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4/10 11:05:33
Name   April_fool
Subject   [인용] 인간은 언제 죽는가

여느 때처럼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새벽, 죽음을 바라본 한 학생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사람은 언제 죽게 되나요?”


매우 흔하고, 포괄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아 좋지 않은 질문이라 저는 여느 때처럼 학생을 꾸짖을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습니다. ‘근데 정말로 사람은 언제 죽게 되지?’


그래서 저는 그 학생을 조용한 의국으로 데려가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도 많은 죽음을 선고했지만, 포괄적으로 죽음에 이르는 바에 대해서 정리해본 적은 없었던 거지요. 저는 죽음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입증되었고, 또 개인적으로 죽음을 선고하며 느꼈던 순간을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펼쳐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쇼크가 사람을 죽게 하는 것이다. 모든 쇼크는 순환성, 신경성, 저혈량성, 아나필락시스항원-항체 면역 반응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전신 반응, 그리고 셉틱패혈성의 다섯 가지 형태 중 하나로 정의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이 다섯 가지 쇼크가 오면 인간은 무조건 죽는다. 심정지에 맞닥뜨린 의사는 이 환자의 쇼크의 종류가 무엇이고, 과연 돌이킬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머리가 부서진 사람은 신경성 쇼크이고 대체로 되돌릴 수 없다. 팔다리가 전부 끊어진 사람은 저혈량성이며 되돌릴 수 있다. 심장마비는 순환성이고 되돌릴 수 있다. 말기암은 복합적이지만, 상황에 따라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


이들을 포함해 되돌릴 수 있는 심정지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6H, 5T의 열한 가지가 있다. 바로 저산소, 저체온, 저혈당, 저혈량, 전해질, 산증인체의 혈액이 산성인 상태, 기흉, 심장압전심장이 외부의 요인으로 눌리는 상태, 혈전, 외상, 독성이다. 이 말은 거꾸로 이 열한 가지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심정지 원인이 파악되지 않는다면, 의사는 이 열한 가지 사항을 전부 염두에 두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 열한 가지 중 하나를 찾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다. 두세 가지가 겹치기도 하고, 이 사항을 일으키는 상황의 근원까지 찾아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도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손상을 입으면 즉각 심정지를 일으키는 뇌나 심장 말고도 인체에는 간, 신장, 비장, 이자, 긴 소화관과 그외 여러 부속 장기들이 있다. 이 구조 하나하나가 어느 정도 손상을 입었을 때 어떤 문제를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는지는 의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져 있다. 심지어 유기적으로 연결된 각 장기가 동시에 망가졌을 때, 연관적으로 일어나는 손상과 이를 예측할 방법이 있고,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수치의 한계 및 종합적인 상황을 판단할 수도 있으며, 이를 다섯 가지 쇼크와 열한 가지 죽음의 이유와 결부시킬 수도 있다. 이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면 곧 죽음을 볼 수 있는 눈을 지니게 된다.”


출처 : 남궁인, 「죽음은 평등한가요?」, 『지독한 하루』(파주: 문학동네, 2017).





우연히 남궁인 씨의 블로그를 다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의사들이 잡혀간 것과 관련된 글 때문(남궁인 씨는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입니다)이었는데… 하여튼, 이 분 블로그를 보다가 문득 예전에 읽고 인상깊었던 부분을 인용하여 소개해 봅니다.




3
  • 호에엥 무서웡


역시 의대...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겠...
쉽게 말해서 의학적인 의미에서의 쇼크(각 신체조직에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서 기능장애와 손상이 발생하는 상황)가 와서 회복되지 않으면 사람은 죽는다는 겁니다. 본문의 내용은 그 쇼크가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지를 설명한 것이고요.
책에 옮기면서 좀 더 정리된 것이기는 하겠지만 저런 얘기를 바로 좔좔 읊을 수 있다니 신기하네요.

저희 아내에게 뭘 불쑥 물어보면 답이 좔좔 나오는 것도 매번 신기합니다.
April_fool
그러게요. 책 바로 뒷부분의 내용을 보면 저자 스스로도 이런 것이 자기 내면에 정리되어 있다는 것에 놀랐다는 서술이 있습니다.
레지엔
저게 매우 특이 사례일 가능성이... 보통은 까거나 무시하거나 짧게 말해주고 넘어가죠. 저거 아마 남궁인씨 레지던트때 얘기일텐데 레지던트가 실습나온 학생한테 의국가서 저 정도로 강의해주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특이사례라고 쓰고 삘받았다 라고 읽으면 되는건가요?
레지엔
저 사례가 사실에 부합한다는 전제 하에 설명해주려고 저랬다기보다는 설명하는 자신에게 취했을 가능성이 없다고는 못하죠ㅋㅋ 좋은 튜터의 자세긴 하지만...
1
맥주만땅
그냥 설명충인 것으로....
1
기쁨평안
과거 개똥철학 좀 읊던 시절 하던 생각인데,
인간이 살아있다는 증거는 좀 더 파고들 여지가 있습니다.
의학적인 증거야 본문에 나열되어있지만,
예를들어 식물인간의 경우, 그 사람은 살아있다고 볼 수 있는 걸까요?

또 하나의 예로써,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 머나먼 외국으로 떠나가고 연락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은 살아있는 걸까요? 죽은 걸까요?

또 하나, 어떤 사람이 일종의 과대망상에 빠져 스스로 죽은 자로 여긴다면,
그래서 스스로 모든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차단하고 깊은 침전으로 들어간다면 ... 더 보기
과거 개똥철학 좀 읊던 시절 하던 생각인데,
인간이 살아있다는 증거는 좀 더 파고들 여지가 있습니다.
의학적인 증거야 본문에 나열되어있지만,
예를들어 식물인간의 경우, 그 사람은 살아있다고 볼 수 있는 걸까요?

또 하나의 예로써,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 머나먼 외국으로 떠나가고 연락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은 살아있는 걸까요? 죽은 걸까요?

또 하나, 어떤 사람이 일종의 과대망상에 빠져 스스로 죽은 자로 여긴다면,
그래서 스스로 모든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차단하고 깊은 침전으로 들어간다면 그 사람은 살아있는 걸까요? 죽은 걸까요?
주위 사람들은 그 사람을 당연히도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여길테지만, 정작 스스로가 죽었다고 여기는데,
주위 사람들의 살아있다는 인식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그리하여 그 당시 제가 내린 결론은

1. 살아있음과 죽음을 결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스스로의 인식(또는 의지)이다.

1-1) 육신이 죽은 상황에서도 만약 정신(또는 영혼)이 남아있다면, 그래서 그 자신이 살아있다고 여긴다면 그 사람은 살아있는 것이다.
1-2) 반대로 어떤 상황이든지 본인이 스스로 죽었다고 여긴다면 그 사람은 죽은 것이다.

2. 어떤 타인의 의학적인 삶과 죽음을 알 수 없는 상황일 경우, 그가 살아있음을 [기억]한다면, 그 당사자에게 그 사람은 살아있는 것이다.
2-1) 어떤 타인이 살아있음에도 그를 기억하고 인지할 사람이나 기록이 아무것도 없다면, 그사람은 그 시점에서 죽은 것이다.
2-2) 위와 같은 상황에서도 그 잊혀진 사람이 위 1. 과 같은 의지를 가진다면 그 사람은 그 시점부터 새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3. 어떤 타인에 대해, 그 삶에 대한 기억도 없는 상황에서라도, 그가 살아있음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살아있는 것이다.

뭐 이런식으로 해서 인지/인식 - 기억 - 믿음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있네요. ㅎ
April_fool
이걸 보니 예전에 할아버지 위암 수술하시고 간병할 때 셸리 케이건 교수의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빌려읽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 사정상 다 못 읽은 것이 참 아쉬운데…
April_fool
아, 그러고 보니 스스로 자기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정신병은 실제로 있습니다. [코타르 증후군]이라고 한다네요.

https://ko.wikipedia.org/wiki/%EC%BD%94%ED%83%80%EB%A5%B4_%EC%A6%9D%ED%9B%84%EA%B5%B0
기쁨평안
헐 신기하네용
첫 문장에 나온 죽음을 바라본 학생이라는 부분이 뒤 내용과 감성 표현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이 지켜본 환자의 죽음을 (아마도 처음으로) 겪어본 실습생에게, 전문가의 위치에서 생명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드라이하게 멘토링했다는 내용이라서 그런 건가요?
April_fool
이 뒷 내용을 보면 이 강의는 사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에 가까운, 지극히 과학적인 과학자로서의 강의였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어쩌면 감성적일 수도 있는 질문에 과학적인 답변을 돌려준 것이죠.
1
아하. 알겠습니다.
저 이거 생각하고 들왔...
Erzenico
전 학생이 이거 생각하고 드립칠려고 꺼낸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생존주의
얼마 전에도 TV에서 한번 봤고, 가끔 암 말기나 불치병 환자들의 사진을 우연히 보게될때가 있는데, 뭐랄까 사진에 찍힌 환자의 눈이 이미 생을 포기했음을 느끼게 해줄때가 있더라구요. 물론 당사자가 아니니 저만의 느낌일 가능성이 크겠지만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무력감같은게 저한테도 생기는게 무섭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CONTAXS2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제가 고3때 공부를 못해서 의대에 못들어간게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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