 사지 않을까 싶기도.
페미니스트영화가 무슨 대단한 게 아니고 어떤 젠더의 등장이나 성질이 신박하다 싶으면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있다고 봐줄 수 있을 거예요. 바로 [퓨리오사 같이 강렬한 여성캐릭터가 헐리웃에 잘 없기도 하고 또 맥스와 퓨리오사가 로맨스 없이 동등한 동료로서 성장하고 도와주는 모습이 흔하지 않아서 신선] 이게 페미니즘적 요소가 있는 것!
NPR에 중국인 수영동메달리스트가 나왔는데 정신없이 헤엄치고 나서 자신이 동메달주자란 걸 알게 된 순간 세상이 제것인 듯 기뻐했죠. 이 유쾌한 수영선수가 희열에 차서... 더 보기
NPR에 중국인 수영동메달리스트가 나왔는데 정신없이 헤엄치고 나서 자신이 동메달주자란 걸 알게 된 순간 세상이 제것인 듯 기뻐했죠. 이 유쾌한 수영선수가 희열에 차서... 더 보기
페미니스트영화가 무슨 대단한 게 아니고 어떤 젠더의 등장이나 성질이 신박하다 싶으면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있다고 봐줄 수 있을 거예요. 바로 [퓨리오사 같이 강렬한 여성캐릭터가 헐리웃에 잘 없기도 하고 또 맥스와 퓨리오사가 로맨스 없이 동등한 동료로서 성장하고 도와주는 모습이 흔하지 않아서 신선] 이게 페미니즘적 요소가 있는 것!
NPR에 중국인 수영동메달리스트가 나왔는데 정신없이 헤엄치고 나서 자신이 동메달주자란 걸 알게 된 순간 세상이 제것인 듯 기뻐했죠. 이 유쾌한 수영선수가 희열에 차서 인터뷰를 하는 중에 '저번 주가 생리기간이었어서 피곤하고 힘들었거든요!'란 말을 해요. 선수의 이 멘트가 중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어요. 생리에 대한 언급은 공중파방송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일상용어가 아니고 터부시되거나 too much information으로 간주되는 말인데 중국은 특히 심해요. 그녀의 천진난만한 생리멘트가 사람들에게 그런 '신박한 느낌'을 준 거예요. 이걸 NPR에서 페미니즘요소가 들어간 멘트라고 가볍게 얘기했죠. 잔잔하면서 유쾌하고 재미있는 뉴스였어요.
NPR에 중국인 수영동메달리스트가 나왔는데 정신없이 헤엄치고 나서 자신이 동메달주자란 걸 알게 된 순간 세상이 제것인 듯 기뻐했죠. 이 유쾌한 수영선수가 희열에 차서 인터뷰를 하는 중에 '저번 주가 생리기간이었어서 피곤하고 힘들었거든요!'란 말을 해요. 선수의 이 멘트가 중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어요. 생리에 대한 언급은 공중파방송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일상용어가 아니고 터부시되거나 too much information으로 간주되는 말인데 중국은 특히 심해요. 그녀의 천진난만한 생리멘트가 사람들에게 그런 '신박한 느낌'을 준 거예요. 이걸 NPR에서 페미니즘요소가 들어간 멘트라고 가볍게 얘기했죠. 잔잔하면서 유쾌하고 재미있는 뉴스였어요.
아 저는 "페미니스트 영화 = 페미니즘을 주제로, 페미니즘을 알리려 만든 영화" 라고 정의하고 매드맥스는 페미니즘으로 볼수 있는 요소 정도만 조미료로 뿌린 영화(?) 라고 생각해서 한 소리였는데, 눈부심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이란게 딱 확실히 정해진 뜻이 아직은 없고 저마다 정의도 달라서 그런 것 같네요. 주재료가 아니고 조미료정도라도 페미니즘이 들어간건 맞죠! 꼭 "이게 페미니즘이다~ 내가 페미니즘을 알리는 페미니스트다!!" 이런 고의성을 갖지 않아도 페미니즘일 수 있는거라고 말씀하시는거 맞죠? ㅎㅎ 암튼 아오 헷갈립니다 진짜 ㅠㅠ.. 거기다 메갈이 더 흙탕물을 만들어놔서 뭐 구분짓기도 조심스럽고요 ㅠㅠ
매드맥스가 페미니즘만 말할 것은 아닌 영화인지라 굳이 페미니즘 이론적으로만 감상할 필요야 없지만 페미니즘이 부수적인 영화는 아니죠. 적어도 <샤이닝>이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에 대한 영화라는 것 정도로는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갈등 구도부터가 '땅을 정복하고 여자를 강간하며 생육하고 번성하는 돌격대스러운 파쇼 군대'를 아기를 잉태하고 종자를 긁어모은 산모와 할매들이 작살내는 거니까요. 대충 봐도 지극히 녹색당스러운 구도죠. 임모탄 조는 그야말로 남성 질서의 전형이고요. 출애굽기의 파라오와 대응되고, 그 유명한 징기스칸의 징기스칸의 가사와도 맞닿죠. 징기스칸 뮤비에 출연해도 ... 더 보기
일단 갈등 구도부터가 '땅을 정복하고 여자를 강간하며 생육하고 번성하는 돌격대스러운 파쇼 군대'를 아기를 잉태하고 종자를 긁어모은 산모와 할매들이 작살내는 거니까요. 대충 봐도 지극히 녹색당스러운 구도죠. 임모탄 조는 그야말로 남성 질서의 전형이고요. 출애굽기의 파라오와 대응되고, 그 유명한 징기스칸의 징기스칸의 가사와도 맞닿죠. 징기스칸 뮤비에 출연해도 ... 더 보기
매드맥스가 페미니즘만 말할 것은 아닌 영화인지라 굳이 페미니즘 이론적으로만 감상할 필요야 없지만 페미니즘이 부수적인 영화는 아니죠. 적어도 <샤이닝>이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에 대한 영화라는 것 정도로는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갈등 구도부터가 '땅을 정복하고 여자를 강간하며 생육하고 번성하는 돌격대스러운 파쇼 군대'를 아기를 잉태하고 종자를 긁어모은 산모와 할매들이 작살내는 거니까요. 대충 봐도 지극히 녹색당스러운 구도죠. 임모탄 조는 그야말로 남성 질서의 전형이고요. 출애굽기의 파라오와 대응되고, 그 유명한 징기스칸의 징기스칸의 가사와도 맞닿죠. 징기스칸 뮤비에 출연해도 무방할 정도.
https://youtu.be/1SsqKUIXXMA
'어차피 인생은 짧지않느냐...그는 마음에 드는 여자를 모조리 텐트로 끌고갔고. 후! 하! 후! 하! 그 후 그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는 세상에 없었다나. 후! 하! 후! 하! 그는 하루밤에 일곱명의 아이를 잉태시켰고, 적이라 하는 존재는 그에게 웃음거리에 불과했다.'
게다가 중간중간 등장하는 미장센들이 이러한 테마가 겉치레가 아니라는 듯 필연성을 부여하고요. 퓨리 로드 세계는 사멸의 땅입니다. 대부분의 이들이 유전자가 오염된 터라 원폭 맞고 맛탱이 간 맨발의 겐 같은 '워보이'들만 출산되고, 짧디 짧은 인생을 타고난 그네들은 독재자를 위한 성전聖戰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초개처럼 희생시키면서 발할라에서의 영생을 열망하죠. 대승적 이데올로기에 생명을 바쳐 역사에 이름을 남겨 길이 기억되고자 하는 욕망만큼 남성적인 것이 또 어디있겠습니까. 이는 워보이 전사가 'Witness Me!'를 외치며 자살 테러를 하는 컷에서 강렬하게 제시되죠. 여기에 '물'은 시타델에서 임모탄이 독점하고 있고, 그가 마치 신력을 베푼다는 듯이 권위를 과시하며 아쿠아콜라를 배급하는 것을 카메라로 힘주어 강조합니다. 즉, 이 남성조직은 '죽음'과 '파괴'로써만 유지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시각적으로 제시되는 것입니다. 마치 이집트에 장자의 죽음이라는 재앙을 내린 절멸의 천사가 세상을 지배하는 듯한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여성들은 '생명'을 대변하며 스크린에 존재감을 어필하지요. 실제로 이 세계에서 여성들의 '모유'는 영생수처럼 간주됩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는 것이 산모 파티죠. 그런데 그네들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가듯 '녹색의 땅'을 향해 도주를 해버립니다. 이쯤되면 출산 파업이고 생명 파업이죠. 게다가 이 산모 파티들이 맥가놈을 처음 만나는 씬에서 그네들은 '정조대'를 끊어내며 태중의 '생명'을 과시하며 '생명수'로 몸을 씻는데, 상당히 노골적으로 이미지를 전시하지요. 그 직전에 광야와 불기둥과 구름기둥 속에서 인명이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마초적이고 말초적인 카 체이스가 10분 이상 전개되며 관객을 압도했던 것을 상기하면 의미심장합니다. 그렇게 순장과 출산이 대립하고 전쟁과 평화가 대립하고 남성과 여성이 대립하며 죽음과 생명이 대립하지요. '시각적'으로요.
또한, 아리따운 젊은 여우들로 구성된 산모 파티는 자칫 섹스어필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고, 개인차원에서 여성적 특성이 거세되어 탈성화된 듯 묘사되는 전사 퓨리오사도 성정치적 올바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각각 따로 떼어놓고 보면 전혀 여성주의적일 것이 없지요. 하지만 이들이 결속함으로써 의미가 달라집니다. 이들을 결합시키는 제1근거는 결국 그네들이 여성이고 곧 생명이라는 점이니까요. 여기에 녹색 대지를 열망하며 종자들을 평생 모아온 부발리니 할매들까지 더해지고요. 여성들을 진짜 여성으로 만드는 것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성정체성이라는 공통분모에 의해 하나될 때라는 것이죠. (이에 대해서는 일전에도 길게 이야기한 바가 있어 링크로 매듭짓습니다. http://redtea.kr/?b=3&n=1620&c=23399 )
물론 이 영화가 서사 전개의 완결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영화는 아니고, 허술한 구석이 있으며, 액션이 부각되므로, 메시지는 명분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물, 씨앗, 모유, 임복妊腹과 같은 시각적 장치들을 굉장히 적나라하게 강조하고, 그것이 인물 간의 갈등 구도와 호응하지요. 이 정도면 페미니즘은 단순한 장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서사매체가 아니라 시각매체고 미술이니까요.
사실, 산모 파티에 맥가놈하고 눅가놈이 합류해서 그렇지, 그 둘 빼고 보면 이 영화가 남혐 영화라고 호도되었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뭐 거칠게 말하자면 맥가는 갓치남이고 눅가는 탈치남이라고 퉁쳐도 되는 문제고. 헛소리겠지만 성재기나 워마디언 같은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을지도 모르고 그런 사람들은 세상에 적지 않죠.
일단 갈등 구도부터가 '땅을 정복하고 여자를 강간하며 생육하고 번성하는 돌격대스러운 파쇼 군대'를 아기를 잉태하고 종자를 긁어모은 산모와 할매들이 작살내는 거니까요. 대충 봐도 지극히 녹색당스러운 구도죠. 임모탄 조는 그야말로 남성 질서의 전형이고요. 출애굽기의 파라오와 대응되고, 그 유명한 징기스칸의 징기스칸의 가사와도 맞닿죠. 징기스칸 뮤비에 출연해도 무방할 정도.
https://youtu.be/1SsqKUIXXMA
Dschinghis Khan - Dschinghis Khan (1979) [1080p]
'어차피 인생은 짧지않느냐...그는 마음에 드는 여자를 모조리 텐트로 끌고갔고. 후! 하! 후! 하! 그 후 그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는 세상에 없었다나. 후! 하! 후! 하! 그는 하루밤에 일곱명의 아이를 잉태시켰고, 적이라 하는 존재는 그에게 웃음거리에 불과했다.'
게다가 중간중간 등장하는 미장센들이 이러한 테마가 겉치레가 아니라는 듯 필연성을 부여하고요. 퓨리 로드 세계는 사멸의 땅입니다. 대부분의 이들이 유전자가 오염된 터라 원폭 맞고 맛탱이 간 맨발의 겐 같은 '워보이'들만 출산되고, 짧디 짧은 인생을 타고난 그네들은 독재자를 위한 성전聖戰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초개처럼 희생시키면서 발할라에서의 영생을 열망하죠. 대승적 이데올로기에 생명을 바쳐 역사에 이름을 남겨 길이 기억되고자 하는 욕망만큼 남성적인 것이 또 어디있겠습니까. 이는 워보이 전사가 'Witness Me!'를 외치며 자살 테러를 하는 컷에서 강렬하게 제시되죠. 여기에 '물'은 시타델에서 임모탄이 독점하고 있고, 그가 마치 신력을 베푼다는 듯이 권위를 과시하며 아쿠아콜라를 배급하는 것을 카메라로 힘주어 강조합니다. 즉, 이 남성조직은 '죽음'과 '파괴'로써만 유지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시각적으로 제시되는 것입니다. 마치 이집트에 장자의 죽음이라는 재앙을 내린 절멸의 천사가 세상을 지배하는 듯한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여성들은 '생명'을 대변하며 스크린에 존재감을 어필하지요. 실제로 이 세계에서 여성들의 '모유'는 영생수처럼 간주됩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는 것이 산모 파티죠. 그런데 그네들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가듯 '녹색의 땅'을 향해 도주를 해버립니다. 이쯤되면 출산 파업이고 생명 파업이죠. 게다가 이 산모 파티들이 맥가놈을 처음 만나는 씬에서 그네들은 '정조대'를 끊어내며 태중의 '생명'을 과시하며 '생명수'로 몸을 씻는데, 상당히 노골적으로 이미지를 전시하지요. 그 직전에 광야와 불기둥과 구름기둥 속에서 인명이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마초적이고 말초적인 카 체이스가 10분 이상 전개되며 관객을 압도했던 것을 상기하면 의미심장합니다. 그렇게 순장과 출산이 대립하고 전쟁과 평화가 대립하고 남성과 여성이 대립하며 죽음과 생명이 대립하지요. '시각적'으로요.
또한, 아리따운 젊은 여우들로 구성된 산모 파티는 자칫 섹스어필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고, 개인차원에서 여성적 특성이 거세되어 탈성화된 듯 묘사되는 전사 퓨리오사도 성정치적 올바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각각 따로 떼어놓고 보면 전혀 여성주의적일 것이 없지요. 하지만 이들이 결속함으로써 의미가 달라집니다. 이들을 결합시키는 제1근거는 결국 그네들이 여성이고 곧 생명이라는 점이니까요. 여기에 녹색 대지를 열망하며 종자들을 평생 모아온 부발리니 할매들까지 더해지고요. 여성들을 진짜 여성으로 만드는 것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성정체성이라는 공통분모에 의해 하나될 때라는 것이죠. (이에 대해서는 일전에도 길게 이야기한 바가 있어 링크로 매듭짓습니다. http://redtea.kr/?b=3&n=1620&c=23399 )
물론 이 영화가 서사 전개의 완결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영화는 아니고, 허술한 구석이 있으며, 액션이 부각되므로, 메시지는 명분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물, 씨앗, 모유, 임복妊腹과 같은 시각적 장치들을 굉장히 적나라하게 강조하고, 그것이 인물 간의 갈등 구도와 호응하지요. 이 정도면 페미니즘은 단순한 장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서사매체가 아니라 시각매체고 미술이니까요.
사실, 산모 파티에 맥가놈하고 눅가놈이 합류해서 그렇지, 그 둘 빼고 보면 이 영화가 남혐 영화라고 호도되었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뭐 거칠게 말하자면 맥가는 갓치남이고 눅가는 탈치남이라고 퉁쳐도 되는 문제고. 헛소리겠지만 성재기나 워마디언 같은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을지도 모르고 그런 사람들은 세상에 적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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