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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4/12/14 03:07:42수정됨 |
Name | 셀레네 |
Subject | 떠나기전에 생각했던 것들-1 |
퇴사를 앞두고 정리가 안됬던 생각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습니다. 탄핵 정국의 혼란스러운 그 와중에도 쉬지도 못하고 바쁘게 전화 응대하고 확인하고 사무도 봐야 하는 제 자신이 뭔가 싶었습니다. 광화문에 가고 싶어도 당장 삶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니...금요일 새벽이 되어서야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고 글을 하나하나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내 인생에서 제일 후회하고 한탄하고 답답해하는 세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통신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 두번째는 그 업계에서 몇년을 버틴 것. 세번째는 부족한 내 사회성과 그로인한 직장에서 가는 곳마다 원만하지 못한 인간관계. 내가 그 업계에 버티기를 선택한 것이기에 오롯이 내가 책임을 져야 하고 능력과 노력과 어필 부족을 탓해야 하는게 마땅한 거겠죠. 일 못하는 너 때문에 피해를 끼친다고 손가락질하고 고함과 폭언을 들어도 결코 원망해서도 안되며 오히려 미안해야 하는게 맞을 거에요. 지금 있는 회사는 SK라는 발주처 밑에 도급사의 협력업체, 즉 하청입니다. 고객이 인터넷이나 전화 개통 요청을 하고 개통을 위한 공사요청을 받으면 전봇대나 건물에 광케이블 공사를 하고 돈을 받는 곳입니다. 협력업체는 많습니다. 하청에 하청..하청까지요. 통신 업계랑 직무는 여러 군데가 있어서 제 생각이 다는 아니겠지만 제가 속한 쪽은 접근하기는 쉽지만 버티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일년도 안되어 그만두는 사람도 허다하고 몇년을 버텨도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 어려우며 소문은 또 빠르고 사람은 돌고 돕니다. 끼리끼리 어울리는게 심하며 야근과 주말 근무가 흔한데 내가 원하는 보상을 못받는 곳이 이 바닥입니다. 수당? 워라밸? 개나 주라고 하세요. 협력업체는 SK 밑에 도급사에게 관리를 받고 그들이 요청(사실상 명령)하는 업무나 확인 요청을 군말없이 수행해야 하며 한번 밉보이면 계속 밉보이고 시달리게 됩니다. 도급사 뿐만 아니라 사무실 내에 윗사람에게도 잘보여야 하고 현장팀과 개통 업체(SK에서 만든 또다른 자회사)도 신경을 써야합니다. 사무를 보다가도 전화를 받고 전화를 받으면 확인하고 해명을 해야하고 또 윗사람이 물어보면 재깍재깍 즉문즉답을 해야하고 일일보고도 흔하고 그런 수직적인 구조에서 몇년을 버티다보면 도태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저절로 독해질 수 밖에 없는거죠. 한번 뭔가 실수하면 그 바닥에서 돌고돌아 씹히고 씹히게 되요. 어느 직장을 가도 다 그렇겠지만 이 바닥은 유독 소위 말하는 빠릿빠릿함과 화술, 즉 실수를 해도 덮을 수 있는 입터는 능력과 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용어도 어렵고 건설업으로 분류된 곳이라 험한 말과 욕설과 폭언이 흔한 곳입니다. 지금은 유해졌지만 그래도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불행히도 빠릿빠릿함과 화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게다가 조금만 고함을 지르면 스트레스와 불안함을 느끼는 정도가 심한데 어찌어찌 해서 버텼지만 이제는 그 한계가 지금 있는 회사에 와서 드러나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좋아지는 게 아닌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죠. 전에는 그래도 혼나도 집에오면 오늘은 뭐하지? 시간쪼개서 공부좀 하자 라든가 주말에는 어디 좀 놀러가자 그런거였다면 지금은 무너진 내 삶에 대한 걱정 그동안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살았구나라는 한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참 어이가 없죠.. 누구든지 버티기 힘든걸까 아니면 내가 고치려는 노력도 안하고 정신을 못차린걸까..? --이어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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