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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03/22 20:52:49 |
Name | 메아리 |
Subject | 서평 『너무 시끄러운 고독』 – 보후밀 흐라발 |
보후밀 흐라발은 체코에서 1914년에 태어났다. 법학을 전공하다 독일군에 의해 대학이 폐쇄되자 철도원, 보험사, 단역 연극배우, 폐지 꾸리는 인부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지만 공산주의 체제 아래서 법조인으로 일하지 않았다. 마흔 아홉 살에 소설을 쓰기 시작, 1963년 첫 소설집 <바닥의 작은 진주>를 출간하여 작가로 데뷔, 이듬해 발표한 첫 장편소설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로 명성을 쌓았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 출신으로 외국에 나가 성공한 반면, 그는 1997년 체코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책들은 소련의 체코 침공 이후로 금서로 지정되어 출판이 금지 되었다. 주요작품으로 <영국왕을 모셨지> <시간이 멈춘 작은 마을> <너무 시끄러운 고독> 등이 있다. 한탸는 35년간 일한 폐지 압축공이다. 그가 처리하는 폐지는 주로 책이다. 원래는 귀중했어야 할 책들이 그의 손에 분쇄되어 폐지가 된다. 한탸는 그 책들 중에 눈에 띄는 것들을 모은다. 그의 집엔 2톤가량의 책이 쌓여있다. 그가 일하는 지하실은 더럽기 그지 없다. 그곳은 책들에겐 지옥이고 파리와 쥐떼들에겐 천국이다. 그는 삼십오 년간 그 일을 해왔으며, 퇴직하게 된다 해도 압축기를 구입해 죽는 순간까지도 그 일을 하고자 마음먹는다. 하지만 도시에 나갔다가 자신의 압축기보다 수십 배는 커다란 거대한 압축기와, 신식시설에서 유니폼을 입고 코카콜라를 마시며 폐지를 압축하고 있는 사람들을 목격한 후로 한탸는 달라진다. 아무리 일해도 그들과 같아 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한탸를 소장은 내쫒는다. 아무도 없는 폐지 압축장에 들어간 한탸는 압축기를 가동시키고 자신의 몸을 압축기에 집어넣는다. 책은 어디 있어야 가장 가치 있을까? 책은 어디 있을 때 가장 행복할까? 서점 아니면 도서관?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을 소중히 다루어 줄 노학자의 서재?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것이 폐지 압축장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곳은 책들의 지옥이다. 그곳은 책이 그저 종이로만 취급되는 곳, 책의 존엄성이 짓밟힌 후에 책이 아니게 되는 곳이다. 책들에게 지옥인 그곳은 다른 몇 가지에겐 천국이다. 우선 생쥐, 그리고 한탸, 떠돌이 집시 여인, 희귀한 자료를 구하는 노신사에게 폐지 압축장은 천국이다. 누군가에겐 지옥이 누군가에겐 천국인 세상. 한탸는 그 지옥의 구원자였다. 폐지가 되어 버리기 직전의 책에게 유일한 구원의 손길이었다. 그 책들의 지옥에서 유일하게 가치를 알아보고 책을 구원해줄 수 있는 권력이 있는 자였다. 한탸가 구원자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장에게 한탸는 그저 게으르고 늙은 폐지 압축공이었을 뿐이다. 주제도 모르고 메시아인 체 하는 한탸가 가증스러웠을 것이다. 그는 예수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라 빌라도를 압박했던 산헤드린의 유대인 판관 중 하나인 셈이다. 결국 한탸는 자신의 천국을 빼앗기고 다시 그 천국으로 돌아간다. 한탸는 자신을 폐지 처리장으로 실려 온 책과 같이 취급한다. 폐지와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압축하는 사내, 그러나 그에겐 구원자가 없었다. 그가 구원해 자신의 집에 쌓아놓은 2톤 분량의 책처럼 그의 가치를 알아보고 자신을 뽑아내 어느 서가인가에 멋지게 꽂아 줄 구원자 말이다. 한탸가 그 지저분하고 어두운 지하실을 빼앗기고 살아갈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책들을 구원함으로써 스스로 구원받고자 했으나, 더 이상 책들을 구원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 자신의 구원도 불가능해지고 말았다. 더 이상 구원 할 수 없는 선지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책의 메시아, 한탸는 책을 구원하는 법은 알았으나 정작 자신을 구원하는 법은 알지 못했다. 구원자를 찾지 못한다면 스스로 구원해야 한다. 그렇다면 구원의 의미는 무엇일까? 스스로 구원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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