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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5/05/28 16:06:08 |
Name | 골든햄스 |
Subject | 감정의 배설 |
그냥 과외 취소된 김에 (과외생이 아프고+요일 착각해서 못 옴. 저도 컨디션 안 좋았어서 땡큐.) 감정 배설이나 해봅니다. 3월부터 대인공포증을 딛고 학원강사로 강단에 섰고 5월 들어서는 더 맘에 드는 다른 중소형 학원으로 옮겨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살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게 머릿속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신념이다보니 어딜 가더라도 유능하단 소리 들을 정도로 일도 공부도 해내는 편입니다. 과외생에게도 좀 빡센 커리큘럼을 시키다 과외생이 탈이 난 거 같고요..; 학원에서도 너무 능력자 이런 평가에 일도 몰려서 조금 줄여야 할 거 같습니다..;;;; 충동적인 선택지들, 우연적인 선택지들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어떻게든 먹고 살게 해주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래도 괜찮을까? 싶게 스스로 체계가 없게 느껴질 때도 많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는 문제 없이 일한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많은 시간, 저 같이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을 나의 보이지 않는 형제자매들을 생각하고 울며 기도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들을 하나씩 구출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괜히 기부하기도 하고, 허공에 탄식하기도 하고 … 그런데 그러한 각자의 사각지대가 곧 각자의 인생 모양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게 다 팔자다. 참아라.. 라는 뜻은 아니고. 모두 자기만의 투쟁을 지고 태어나긴 하는구나.. 그리고 아주 아주 아주 필사적인 자기 권리를 위한 투쟁을 하는 자들만이 바깥에서 오는 도움도 유익히 받을 수 있구나. 적어도 세상도 신도 끔찍하리만큼 핏줄 터지게 노력하는 저를 외면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사실 (순수한 마음으로) 저의 아버지가 되어주려는 사람들이 그동안 꽤 많았어요. 그리고 저도 누군가의 의자매가 되어 그녀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아직 인생의 곳곳에는 기록되지 않는 기적들이 일어납니다. 너무도 보통 사람들에 비하면 비참한 보이지 않는 수면 밑의 전쟁을 해온 사람이라, 갑자기 모험을 마치고 초보자 마을로 돌아온 RPG 게임의 용사마냥 얼떨떨하지만 오히려 이제야말로 편의점이 편의점이고 영화관이 영화관인 보통의 기획된 서울 길거리를 맨눈으로 보는 것도 같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남들에게 죄책감을 갖지 않으려 합니다. 억지로 예외를 찾아 다니거나, 원칙보다 예외를 중시하지도 않으려 합니다. 법 공부를 하다 든 생각이기도 하고 충분히 실정법으로 정의구현(..)을 하고 다니는 비버를 보고 든 생각이기도 하고 정의당 활동을 하다 든 생각이기도 합니다. 얘, 좀 가만 좀 있어라!!! 라고 주위에서 저 보고들 많이 말합니다만 안정된 부모와 친척, 동창 네트워크와 학창시절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제가 저를 양육해야했습니다. 어린 아이 하나 크기 위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 하죠. 전 뒤늦게 마을 찾아 삼만리를 했고, 국토대장정하는 기분으로 요즘은 한국 역사 기본부터 다시 공부합니다. 학원에서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며 기본적으로 한국 가정들이 밥상머리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마인드셋을 드디어 접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자본주의, 노력 강조, 현재 인정 등의 마인드셋은 책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하하. 요렇게 고아가 선생하며 밥상머리 교육을 슬쩍 빌려갈 수 있을지는 몰랐지? 농담이고 아무튼간에… 다른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을 믿는 법을 익히려 노력합니다. 그동안은 엄마, 아빠의 늘 비웃고 킬킬대고 악의에 찬 목소리들이 생각나서 함부로 말을 못하는 게 있었어요. 내 목소리도 그렇게 나갈까봐. 어릴 때는 그런 목소리가 정말 씌여지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제도권과 학계의 모순을 본 뒤로는 공부나 일이 좀 무서워졌는데. 아. 아니다. 난 적어도 그러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고 내 발화는 다르다. 나에게 더이상 검열을 하지 말자. 나에게 자유를 주자 생각합니다. 성경의 유명한 구절인 진리가 자유를 준다는 말은 신의 무오성을 믿고 인간이 주사위를 굴릴 힘을 낸단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드시 실수할, 실패할 인간들을 사랑할 힘을 주십시오. 주님. 제가 학문하고 공부하고 대화하고 일할 용기와 자유를. 기쁨을! 더 더 편해지자. 더 편해지자. 생각합니다. 친절한 양아빠가 말해주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널 때리거나 소리 지를 사람은 없어.” 그 말을 듣고 새삼스럽게 ‘진짜 그럴까?’ 생각이 드는 것이 아직 EMDR 치료의 맛을 봐야 할 듯 합니다. 누군가가 보내준 무릎 위에 저를 눕히고 쓰다듬는 이모티콘에 생전 평생 느끼는 느낌을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직 대인공포증은 치료 중이고요. 작은 갈등의 신호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울고는 합니다. 이게 감기처럼 바로 낫지도 않고 화상처럼 잘 드는 전용 연고도 없다네요. 게다가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징징대니 아무래도 다들 아시는 주제라 그런가 ‘고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하고 여기저기서 겐세이를 엄청 넣으시더군요. ….슬슬 오프라인으로 가란 뜻인가!! 다들 트라우마 없는 자유인생 즐겁게 누리시고 환자 앞에서 비틱질 그만하십쇼!! 아무튼 세상을 용서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거 같습니다. 매일 비버가 하는 말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다 할 수 있어.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안 된다 하지만 이렇게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론스타 소송도 이기고,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소송도 돈을 돌려받을 새로운 법리를 만들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비버의 존재 자체가 가끔은 살아있는 경이입니다. 다 할 수 있어.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비버가 하는 말. 괜찮아. 러닝(배운 것)이 있으면 된 거야! 누가 실수하면 아버님이 하셨다는 말. 그런 말들이 제 맘 속의 빛이 되어줬습니다. 부끄럽지만 제 좌우명도 생겼는데 적자면 이렇습니다. 오억 번 해서 안 되면 오억한 번. 안 되어도 일희일비하지 말고 차분하게 그냥 목검을 내려갓듯 한 번 더 하자. 이런 마음입니다. 어차피 전 안 되는 일 투성이인 환경에서 태어났으니까요. 지면 잃을 수 있는 건 목숨 하나. 그건 이미 어릴 때부터 수많은 폭행과 살상 시도를 당하며 수천 번 죽을 각오를 하며 내려놓은 바입니다. 그니까 전 앞으로 더 달려나갈 수 있습니다. 아직은 더 달려나가고 싶다고 느낍니다. 다음주에는 해운대에 설렘이를 데리고 여행을 갑니다. 용궁사에서 바다도 5시간 넘게 보고 싶습니다. 사회의 보이지 않는 이들을 생각하며 울 때, 김민기의 <봉우리>라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88올림픽의 빛나는 순간. 주목받는 메달 수상자들 뒷편에 있던 쓸쓸한 귀환자들을 위해 김민기가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모두 세상 높은 봉우리라 생각되는 곳을 올라가도 “힘들 때는 바다를 생각해 봐!” 그렇습니다. 모든 건 생명의 원천인 바다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잠깐 주어진 삶을 살고 있을뿐, 산이나 바다의 소유자가 아닙니다. 그 노래를 반복하여 듣고 들으며 울다 어느 날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털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잔인하고 끔찍하고 추악한 우리 아버지. 사악하고 여리고 철없고 이기적인 우리 어머니. 그들 앞으로는 외로운 병마와의 싸움만이 아득합니다. 그들도 바다에 이를 수 있을까요. 그래도 절망보다는 희망이, 슬픔보다는 기쁨이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는 것을 믿기에 감히 말하건대 희망과 기쁨을 맹신합니다. (물론 절망과 슬픔이 그것들이 피어나기 위한 토양일 수 있지만) 결국은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수많은 종교가 노래하는 피안의 세상은 결국 그런 것일 겁니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그런 것일 겁니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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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널 때리거나 소리 지를 사람은 없어.”
이게 사회에서도 겪게 되더라구요. 물론 양아버님은 당연히 그런 의미로 하신 말은 아니겠지만...
사회에서 겪게 되는 고성과, 욕설, 폭력의 상황에서도 너무 놀라고 상처 받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게 사회에서도 겪게 되더라구요. 물론 양아버님은 당연히 그런 의미로 하신 말은 아니겠지만...
사회에서 겪게 되는 고성과, 욕설, 폭력의 상황에서도 너무 놀라고 상처 받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금 보니 굳이 안해도 될 말을 한 것 같습니다. 기분이 안 좋으셨다면 사과 드립니다. ㅠㅠ
원래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많이 밝아지시고 잘 살고 계신거 같아서 다행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원래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많이 밝아지시고 잘 살고 계신거 같아서 다행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내가 아직 어른이 덜 되었고 사회 경험이 부족하구나, 내가 참고 내가 버텨야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근데 최근에 이 노래를 듣고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중식이 - 그래서 창문에 썬팅을 하나봐
딱 알맞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사람마다 전부 다르겠지요.
힘든 일이 생기면 지금처럼 글을 쓰신다거나 옆에 그분과 이야기를 하며 배설하거나 노래 가사처럼 차 안이든 골방에서든 펑펑 우는 것도 좋겠죠.
그 상황에 닥쳤을때 뭔가 잘 대처한다는건 엄청 힘든것 같아요. 단지 그 이후에 오는 힘든 감정을 어떻게 해소하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아직 어른이 덜 되었고 사회 경험이 부족하구나, 내가 참고 내가 버텨야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근데 최근에 이 노래를 듣고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중식이 - 그래서 창문에 썬팅을 하나봐
딱 알맞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사람마다 전부 다르겠지요.
힘든 일이 생기면 지금처럼 글을 쓰신다거나 옆에 그분과 이야기를 하며 배설하거나 노래 가사처럼 차 안이든 골방에서든 펑펑 우는 것도 좋겠죠.
그 상황에 닥쳤을때 뭔가 잘 대처한다는건 엄청 힘든것 같아요. 단지 그 이후에 오는 힘든 감정을 어떻게 해소하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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