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8/03 09:57:03
Name   Jasonmraz
Subject   [단상] 희한하다
1. 희한하다는 형용사가 있습니다. 뜻은 '매우 드물거나 신기하다.’로 처음 본 물건,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 예상 밖의 현상들에 사용되는 어휘입니다. 굉장히 ‘주관적’인 단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스스로 겪어보지 못한 일의 반응으로 나오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2. 오늘날 희한하다는 말은 정말 많이 쓰입니다. 상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때 이 단어가 등장합니다. 우리가 생각지 못한 것들을 작품으로 만드는 예술가들의 결과물에도 이 단어가 사용됩니다. 정치인들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 독특한 사회 현상들에 끊임없이 쓰이는 단어지요. 많이 쓰이는 어휘임에도 불구하고, '과연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 단어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한 사람의 입술에서 희한하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들을 보고 느낀 것입니다.

3. 나이가 지긋하신 한 친척분이 계십니다. 위에 적힌 희한하다는 말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시는 분입니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 그 세월이 흐르는 동안 경험했던 많은 사건들. 그 사건들에 무관하게 희한하다는 말을 참 많이 쓰시더군요. 아침 식사를 할 때, 본인과 다른 메뉴로 먹는 저를 보고 희한하다 하고, 제가 읽는 여러 책을 제목만 보고 희한하다 하고,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해 희한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외에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자신의 의견과 대립되는 상황에도 희한하다는 말을 사용 하십니다. 결코 ‘드물거나 신기한’ 현상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으십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만들어진 본인의 틀에 맞지 않은 행동들을 보고 희한하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처음에는 왜 이런 상황에서 이 문장을 쓰는 건가? 싶었지만 이젠 그러려니 합니다. 그분의 주관에서는 제가 하는 많은 행동, 사용하는 많은 물건이 다르게 보일 수 있겠구나 싶어 이젠 수긍합니다.

4. 결론적으로 그분에게 있어 저는 참 희한한 사람입니다. 기분 나쁘다거나 짜증 난다는 감정은 초반에 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버리면 되니까요. 그러나 저는 그렇게 희한하지 않습니다. 어른들보다 스마트폰을 좀 더 잘 사용하고, 요즘 시대의 사회, 문화 현상에 영향을 받으며, 평범하게 삶을 걸어가는 한 청년에 불과합니다.

5. 위에서 말했듯이 희한하다는 말은 정말 많이 쓰입니다. 올바르게 쓰이는 상황도 존재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쓰이는 단어는 참 어색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참 쉽게 이야기하지만, 과연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 단어가 얼마나 될까 고민해본 시간이었습니다.

6. 사실 열 받아서 쓴 글이지만 적으면서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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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 용법이야 사용자들의 인식과 시간의 지남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죠.
    다르다와 틀리다가 요즘 점점 구분 안되는 것처럼...
    그건 그렇고 최근엔 희한하다를 희안하다로 쓰는 사람도 많더군요. 않해와 함께 거슬리곤 하는 실수더군요.
    Terminus Vagus
    다르다와 틀리다가 같은 맥락이라니...슬픕니다...ㅠ
    켈로그김
    평평하고 푹신한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넘어지는 것과
    주취자가 난동을 부려 바닥에 깨진 술병조각이 널부러진 곳에서 넘어지는 것이
    그 데미지와, 넘어질 확률이 다르듯

    사회가 다름을 충분히 존중하고 대화와 토론이 되는 사회에서의 희한하다와
    지금의 희한하다가 다르게 쓰이고, 다르게 들리는게 유사한 부분이 있지 않나.. 싶네요.

    그 어르신도 악의는 없었을 거에요.
    그래서 사실 더 무섭다면 무섭고 슬프다면 슬프고 답답하다면 답답할 수도 있죠.

    뭐.. 저야 그런 곳(이성과 건전한 상식보다는 습관과 직관, 그리고 관습이 존재... 더 보기
    평평하고 푹신한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넘어지는 것과
    주취자가 난동을 부려 바닥에 깨진 술병조각이 널부러진 곳에서 넘어지는 것이
    그 데미지와, 넘어질 확률이 다르듯

    사회가 다름을 충분히 존중하고 대화와 토론이 되는 사회에서의 희한하다와
    지금의 희한하다가 다르게 쓰이고, 다르게 들리는게 유사한 부분이 있지 않나.. 싶네요.

    그 어르신도 악의는 없었을 거에요.
    그래서 사실 더 무섭다면 무섭고 슬프다면 슬프고 답답하다면 답답할 수도 있죠.

    뭐.. 저야 그런 곳(이성과 건전한 상식보다는 습관과 직관, 그리고 관습이 존재하는 오프라인)에 맞춰져있어서
    그러려니 하긴 하지만서도;;;
    Terminus Vagus
    네 악의는 없으셔요. 많이 보수적이십니다. 해서 본인이 지니고 있는 틀에 맞지 않으면 자식도 참 힘들더라구요..그 사촌이 참...
    발로텔리
    저는 약간 다른 경험이 있어요. 자기 자신의 성격을 두고 '이상하다'고 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자신의 주관과 자신의 성격에 괴리가 있는 것은 어쩌면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상하다'라고 말할 정도라니, 그것도 참 희한한 일이죠?
    Terminus Vagus
    희한한 일이네요 ㅋㅋ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만 친구분께서 이상하다라는 단어에 대해 잘못접근하고 계신건 아닐까요???
    Beer Inside
    희한하다... 어린 시절 경상도에서 말고는 들어본 기억이 없군요.
    Terminus Vagus
    이게 경상도 방언인가요?? 많이 쓰이는 단어라고 생각하는데?!?!
    어처구니없다, 이상하다, 기분나쁘다, 신기하다, 괘씸하다, 서운하다 등등 여러 가지 의미를 희한하다라는 하나의 단어로 통일해서 쓰시는 분 같아요. 다양한 감정 표현을 하나로 몰아 퉁치는 그런 현상은 요즘 세대에도 드물잖게 나타나지요.
    Terminus Vagus
    네 모리아님 말씀이 맞아요. 그래서 초반에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게이득
    으으 암걸릴것 같아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듣는데 거북하다면 바꿔야 할것 같은데요
    Terminus Vagus
    예상하실지 모르지만 이런 분들은 잘 안 바뀌시지요...ㅎㅎ
    게이득
    절대 수준으로 안바뀌시죠
    님니리님님
    생각없이 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긴 한거 같습니다. '생각대로 하면 되고~'라는 마인드
    Terminus Vagus
    이런거보고 잔소리를 시작하면 저도 꼰대가 될려나요...
    님니리님님
    잔소리도 애정이 있어야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요즘은 누가 잔소리 들었다하는 말도 듣기 힘든거 같던데요.
    Terminus Vagus
    아...그건 그거대로 슬프네요..
    억양이 중요하죠. 저희 할머니도 그러셨는데..
    Terminus Vagus
    "거 참 희한하네?!?"

    로 시작하는 강한 악센트입니다..ㅋㅋㅋ
    Ben사랑
    다의어는 언어의 경제성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인지 자체가 다의성의 성격을 가져서 그렇대요.
    라이카
    일상적으로 신기하고 드물다는 말을 쓰려는데 숫자 세어보고 통계 자료 참조하고 그렇게 엄격하게 사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말씀하신 대로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건데, 아마 그분이 평생에 걸쳐 만들어온 세계관에서는 지금 젊은이들이 많이 하는 일이라도 여전히 드물고 신기하게 여겨지시는 것 아닐까 싶네요.

    그냥 저도 제 잡담 하나 덧붙이자면, 엄밀한 의미를 일일히 구별하고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마다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하고 사는 건 너무 버거운 것 같아요. 국어학, 언어학을 공부하던 철없던 학부생 시절, 뛰어난 학자셨던 교수님이... 더 보기
    일상적으로 신기하고 드물다는 말을 쓰려는데 숫자 세어보고 통계 자료 참조하고 그렇게 엄격하게 사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말씀하신 대로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건데, 아마 그분이 평생에 걸쳐 만들어온 세계관에서는 지금 젊은이들이 많이 하는 일이라도 여전히 드물고 신기하게 여겨지시는 것 아닐까 싶네요.

    그냥 저도 제 잡담 하나 덧붙이자면, 엄밀한 의미를 일일히 구별하고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마다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하고 사는 건 너무 버거운 것 같아요. 국어학, 언어학을 공부하던 철없던 학부생 시절, 뛰어난 학자셨던 교수님이 학문의 길을 간다는 건 그런 일이라고 하셨었는데 제가 그걸 할 만큼 책임감이 강하질 못해서 공부를 그만두게 된 것 같아요. 요즘은 인터넷도 무서워서 이 댓글 다는 것도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말인지 몇 번을 돌아보게 되네요.
    Ben사랑
    그래서 sns가 두려운 거죠. 자신이 책임져야하는 말이 전부 저장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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