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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7/14 21:21:23수정됨
Name   막셀
Subject   『마담 보바리』에서의 '나비'의 이미지
다음 글은 김현 평론가(1942)의 문학론 "『마담 보바리』의 이미지 연구─세 개의 이미지에 대한 주관적 해석" 중 일부를 발췌한 글입니다.

(...)
  그 다음 왜 이미지 분석인가? 이미지 분석은 크게 보아, 일종의 주제 비평적 방법으로, 프루스트에 의해 촉발되고, 바슐라르에 의해 더욱 풍요해져서, 프랑스의 중요한 문학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는 분석 방법이다. (...) 엄격히 말하면, 이미지는 주제와는 다른 개념이지만 그 학파의 비평가들에게 있어 주제와 이미지는 그 개념의 변주에도 불구하고 상당량 겹쳐 있다. 특히 주제를 유년기의 시간이나 정황이라고 규정한 베베르식의 단일 주제주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제 비평가는 다주제주의에 속하며, 한 텍스트에서 보여지는 여러 주제란 집요하게 나타나는 이미지에 다름아닌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미지의 분석은 그러므로 우선은 분석자가 다주제주의를 수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것은 이미지를 되풀이하는 주제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의 이미지 분석 역시 그러한 입장에 서 있다.
(...)
  i) 어느 날, 출발을 예정하고 서랍을 정돈하고 있을 때, 엠마는 무엇인가에 손가락을 찔렸다. 그것은 그녀의 결혼식 당시에 사용한 꽃다발의 철사였다. 오렌지의 꽃봉오리는 먼지로 인해 노란색으로 변해버렸으며, 은빛으로 가장자리를 수놓은 새틴으로 만든 리본은 가장자리의 실들이 풀려 있었다. 엠마는 그 리본을 난롯불에 던져버렸다. 그것은 잘 마른 짚보다도 더 빨리 타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재 위의 붉은 덤불같이 보였으나, 마침내는 소리없이 무너져버렸다. 그녀는 그 리본이 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분지로 만든 조그마한 열매는 터지고, 놋쇠철사는 구부러지고, 장식용 끈은 녹아버렸다. 그리고 종이로 만든 굳어진 화환은 검은 나비와도 같이 난로의 석판을 따라서 흔들거리면서 날아다니다가 마침내 연통을 통해 날아가버렸다.
  3월에 토스트를 떠날 때, 보바리 부인은 임신중이었다. [63~64; 1: 108]

  이 문단은 엠마와 샤를이 토스트를 떠나는 1부 맨 마지막 대목이다. 엠마는 이미 자기의 결혼 생활에 권태를 느끼고 있으며, 자기의 분수를 넘는 위치에 자기를 앉혀놓고, 그것의 모습 때문에 괴로워하는 신경증에 걸려 있다. 그 신경증을 치료하기 위해, 샤를은 용빌로 그녀를 데려가기로 결정한다. 이사의 날은 다가오고 엠마는 짐을 정리하다가, 결혼식에 사용한 꽃다발, 인조 꽃다발에 손가락을 찔린다. 그것은 마분지로 만든 오렌지색의 꽃봉오리, 종이로 만든 화환, 그것들을 지탱하기 위한 철사, 그리고 새틴으로 만든 리본으로 되어 있는 꽃다발인데, 그 꽃다발의 철사가 그녀를 찌른 것이다. 그녀는, 오렌지색의 꽃봉오리는 노랗게 변색하였으며, 리본의 가장자리의 실이 풀려 있으며, 철사는 삐져나와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난롯불에 던져버린다. 그 던져버림은, 아무런 애석함이나 주저함과 관련을 맺고 있지 않으며, 그래서 독자는 엠마의 그 행동에서, 일종의 가벼운 놀람, 그러나 그 이전의 행동에서 충분히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놀람에 사로잡히게 된다. 나비는 그뒤에 나타난다. 화환은 검은 나비와 같이 난로 안에서 흔들거리다가 연통을 통해 날아가버린다. 그 묘사에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i) 오렌지 빛·은빛·붉은빛 꽃다발이 검은 나비로 변해버렸으며; ii) 그 검은 나비는 연통을 통해 날아가버렸다는 사실이다. 검은 나비들은, 왜 보통의 재들이 그러하듯, 난로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날아가버렸을까? (...) 아름다운 색깔의 결혼 꽃다발은 난로 속에서 불타, 검은 나비가 되어 보이지 않게 날아간다. 아름다운 꽃다발은 결혼식의 장식품이며 그 증인이다. 그것의 풍요한 아름다움은 결혼의 행복한 생산성을 암시하지만 엠마의 경우, 그것은 인조 꽃다발이었으며, 그것 역시 검은 나비가 되어 날아가버린다. 꽃/나비는, 밝은-색/검은-색의 대립에 의해 그 결혼이 비생산적일 것을 상징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날아감은 그때 사라짐을 뜻한다. 결혼의 행복한 꽃다발은 죽음의 상징이 되어 날아가버린 것이다.(...)
(...)그러나 엠마와 샤를의 결혼 생활은 그 암시적 죽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말해 그 비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엠마의 임신을 결과한다. 결혼 생활이 권태와 허무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엠마는 그것을 계속해야 한다.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는 것이다.
  두번째의 나비는 그 불길한 검은 나비와 다르다.

ii) 그리고 항구에서 짐마차와 나무통 속에서, 또는 가로에서, 경계표의 모퉁이에서 장안 사람들은 시골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진기한 포장마차가 이처럼 무덤보다도 굳게 닫히어 배처럼 흔들거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번은 정오 때쯤 벌판 한복판에서 때마침 햇볕이 은도금을 한 반사등을 더욱 강하게 비추어줄 때, 살이 드러난 한 손이 노란 캔버스 밑으로 나오더니, 빨간 꽃이 활짝 핀 토끼풀의 들판 위에 찢어진 종이를 던졌다. 그러자 그 종이들은 바람에 흩어져 마치 흰 나비들처럼 나풀나풀 떨어졌다.
  그러고 나서 여섯시경에 마차는 보보와진 거리의 어떤 골목길에서 멎었다.
  그리고 한 여자가 내리더니 얼굴의 베일을 벗지 않을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228; 2: 99~100]

  흰 나비가 나오는 이 대목은, 엠마가 레옹과 다시 만나, 절교의 편지를 전하려 하다가 파리에서 하는 식으로 마차를 타자는 레옹의 꼬임에 넘어가─차라리 그것 때문에 무너져내려, 마차를 타고서 불륜의 사랑을 불태우는, 『마담 보바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의 하나다. 무덤처럼 굳게 닫히어, 배처럼 흔들리는─그것보다 더 좋은 사랑의 비유가 있을 수 있을까!─마차 속에서, 정오 때쯤, 살이 드러난 손이 나타나, 빨간 꽃이 활짝 핀 토끼풀 위에 찢긴 절교 편지를 내던진다. 그것들은 흰 나비처럼 나풀나풀 떨어진다. 이 대목을 위의 문단과 비교해보면,
  1) 절교 편지가 찢겨져, 빨간 꽃들 위에 흰 나비처럼 떨어지는데,
  2) 그 편지가 찢긴 것은 무덤 속에서이기 때문에,
꽃다발은 꽃밭으로 변모되어, 찢긴 절교 편지를 받으며, 검은 나비는 흰 나비로 변모되어, 날아가버리는 대신에 나풀나풀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은 나비가 날아가는 것은 연통 속으로이며, 흰 나비가 떨어져내리는 것은 무덤 밖으로이다. 검은 연통 속으로, 결혼의 장식품이었던 화환은 검은 나비가 되어 날아가버리고, 결혼 생활을 지켜나가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씌어진 절교 편지는 무덤 속에서 찢겨─무덤 같은 결혼 생활!─흰 나비처럼 떨어진다. 그리고 엠마는 그것에 대해 아무런 주저나 회환을 갖고 있지 않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간다는 표현 속에 암시되어 있듯, 그 새로운 불륜 속으로 거침없이 걸어들어간다. 검은 나비가 결혼의 행복의 상실을 상징한다면, 흰 나비는 새로운 행복에의 기대를 상징하고 있다. 플로베르의 아이러니는, 검은 나비를 날려보내고, 흰 나비를 떨어지게 만든다. 상실은 비상하고, 기대는 하강한다. 행복의 이상은 검은 나비가 되어 올라가고, 현실의 권태는 새로운 기대 때문에 흰 나비가 되어 떨어져 내려온다. 플로베르의 상상력은, 흰 나비를 날려보내지 아니하고, 검은 나비를 날려보내며, 검은 나비를 찢어 떨어뜨리지 않고 흰 나비를 찢어 떨어뜨린다. 그 상상력의 아이러니는 찾지 않아야 될 곳에서 행복을 찾는 엠마의 운명에 대한 아이러니다. 엠마의 운명은 샤를과의 결혼 생활에서 끝내 행복을 찾을 수 없게 되어 있는, 색 틀린 나비들의 운명이다. 그 운명에 한 철학자는 보바리슴(일부 신경질적인 젊은이들에게서 발견되는, 감정적·사회적인 면에서의 불만족스러운 상태, 지나치게 거대한 자의식, 헛된 야망 또는 상상과 소설 속으로의 도피가 두드러진다)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그 나비들이 가는 곳은, 엠마가 정처 없이 굴러다닌,

  정처를 알 수 없는 심연 속 dans les abîmes indéfinissables

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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