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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08/29 22:15:45수정됨 |
Name | 로냐프 |
Subject | 보드게임 소개 없는 보드게임 이야기 |
안녕하세요? 가입후 처음으로 글을 올리네요. 어쩌다 2년전부터 뜬금없이 보드게임에 입문했는데, 흥미가 생겨서 꾸준히 했었고, 이제 슬슬 초보자는 벗어나는 단계입니다. 참고로 제가 소개하려는 내용은 소위 "게이머스 게임"이라고 불리는 게임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보드게임들을 편의상 파티게임과 게이머스 게임이라고 나누는데, 파티게임은 다들 아시는 젠가나 할리갈리처럼 룰은 단순해서 배우기 쉽고 머리를 쓰기 보다는 주로 순발력이나 몸(?)을 쓰는 것이라면, 게이머스 게임은 복잡한 룰을 가지고 치열한 머리싸움이 필요한 게임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게임 룰을 설명하는데, 짧으면 30분에서 길면 1시간 이상 걸리는 게임들이죠.^^ 1) 보드게임 지켜라!! - 처음 인상적이었던 건 카드 슬리브 또는 프로텍터라 불리는 물건이었습니다. 보통 한 게임에 카드의 숫자가 적어도 수십장은 되고, 300~400장을 넘는 게임도 흔한데, 99%의 게이머들은 일단 포장을 뜯자마자 모든 카드에 일일이 프로텍터를 씌웁니다. 참고로, 보드게임계에 표준적인 카드 사이즈라는 건 없습니다. 다 제각각이라 보드게임 주문할때 카드사이즈를 파악해서 미리 주문해야 하죠. 그나마도 하나의 게임이라고 같은 사이즈의 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경우는 종류별로 따로 파악해야 합니다. 다만, 몇 번 사다보면 종류별로 프로텍터 재고가 집에 넘치기 때문에, 일단 집에 있는거 뒤져서 맞춰보게 됩니다. 2) 다이소는 내친구! - 딱 봐도 덕후처럼 생긴 남자들이 다이소의 화장품 수납 용품코너나 반찬통 코너를 뒤적거리며 그것도 사이즈를 꼼꼼히 확인해가며 보고 있다면, 대략 75%의 확률로 보드게이머를 보고 계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카드는 슬리브로 보호가 되지만, 같이 사용되는 컴포넌트들은 뭘 씌울 수가 없죠. 그래서, 비닐봉투에 따로따로 보관하거나 아니면 작은 플라스틱 보관함을 찾게 되는데, 이게 의외로 다이소에서 득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아래의 다이소 16칸 정리함은 아마 보드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사가는 품목이 아닐까 합니다. 3) 덕후의 영역으로 접어들며... -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박스 포장이라는 걸 신경쓰게 됩니다. (저는 아직 이 단계는 아닙니다...) 보통은 윗박스 포장만 하긴 하죠. 아래에 있듯이 박스 포장에는 2가지 방법이 있는데, 아래 새로 다 뜯어내고 아스테지 같은거 사서 새로 포장하는 경우가 있고, 그 보다 많은 경우는 원래 비닐포장을 잘~~ 오려내서 처리하죠. 박스 포장은 생각보다 보드게임 보관상태에 영향을 미쳐서, 사람에 따라서는 중고거래시 유의미한 금액차이를 냅니다. 중고거래시 윗박스 포장 여부는 표시해주는게 관례죠. - 2개 윗박스 포장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참고로 둘 다 제껀 아닙니다.^^) 포장에 관심있으시면 아래를.... 4) 진정한 덕후 레벨이 되면, 피규어 도색과 오거나이저(organizer) 제작에 돌입합니다 - 피규어 도색은 감이 쉽게 오시겠지만, 오거나이저는 생소하실 텐데요. 쉽게 말해서, 컴포넌트들과 카드들을 박스안에 안정적으로 보관하는 일종의 맞춤형 수납함을 만드는 것입니다. 수제로 팔기도 하는데, 정작 게임은 4~5만원인데, 2~3만원이상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나무나 골판지로 만드는 용자도 있답니다. 보통 요렇게 비닐봉투에 넣어서 보관하던게.... 요렇게 바뀝니다.^^ 덕 중에 상덕은 양덕이라고 이쪽 레벨로 가면 해외쪽 소스인 경우가 더 많아집니다. 5) 집념의 상징 - 한글화 - 많은 마이너한 취미들이 그렇듯이 보드게임도 국내회사에서 한글판을 정발하는 숫자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히 영어판이나 종종 독어판을 사야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게 생각보다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대단한 영어가 쓰이는 건 아니라 해석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지만, 한창 게임하고 있는 도중에 카드를 펼쳤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거랑 눈에 힘주고 카드랑 싸우는 거랑은 게임 시간도 그렇고, 몰입도도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래서, 일부 친절한 분들이 "자체 한글화"를 해서 자료실에 공유합니다. 그냥 해석을 하는게 아니라 같은 카드에 영문 내용을 한글로만 바꿔서 올립니다. 그럼, 그걸 받아서 출력해서 그 크기로 자르고 해당 카드에 넣게 됩니다. (여기서 앞에서 말한 카드 프로텍터가 큰 역할을 하는데, 한글화 자료를 프로텍터 앞에 넣으면 되니까, 풀로 붙이거나 할 필요는 없어집니다.) 이게 시간 잡아먹는 귀신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카드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한글화의 필요성이 커집니다. 카드가 몇 장 안되면 애시당초 언어의 차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죠. 따라서, 맘먹고 한글화 하려면 적어도 수백장을 한글화해야 되는데, 그럴려면 초등학생 미술시간을 방불케 하는 가위질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6) 대한글화 시대~~~ - 최근 2~3년간 과거에는 절대 한글판로는 정발이 되지 않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게임들이 하나 둘씩 출시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개고생해서 자체 한글화를 한 유저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정말 국내 회사들이 미친듯이 한글판을 정발하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정식으로 번역되어 판매되는 건 "한글판" / 유저들이 직접한 건 "한글화"로 구별해서 말하기도 합니다. 7) 우리의 소원은 통일? - 보드게임 뿐만 아니라 전체게임계 혹은 많은 문화컨텐츠들이 그렇듯이, 한국 시장은 작습니다. 정말 작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보드게임 "테라포밍 마스"가 겨우 6000개를 완판했다고 모두가 놀랐었죠. 사실 한글판 정발이라고 해도 2000개 팔기도 힘들고, 그러다 보니 언제나 거의 최소 수량만 판매를 해서 좀 인기있다 싶은 게임들은 출시되면 금방 매진되어 뭐하나 공지 뜨면 수강신청 수준으로 경쟁이 치열하죠. 응? 뭔가 앞뒤가 안 맞는데, 잘 안 팔린다며, 매진은 왜 빨리 되는데??? 이건 시장 규모의 문제가 발목을 잡는건데... 게이머스 게임들은 한글판 발매에 돈은 많이 들고, 수요는 적습니다. 번역비도 따로 들고, 카드나 컴포도 비싼 편입니다. 반면, 회사들이 매우 영세합니다. 거의 동아리 수준으로 운영되는 회사도 있고, 심지어 실제 대학 동아리에서 직접 판권을 사서 번역해서 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체계적인 수량 예측이 잘 안되고, 한 두번의 실패로 적자가 심각해지거나 아예 수익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본인의 자기만족으로 뛰어드는 경우도 있어서, 아주 보수적으로 수량을 책정하게 되죠. 그나마 선주문이나 펀딩으로 사전 수요를 파악하려고 하지만, 심지어 이것조차도 매진과 적자사이를 오가고 있죠. 통일이 되면 시장이 넓어질까요? (참고로, 보드게임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고, 교육게임이라고 최근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들은 엄청나게 시장이 팽창하고 있습니다.) 8) 자주가는 사이트 및 정리하며... - 보드라이프 : 국내 최대의 보드게임 사이트입니다. 제가 가장 자주가는 사이트입니다. - Boardgamegeek : 세계 최대의 보드게임 사이트입니다. - 보드라이브 : 보드게임을 소개하고, 게임플레이를 중계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이외에도 보드게임 관련 채널이 몇개 더 있지만, 저는 여기를 많이 가는 편입니다. - 쓰고 보니, 보드게임도 게임인지라 게임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현상이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카테고리는 "게임"으로 하겠습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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