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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5/30 10:40:07
Name   Picard
Subject   접대를 억지로 받을 수도 있지만..
안녕하세요 중견기업 중년회사원입니다.

어제 오늘 갑자기 떠오른 ‘접대’ 라는 말에 삘 받아서 막 써봅니다.

뭔가.. ’***을 아에 안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한 사람은 없다‘ 같은 투로 제목을 적어 보고 싶었는데, 제 개인적인 경험칙으로는 접대를 한번만 받은 사람이 있어서 제목 짓기가 애매하네요.

1.
저희 회장은 젊었을 적에 건축/토목으로 돈을 벌고 IMF 직전에 동업자와의 갈등으로 지분 정리하고 돈들고 나온뒤에 IMF때 경영 어려워진 회사들을 인수해서 돈을 더 번 사람입니다.

이 양반이 ‘나는 늘 차 트렁크에 현금 박스를 싣고 다녔다‘, ’돈 요구하는 놈보다 돈 안 받는 놈이 더 미웠다‘ 라고 할 정도로.. 8-90년대에 그렇게 사업을 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직원들이 업체랑 유착하고 접대 받는다고 강하게 의심하고 감시하고 있습니다. (내가 접대 한것은 사업이지만, 너네가 받아 먹는건 비리다)

2.
제가 1년차 사원때 설비 투자 검수를 하러 간적이 있습니다. 옆팀 과장님이랑 제 사수였던 대리님이랑 저랑 셋이 갔죠.  첫날 검수를 하고 회의를 하고 저녁을 먹고 나서 술한잔 하러 가자고 해서 또 우르르 같이 갔습니다. 아, 이런 곳이 ’단란한곳’ 이로구나.. 그런데 저는 술을 못 먹거든요. 그래서 맨정신으로 과장, 대리님이 접객원 끼고 술김(?)에 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음날 대리님이 ‘피카드씨는 왜 이렇게 못노냐‘ 라고 하시더군요.
이게 저의 유일한 ‘단란한곳’ 접대 경험입니다.

술 안먹고 집에 일찍 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인식을 시키니 업체에서도 ‘간단히 저녁만 드시죠’ 라고 하는데 그때도 제가 ’아내가 맛있는거 해놨다고 언제 오냐고 해서요‘ 하고 거절하기 일쑤라서.. ’접대‘ 하려는 시도도 안해요.
(하지만 가끔 간단한 점심이나 저녁은 같이 먹고 계산을 업체서 하는 경우는 있지요)


3.
골프접대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저는 골프도 안칩니다. 저희 파트장은 업체랑 골프 치러 가끔 가는것 같은데.. 저는 모르는척 합니다.

예전에는 업체랑 점심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상사가 제가 있는데도 대놓고 ‘야, 너네는 옛날 **부장 있을때는 해외골프도 같이 나가더니 왜 나한테는 라운딩 한번 나가자고 얘기가 없냐?’ 라고 해서 깜놀한적도 있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해도 저 없을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부장은 저녁에 술먹다가 협력사 PM에게 전화해서 법카들고 와라.. 현금 얼마 뽑아서 와라’ 라고 한적이 여러번 있다고 얼마전에 프로젝트 종료 회식 하다가 들었습니다.

과장때 SM으로 들어와있는 협력사분들이랑 회식을 하고 집에 가려고 하면 거기 과장님이 ’과장님, 집에 가지 말고 윗분들 옆에 있어요. 저분들 우리 보내고 2차로 ‘좋은데’ 갑니다.’ 라고 계속 얘기 하는데 저는 술에 취미가 없다고 하니 답답해 하던 적도 있었고요.


4.
예전 팀장이 대기업 출신입니다. 대리때 저희 회사로 옮겼는데요. 보통 대기업에서 대리때 중견/중소기업으로 급여 깎아가면서 옮기는 경우는 거의 보기 힘들어서.. 대체 왜? 하고 궁금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회사에서도 그 대기업으로 옮겨간 사람이 많아서 바로 소문을 알게 되었는데, 접대 과하게 받다가 권고사직 당하시고 옮기셨더군요.
공식적(?)으로는 대리때 얼떨결에 팀장 따라 갔다가 접대/향응(2차로 끝난게 아니라는거죠)을 받았는데 딱 그때 걸려서 팀장이랑 같이 권고사직 당했다라는 스토리 입니다.

그런데.. 접대 문제로 회사에서 권고사직 당했으니 조심할줄 알았는데, 여기 와서도 뭐 조용히 접대 받고 있더라고요. 저한테 제가 담당하는 프로젝트로 들어와 있는 회사를 언급하며 ‘A사는 인사 한번 안하나? 저녁 한번 먹자고 해~’ 라고 해서 ‘저녁만’ 먹고 말았는데. 나중에 따로 뭘 받아 먹었을까?… 굳이 확인은 안했습니다. 다른 팀원들한테도 업체랑 저녁 한번 먹자고 해라.. 라고 하고 다닌것 같은데.
이러면 대기업에서 ‘얼떨결에 팀장 따라 갔다’가 의심스러운거죠.
(저는 절대 업체한테 먼저 점심이든 저녁이든 밥 먹자고 안합니다.)


5.
그래서.. ’접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중에 접대 한두번 받고 ’이게 뭐하는거지..’ 하고 현타와서 안 받는 사람은 있는데.. 남의 돈으로 밥먹고 술먹고 골프치고 2차 가고 하는것이 이런 것인가! 하고 눈을 떠서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더라... 세대를 떠나 MZ 후배들중에도 남의 돈으로 술 먹는거 좋아하는 애들이 있더라.. 뭐 그런 것인것입니다.









6
  • 에휴...


문샤넬남편
저는 그냥 못없애는거 미국처럼 로비스트가 있었으면 좋겠읍니다.
cheerful
코로나가 큰일했네욬ㅋㅋㅋㅋ 저도 맨날 회식가시는 교수님이 몇 분 생각나긴 합니다 ㅋㅋㅋ
문샤넬남편
저 아시는 분은 회식가실 시간도 아예 없고 매일 야근이시던데...
1
cheerful
ㅋㅋ 정말 케바케인것 같읍니다 ㅋ
유니브로
저희 회사도 거래처에서 접대 받는 부장들이 있는데 이걸 공론화 시키기도 그렇고 참 애매하단 말이에요
대놓고 그 업체거 쓰라고 압박하는것도 그렇고, 네고 한번 쳤다고 '야 무조건 후려칠 생각하지 말고 좋은 물건을 받을 생각을 해' 같은 소리나 하고 진짜
cummings
세대가 좀 더 바뀌어야 하는 문제 같습니다.
후진국에 사는 사람과 중진국에 사는사람, 선진국에 사는 사람이 다같이 살다보니 생기는 문제중의 하나이지 않을까요

제가 있는 직역도 10년전이랑 지금이 확확 바뀌는걸 느낍니다.
물론 요즘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 있겠지만요.
T.Robin
그러고보면 예전에는 룸싸롱이니 비즈니스클럽이니 하는 것들이 대충 골목마다(?) 보였는데 지금은 그 갯수가 많이 줄어든 것 같군요.

- 평생 접대받을 일 없을 사람
(누가 그저그런 일개 소프트웨어 개발자한테?)
제가 가끔 보는 어느 회사 영없 과장은 ‘회사돈으로 비싼거 먹는거 좋아한다’ 라며 ‘간단한 저녁’도 좀 과하게 비싼 곳을 가자고 해서 곤란할때가 있습니다. 남의돈(회사돈)으로 먹는거 좋아해서 영업 하시는 걸지도..
T.Robin
그런 분들 계시더군요. 제가 아는 분 중 한 분도 말씀하신 논리와 좀 통하는 부분이 있는(?) 논리를 갖고 계셨습니다.

다만 그 분의 논리는 [나는 이 회사에서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였고, 실제로 능력이 출중하셔서 서로 다른 외국계 회사에서 한국 지사를 세 번이나 설립하는 기염을 토하셨지요. 뭐 이 정도 능력이면 밥 좀 비싼거 먹었다고 회사에서 뭐라고 하면 그게 더 실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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