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2/02/08 14:30:31수정됨
Name   닉네임 변경권
Subject   서평 : 카프카의 <변신>

뒤틀린 존재

     

  벌레가 됐다는 사실보다 직장에서 짤릴 것을 더 걱정하는 그레고르, 그는 불쌍하다 못해 애잔하기까지 한 인물이다. 자신만 믿고 무위도식하는 식구들을 부양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집을 나서 며칠 간의 출장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는 자신의 몸이 딱딱한 껍질과 수많은 다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도 출근하려 한다. 출근하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식구들은 벌레가 그레고르라는 것을 분명 인지했음에도 그가 죽어가는 것을 방치했을 뿐 아니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그가 죽었음에도 애도하지도 안타까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속 시원해한다. 그레고르를 지운 새로운 삶의 모습을 그리며 후련해한다.


  상황은 존재를 뒤튼다.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이라는 그들의 존재는 아들이 벌레로 변했다는 사건 앞에서 뒤틀린다. 벌레가 된 것은 그레고르지만 벌레만도 못하게 구는 것은 그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나 같으면 벌써 벌레를 집에서 쫓아냈을지도 모른다. 저건 그레고르가 아닐거라고 믿으며.


  카프카는 그저 인간을 적나라하게 그렸을 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적이지 않다. 아들이, 오빠가 벌레로 변한 상황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보여줬을 뿐이다. 그 상황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그레고르의 마음이었다. 출근을 생각하고 가족과 여동생의 미래를 걱정하는.


  상황이 뒤트는 모든 걸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게도 인간은 순응적인 존재였던가. 그레고르의 식구들처럼 누군가는 상황에 맞게 자신들을 바꿔갈 것이다. 그리고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누군가도 있을 것이다.


  뒤틀린 채 살아가는 것은 일종의 비극이다. 다시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 되돌아올 자신이 있는 것. 되돌아올 마음을 먹는 것. 중요한 것은 회복 탄력성이다. 어떻게 하면 되돌아올 수 있을까.


  모든 것은 각자의 선택이자 의지다. 사람들에게 기대 같은 건 하지 마라, 그것이 가족이라 하더라도. 결국 등에 사과가 박히는 건 너가 될 것이다.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722 7
    15067 도서/문학『눈물을 마시는 새』 - 변화를 맞이하는 고결한 방법 meson 24/11/24 89 1
    15066 도서/문학린치핀 - GPT 세계에서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를 벗어나려면 4 kaestro 24/11/24 216 1
    15065 경제chat-gpt를 사용하여 슈뢰더 총리의 아젠다 2010 연설 번역하기 3 와짱 24/11/24 247 0
    15064 문화/예술아케인 시즌2 리뷰 - 스포 다량 1 + kaestro 24/11/23 256 1
    15062 오프모임29일 서울 점심 먹읍시다(마감) 14 + 나단 24/11/22 608 4
    15061 스포츠[MLB] 2024 AL,NL MVP 수상자.jpg 1 김치찌개 24/11/22 133 1
    15060 스포츠[MLB] 2024 AL,NL 사이영 수상자.jpg 김치찌개 24/11/22 133 1
    15059 음악[팝송] 션 멘데스 새 앨범 "Shawn" 김치찌개 24/11/22 98 0
    15058 방송/연예예능적으로 2025년 한국프로야구 순위 및 상황 예언해보기 11 문샤넬남편(허윤진남편) 24/11/21 482 0
    15057 일상/생각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3 SKT Faker 24/11/21 649 1
    15056 오프모임23일 토요일 14시 잠실 보드게임, 한잔 모임 오실 분? 4 트린 24/11/20 368 0
    15055 방송/연예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6 알료사 24/11/20 3707 32
    15054 생활체육[홍.스.골] 10,11월 대회 상품공지 켈로그김 24/11/19 272 1
    15053 여행여자친구와 부산여행 계획중인데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29 포도송이 24/11/19 720 0
    15052 일상/생각오늘도 새벽 운동 다녀왔습니다. 5 큐리스 24/11/19 489 9
    15051 일상/생각의식의 고백: 인류를 통한 확장의 기록 11 알료사 24/11/19 521 6
    15050 게임[1부 : 황제를 도발하다] 님 임요환 긁어봄?? ㅋㅋ 6 Groot 24/11/18 479 0
    15049 꿀팁/강좌한달 1만원으로 시작하는 전화영어, 다영이 영어회화&커뮤니티 19 김비버 24/11/18 961 10
    15048 의료/건강고혈압 치료제가 발기부전을 치료제가 된 계기 19 허락해주세요 24/11/18 739 1
    15047 일상/생각탐라에 쓰려니 길다고 쫓겨난 이야기 4 밀크티 24/11/16 910 0
    15046 정치이재명 1심 판결 - 법원에서 배포한 설명자료 (11page) 33 매뉴물있뉴 24/11/15 1861 1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2 arch 24/11/15 1027 5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6 nothing 24/11/14 919 20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476 1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