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18/03/19 11:50:31 |
Name | 뒷장 |
Subject | 다른이들이 모두 미사에 갔을 때 |
작고 기분좋은 찰랑거림 소리가 우리의 감각을 깨웠다. 열정적으로 임종기도를 하는 동안, 어떤 이는 응답하고 어떤 이는 울부짖고 있을 때 하나된 호흡으로 능숙하게 물속을 휘젓던 칼질을 기억하고 있었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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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넌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 더 보기
가재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넌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스위스의 화가 페르디낭 호들러( Ferdinand Hodler)는 죽어가는 연인 발렌틴 고데 다렐(Valentine Gode Darel) 의 모습을 관찰 반복해서 그렸죠. 침상에서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상태에서 시작 병이 깊어갈수록 그림속 그녀의 모습은 침상에 가까와지고 마침내는 자대고 그은듯 완벽한 수평의 상태에 이르며 숨을 거두게 되죠. 생각하면 삶은 수직, 죽음은 수평인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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