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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2/11/19 14:50:15 |
Name | 소요 |
Subject | 박사생 대상 워크숍 진행한 썰 |
https://youtu.be/bZo65VgeDRU 기 박사 학생회 부회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장 하기로 했던 인도네시아 캔디데이트 친구는 갑자기 노스캐롤로이나 쪽 대학에 자리가 났다고 ㅌㅌ 했습니다. 가정이 있고, 토끼같은 남편이 있으니 그러려니 합니다. 학생회 활동에 참여한적 없던 베트남 친구가 장학금 연장을 조건으로 일을 맡았습니다. 책임감 있고 대충할 친구는 아닙니다. 까짓꺼 하기로 했던 거 한 번 해보죠 했습니다. 아 물론 저에게 떨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읍니다. 박사 말년차가 다가오니 좁은 경험으로 느끼는 것들이, 머리로 알고 있던 밑그림에 색을 뚜렷하게 칠합니다. 박사 진학하기 전 원서 작성을 도와주셨던 말년차 박사님들이 조언해줬던 것들을 떠올립니다. 자리 잡기 힘든 건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주변 박사 친구들을 보면서 느꼈던 건 누구도 졸업 이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걸 꺼려한다는 거였습니다. 박사까지 올 정도면 인지역량이든, 메타인지역량이든 부족하지 않을 사람들일텐데 말이지요. 아앗, 설마 그러니까 박사라는 잘못된 선택을 내려버린 것인가... 학생회 부회장이라는 명분 있는 타이틀도 달았겠다, 이 참에 아예 일을 벌려보기로 했습니다. 방학 때 가을학기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는 경력개발 워크숍을 진행하고 싶다'고 못을 박아버렸지요. 승 마 일단 하겠다고 박아버렸지만 뭐가 좋을지는 뚜렷하게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니 Individual Development Planning(IDP)이라는 개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개인이 각자 경력 개발 목표를 정의하고 명시화하도록 하는 활동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 서사 너낌이 K-알리오올리오에 들어가는 마늘 한움큼 맨치로 나기는 하지만, 눈앞에 주어진 일만 따라가는 것보다야 스스로 목표를 정하게 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습니다. 혼자 맨땅에 헤딩하기 부담되어 학교 Career & Professional Development Center에 문의해보니, 그런 거 해본 적 없다네요? 오호 통재라. 그럼 어쩐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위스콘신 메디슨에서 2주 뒤에 IDP 온라인 세션을 진행하더라고요. 메일을 보내서 물어봤습니다. 여차저차 이차저차해서 내가 너네 세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싶은데, 혹시 참석이 가능한지? ㅇㅇㅇ 컴온컴온. 산업스파이의 마음으로 어떻게 진행하는지 포인트를 잡아왔습니다. 제가 또 교육학과라 교육 프로그램 구조 분석 하나는 그럭저럭 하거든요. 오케이 여기서는 케이스 스터디를 넣었으면 좋겠고, 여기서는 시간을 더 주어야 하고 오키오키. 산업 기밀을 빼온 후 다른 과에 있는 Career development 전공 교수에게 메일을 썼습니다. 여차저차해서 이차저차 했는데 혹시 너 문하 박사생이나 아는 사람들 중에서 관련해서 피드백을 줄 사람이 있을까? 음... 학교에 Teaching, Learning, Professional Development 센터라고 있는데 거기 가볼래? 학교에 있는 센터인데도 아예 모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졸업 이후 아카데미아만 생각하는 것이 어리석다 생각하여 관심을 적게 두고 있는 곳이기도 했고요. 그래도 추천을 받았으니 혹시 몰라 연락을 드려봤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어요. 센터 선생님이 버선발로 나와서 도와주더라고요. 무엇보다도 learning 센터다 보니까 어떤 식으로 워크샵을 구조화해야 효과적인지 쿵짝이 잘 맞더라고요. 이런 식의 원데이 클라스는 강의보다는 마인드셋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에 서로 동의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센터에서 도와주고 싶어도 박사생들이 안 오니 꼭 좀 홍보에 신경써달라고 부탁을 받았습니다. 이후 Career & Professional Development Center에 있는 친한 일본인 선생님에게 찾아갔습니다. 요로코롬 준비했는데 혹시 요 부분 진행을 같이 해주실 수 있을까요? 소우데스까... 하이 하이. 전 프로그램을 다 짰으니 홍보를 해야겠지요? 이전에도 학생회에서 여러 워크숍을 진행했었는데 참여가 신통치 않았었습니다. 톰이 말하기로는, 우리가 비건한테 고기를 먹이려고 하는 게 아닐까?하면서 접근 방식을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니 근데 교수 불러다가 진행하는 논문자격시험 관련 워크숍도 안 오는 건 아예 밥을 안 먹겠다는 게 아닌가 싶은데 말이죠. 이번 학기에 듣는 수업 중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쓴 책을 가지고 진행하는 수업이 있어요. 거기서 마케팅의 중요성을 밑줄 쫙쫙 돼지꼬리 땡땡하면서 언급하기로는 소셜 미디어는 마케팅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사람들 접근 가능한 채널에 홍보 전단지 돌리는 걸 가지고 마케팅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요. 그 책을 읽고 감명받아 보험판매원 전략을 섞기로 했습니다. 제가 노에작업소 지박령에, 평소에 와쓰업! 한 친구들이 많아서 비벼볼 여지가 많았거든요. 소셜 미디어 홍보는 학생회 다른 임원에게 맡기고, 하나씩 붙잡고 얘기를 했습니다. 더해서 20명으로 인원을 한정하고 모두 사전등록을 하게 시켰습니다. 어차피 그룹 활동을 하려면 학년 + 경력 전망을 미리 파악해서 조를 만들어야 할 필요도 있었어요. 직접 얘기를 하면서 느꼈던 건 같은 교육대학원이라 하더라도 졸업 이후 경력 전망은 천지차이라는 거였습니다. 학교 심리학과 애들이 '우리는 이거 필요 없어 ㅇㅇ' 하길래 '왜왜?'하니까, '우리는 졸업하면 엔간하면 취업하거든'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와 나 머리 띵했어. 난 니들도 우리처럼 흑흑 어떡하지 흑흑 하는 줄 알았어. 어쩐지 맨날 노예 of 노예처럼 상담 센터에서 구르는 이유가 있구나. 하지만 교육정책, 교육통계, 교육이론 인간들은 똑같은 처지인 것 같았습니다. 반응들이 다들 좋았거든요. 양념 2/5, 후라이드 2/5, 절임무 1/5 비율로 15명을 모았습니다. 자 이제 저만 오랄을 잘 준비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제가 영어 말하기 능력이 많이 부족하거든요. 그렇게 며칠을 쏼라쏼라 주절주절 준비하고 오늘이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학교에 부산시레 가서 이름표를 만들고, 활동 자료를 프린트하고, 간식으로 줄 약과도 소분하고, 책상/의자도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워크샵 시작 직전인데 이 냔들이 전체의 절반 정도 밖에 안 왔습니다. 결 워크샵은 잘 끝났어요. 참석한 친구들은 그래도 진지하고 열심히 잘 참여했거든요. 토론도 괜찮았어요. 고학번 학생들에게는 필요 없는 정보가 아닐까 걱정했지만, 처음 세웠던 가설처럼 경험을 쌓는 것과 경력 전략을 잘 세우는 사이는 특정 중재 변인을 고려하지 않으면 인과가 약한 것 같더라고요. 반대로 그러니까 이 워크숍에 참여했을테니 선별 효과를 고려해야겠지만요. 잘 진행되었지만 오겠다고 한 인간들 중 절반이 못 온 건 못내 속상하더라고요. 원래는 컵에 물이 절반만 찼으면 오메 절반이나 찼네 하면서 만족하는 성격인데, 2개월 동안 좌충우돌 준비해 온 과정이 있기에 기대가 컸었어요. 단과대 대상 7명이면 꽤나 준수하다 할 수 있는데, 뚁땽한 건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잘 마무리 할 수 있던 건 발벗고 도와준 사람들이 많아서였다 생각해요. 세상에는 알빠노도 많지만, 자기가 얻는 거 없어도 도와주는 분들도 많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고요. 박사학위에 포함되는 주제 중 하나는 임파워먼트에요. 사회복지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쓰여서 빛바랜 개념이기는 한데, 심리학적 임파워먼트를 이론화 한 짐머먼은 1) 스스로를 통제하고 조율할 수 있다는 인식, 2)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행위, 3) 사회경제적 환경에 대한 비판적인 이해를 통합했어요. 1)+2)만 있으면 자칫 자기계발의 의지로 빠져버릴 수 있어요. 하지만 자신과 자신의 집단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에 대한 비판적 이해 그리고 이 환경을 개선하고 하는 개인적/실질적인 노력을 장려하는 순간 사회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어요. 유럽권에서는 다른 식으로 프레임워크를 짜고 삼원불가능성 정리를 응용해서 비판한 이론도 있지만, 저는 다소 나이브할 수 있는 짐머만의 접근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이번 워크샵을 계획하면서도 짐머만의 임파워먼트 개념을 돌이켜보고는 했어요. 언제나 이상을 말하는 건 쉽지만, 실질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건 지난한 작업이라 생각해요. 글로 이루어지는 공부를 하다보면 많은 것들이 금새 이뤄질 것 같아요. 그게 글의 강점이자 치명적인 함정인 것 같기도 하고요. 이런 식으로 사람들과 함께 부분적으로 성공하고, 부분적으로 실패하는 일들을 하다보면 좀 해독이 되는 것 같습니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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