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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4/15 13:05:17
Name   큐리스
Subject   평범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
넷플릭스에 블랙미러 새 시즌이 올라왔다고 해서 가볍게 시청을 시작했습니다.
워낙 독특한 상상력으로 현실을 꼬집는 시리즈라 이번엔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했죠.
그런데 시즌 7 첫 번째 에피소드, 'Common People'은 예상과 달리 마음을 좀 복잡하게 만들더군요.
저희 집은 아이가 셋입니다.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과 막내까지. 요즘 아이들 키우는 집들이 다 그렇겠지만,
영어, 수학 학원은 기본이고 예체능까지 더하면 교육비 부담이 상당합니다.

아내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초과 근무를 하는 날이 많고, 저는 퇴근 후 집안일과 아이들 돌보는 일로 저녁 시간을 보냅니다. 피로가 쌓이면 '이렇게 계속 살아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합니다.
부부 사이의 대화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안부 정도를 묻는 게 전부일 때가 많죠.
서로 지친 기색을 보면 굳이 말을 더 보탤 필요를 못 느끼기도 하고요.

시청을 하면서 제목만 보고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일 거라 짐작했죠.
내용은 의식을 잃은 아내를 디지털 세상에 복제해, 매달 구독료를 내며 '살아있는 것처럼' 유지하는 남편의 이야기였습니다.
구독 요금제에 따라 아내의 의식 수준이 달라지고, 저렴한 요금제에서는 광고 문구를 반복하는 모습은 쓴웃음을 짓게 만들더군요.

결국 디지털 아내가 남편에게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잠시 화면을 멈췄습니다. 마치 우리 집 상황을 들여다본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구독하는 시대'라는 설정이 더 이상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아이들 교육비, 대출 이자, 생활비, 보험료 등을 보면, 우리 삶도 어쩌면 여러 '정기결제'로 유지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며 다음 달의 결제를 준비하는 삶 같다고 할까요.

극 중 아내는 제대로 된 휴식 없이 광고 모드로 전환되고, 남편은 생계를 위해 자극적인 스트리밍에 참여합니다. 저도 요즘 블로그와 라이브 부업을 하는데 ㅋㅋㅋ ,그 모습이 회사와 가정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다하려 애쓰는 저희 부부의 모습과 겹쳐 보였습니다. 블랙미러가 그리는 디스토피아가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가끔은 아이들 학원을 줄이고 좀 더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보냈고, 내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블랙미러를 보고 나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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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iel Plainview
    https://youtu.be/zgP7Hsyiqbw?si=cQUMafYfedDzpnnj
    펄프(Pulp) - Common People (가사해석)


    이 노래가 생각나네요. (아마 의도하셨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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