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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4/16 02:52:46
Name   kaestro
Link #1   https://kaestro.github.io/%EA%B2%8C%EC%9E%84%EC%9D%B4%EC%95%BC%EA%B8%B0/2025/04/16/%ED%8D%BC%EC%8A%A4%ED%8A%B8-%EB%B2%84%EC%84%9C%EC%BB%A4-%EC%B9%B4%EC%9E%94-%EB%A6%AC%EB%B7%B0.html
Subject   퍼스트 버서커 카잔에는 기연이 없다 - 던파의 시선에서 본 소울라이크(1)

서문

인증샷

어제자로 퍼스트 버서커 카잔 엔딩을 봤습니다. 게임 자체는 꽤나 재밌게 하긴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액션 RPG AAA 게임으로써 이건 하자라고 봐야 할 만한 부분도 꽤나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게임이 아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문득, “이 게임은 왜 던파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더군요. 그리고 이 게임들의 많은 부분들은 결국 던전앤파이터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이자 동시에 던전앤파이터(이후부터는 던파로 줄여 사용하겠습니다)의 제작진이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던파는 온라인 rpg 게임이고, 이 때문에 가능한 많은 유저가 공평한 경험을 하도록 설계됩니다. 물론 무너진 밸런스를 통해 수요를 만드는 것이 많은 rpg 게임에서 사용하는 방식인 것은 사실이지만, 최소한 온라인 rpg 게임이 지키는 근간 중 하나는 ‘노력한 것에 어느 정도는 비례하게 강해진다’는 공식을 지켜준다는 점입니다.

또 던파는 특정 구간에서의 경험을 강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등러 어둠의 썬더랜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는 1차 전직을 아직 못한 상태에서만 플레이해야하고, 무기는 노강템만 사용해야하며, 아바타나 펫의 기능이 해금되는 등의 경험도 특정 구간을 진행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게임에서 학습해야할 것이 굉장히 많고, 학습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보단 장벽과 노동으로 받아들여질 때에 취하게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들을 기반으로, 퍼스트 버서커: 카잔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어차피, 이 게임이 어떤 점에서 액션성이 뛰어난지와 같은 이야기들은 이미 저보다 뛰어난 많은 분들께서 영상 자료를 첨부해서 만들어 주신 좋은 컨텐츠가 많으니까요.


기연이 없는 장비 파밍 구조

소울라이크는 소위 현 시대의 가장 어려운 게임을 나타내는 장르로 자리 잡아왔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정작 소울라이크의 현재 정점이라 부를 수 있을 프롬의 메가히트작 엘든링의 경우, 기본편의 엔딩을 본 유저가 전체 구매자의 약 40% 가까이 되며 히든 보스 중 고난이도로 악명을 떨친 말레니아 조차 36.8%나 되는 유저가 도전 과제를 달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반면 카잔의 경우 현재 엔딩을 본 유저는 고작 14.1% 밖에 되지 않습니다.

엘든링 도전과제

엘든링이 카잔에 비해 전투의 측면에서만 놓고 본다면 분명 쉽고, 더 친절한 게임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엘든링이 카잔보다 쉬운 게임이냐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엘든링의 필드는 카잔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있고,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는 수많은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는 미지의 세계를 헤쳐나가야 합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엘든링에서 그런 역경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지는데 반해, 개인적으로 카잔에서 퀘스트는 유비식 rpg 게임들이 으레 비난 받듯 지루하고 일로 느껴지는 반복 노동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 차이가 근본적으로 레벨 스케일링 방식의 파밍 시스템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구간이 평등한 난이도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레벨이 올라가면서 장비가 강해지는 이 시스템은 보상의 체감이 약해지는 결과를 낳기 쉽습니다. 이런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제가 개인적으로 즐겨보는 스트리머, 누구를 보여줘도 부끄러운 멀럭킹의 잘 만든 게임에 대한 의견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해당 영상의 핵심 내용은 잘 만들어진 게임의 핵심 요소 중에는 ‘플레이어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성장, 난이도, 컨텐츠라는 세 가지 요소를 적절하게 배합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두 글자로는 기연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엘든링은 게임을 하다보면 일견 치트처럼 보이는 무기나 전회들이 즐비해있는 게임입니다. 게임 초기에 밤불검이라 불리던 밤과 불꽃의 검이 그랬고, 서리밟기가 그랬습니다. 이처럼 엘든링에서는 맵을 탐험하다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마치 무협지에서 기연을 얻어 환골탈태를 하듯 어마어마한 성장을 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카잔에서 파밍 구조는 정직합니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맵에 있는 모든 요소를 샅샅이 뒤지면 생명력 회복량 +2%, 팬텀의 스킬이 해금되고, 스탯이 올라가고, 세트 아이템을 맞추고, 아이템에 좋은 옵션을 붙일 수 있습니다. 이런 성장 시스템은 온라인 rpg 게임에서 소위 내실이라 말하는 형태와 굉장히 맞닿아 있습니다.

레벨 스케일링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연이 없지만은 않습니다. 스카이림의 경우 에보니 블레이드와 솔리튜드 방패 등 다양한 아이템이 있고, 야숨의 경우 마스터 소드와 각종 신수 스킬 등이 있습니다. 이런 기연이 없이 단순히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세트의, 원하는 옵션이 붙은, 원하는 부위의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반복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아마 제가 글을 쓸 의욕이 꺾이지 않는다면, 이어서는 카잔의 스킬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해볼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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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시옷
    기연이란 단어 참 좋군요!
    (서리 밟기로 엘든링 깬 1인)
    kaestro
    그래도 아직 ai가 못하는 일은 이런거 같긴 합니다...ㅋㅋㅋ
    사이시옷
    저는 엘든링처럼 난이도는 어렵지만 '꼼수'가 있는 게임들을 좋아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게임에 대한 열정과 보람이 사라지는데
    꼼수가 있으면 은근히 복권 맞은 기분으로 즐겁고 쉽게 할 수 있고, 오히려 이런 좋은 기분이 나중에 꼼수 없이 게임에 도전할 계기를 만들어주더라고요.
    kaestro
    말씀대로 그런 것들이 있는 게임들이 훨씬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고, 저도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카잔 같은 경우는 그런 의미에서 장비 시스템이 너무 후져요
    치즈케이크
    흥미유지를 위해 꼼수를 넣으면서도 전체적인 밸런스를 일그러뜨리지 않는 것이 매우 어렵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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