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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5/05/29 07:53:45 |
Name | 트린 |
Subject | 사전 투표일 짧은 생각 |
항상 그랬으나 이번엔 더 소중한 투표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군사 정권에 대한 가장 선명한 첫 기억은 국풍81 당시 저희가 살던 수도권내 아파트 단지 안으로 한밤중 장갑차와 탱크가 진입하며 훈련을 하던 모습이었습니다. 01시에 계속해서 스쳐 지나가는 빛. 그 빛을 맞고 비춰진, 기묘하게 일그러진 커튼 밖의 사람과 장비 들. 아파트를 뒤흔드는 진동 소리. 정부 비판 후 사라진 중학교 선생님. 숙취로 고생하는 얼굴로 출근한 뒤, 자신이 중위였을 때 지프차도 있었던 실세였는데 마음에 드는 여자를 길에서 만나고 그대로 따라서 집에 쳐들어가 결혼을 윽박질러 지금의 아내로 만들었다는 자랑을 하던 교련 선생. 발표를 듣기 전까지는 아웅다웅하면서 어이없는 짓들을 하면서도 그래도 민주주의 틀 안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2024년 12월 그 밤. 그리고 달려갔던 시민과 의원, 군복을 입었으되 자신도 시민이라는 생각 속에 틀 내에서 소극적-적극적으로 저항했던 군인 들 덕에 오늘이 왔습니다. 사전 투표일 저는 낡은 에어 프라이어도 겸사겸사 버릴 겸 옆구리에 끼고서 주민센터에 갑니다. 터키, 90년대 소비에트, 중동의 수많은 나라, 아프리카의 수많은 나라처럼 군벌이란 이름의 추장과 친해져서 이득을 보던 버릇이 있고 그 역사를 되살리려는 수많은 자들에게 염증을 느끼는 동시에 거기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과정이 평화적이라는 사실에 큰 안도를 느낍니다.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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