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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5/04/27 20:39:46 |
Name | 에메트셀크 |
File #1 | 야성의부름.jpg (34.9 KB), Download : 39 |
Subject | '야성의부름' 감상 |
약 100년 전에 쓰인 미국 소설이다. '클론다이크 골드 러시'를 배경으로, 개였던 벅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썰매견으로 살아가게 되고, 점차 야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저자가 실제로 '클론다이크 골드 러시'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어, 특히 썰매견들에 대한 묘사가 매우 생생하게 다가온다. '클론다이크 골드 러시'는 1896년, 캐나다 유콘 강 유역에서 금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시작된 대규모 금광 붐이다.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다. 벅은 유복한 가정에서 행복한 반려동물로 지내다가, 도박 빚을 진 하인의 손에 팔려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자신을 거칠게 다루는 인간들에게 저항했지만, 매서운 곤봉맛을 본 뒤 곤봉의 공포를 깨닫게 된다. 또한 썰매견들 사이에서 서열을 가르는 것은 송곳니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벅은 썰매견 생활에 점차 적응해가며, 잃어버렸던 야성을 서서히 되찾아간다. 이 과정이 소설의 핵심 줄거리다. 재미있는 것은 소설에 등장하는 썰매견들의 묘사다. 개들 하나하나가 마치 조직에 속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벅이 영리하게 우두머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면, 사내정치의 정석을 짧게나마 엿볼 수 있다. 벅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내가 경험했던 군 생활이 썰매견들의 삶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끌려갔고, 처음에는 기를 꺾기 위해 곤봉과 채찍으로 윽박지르듯 다루었다. 그곳에서는 신선한 고기도 먹지 못한 채, 아무리 아파도 썰매를 끌듯 맡은 일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답답하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동화되었고, 심지어는 어느 순간 벅처럼 성취감마저 느끼게 되었다. 나는 결국 한 마리 썰매견이 되어 있었다. 더 나아가 지금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나 역시, 통제된 야성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본주의라는 곤봉, 사회적 규율이라는 곤봉 아래에서 말이다. 짧고 재미있어, 추천하기에 최고의 책이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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