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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06/16 16:01:55 |
Name | 나방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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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여름 낮에 밤 눈 이야기 하기 |
밤 눈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 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 얼어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 너의 춤을 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 하늘에는 온통 네가 지난 자리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아아,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 찬 세상, 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 또 다른 하늘을 너는 돌고 있어. 네 속을 열면. ** 또 겨울이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그때도 거리는 있었고 자동차는 지나갔다. 가을에는 퇴근길에 커피도 마셨으며 눈이 오는 종로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형식을 찾지 못한 채 대부분 공중에 흩어졌다. 적어도 내게 있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력감이 육체에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알았다. 「밤눈」은 그 즈음 씌여졌다. 내가 존경하는 어느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삶과 존재에 지칠 때 그 지친 것들을 구원해줄 수 있는 비유는 자연(自然)이라고. 그때 눈이 몹시 내렸다. 눈은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상은 눈을 받아주지 않았다. 대지 위에 닿을 듯하던 눈발은 바람의 세찬 거부에 떠밀려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하늘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처럼 쓸쓸한 밤눈들이 언젠가는 지상에 내려앉을 것임을 안다. 바람이 그치고 쩡쩡 얼었던 사나운 밤이 물러가면 눈은 또 다른 세상 위에 눈물이 되어 스밀 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때까지 어떠한 죽음도 눈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밤눈」을 쓰고 나서 나는 한동안 무책임한 자연의 비유를 경계하느라 거리에서 시를 만들었다. 거리의 상상력은 고통이었고 나는 그 고통을 사랑하였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잠언이 자연 속에 있음을 지금도 나는 믿는다. 그러한 믿음이 언젠가 나를 부를 것이다. 나는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다. 눈이 쏟아질 듯하다. https://youtu.be/1ODes7nlPrc 소녀여 기형도 전집 중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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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첫번째 사진은 가회동에 있는, 제가 한 일 년 정도 일하던 가게에서 찍었습니다. 아마도 2013년 12월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일을 그만 둔 지 한 이 년 정도 지난 여름에 일하다 알게 된 친구가 저 가게에서 사진전을 열었어요. 아는 사람 불러다 조촐히 오프닝 파티를 했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그리고 집에 털레털레 걸어오다 아무데나 엉덩이를 붙여 앉고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가방에 든 시집 중 하나를 골라 다 꼬부라진 혀로 옹알이하듯 시를 읽어주었습니다. 그날 집에서 들고 나간 ... 더 보기
저 첫번째 사진은 가회동에 있는, 제가 한 일 년 정도 일하던 가게에서 찍었습니다. 아마도 2013년 12월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일을 그만 둔 지 한 이 년 정도 지난 여름에 일하다 알게 된 친구가 저 가게에서 사진전을 열었어요. 아는 사람 불러다 조촐히 오프닝 파티를 했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그리고 집에 털레털레 걸어오다 아무데나 엉덩이를 붙여 앉고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가방에 든 시집 중 하나를 골라 다 꼬부라진 혀로 옹알이하듯 시를 읽어주었습니다. 그날 집에서 들고 나간 시집은 장석남의 것과 기형도의 시집이었고 제가 읽어드린 시가 위의 <밤 눈>. 여자친구는 제 이상한 애교를 귀여워해주었고 덕분에 늦게까지 술마시고 돌아다니는 걸 대강 얼버무릴 수 있었어요. 그리고 집에 들어가서 한잠 늘어지게 자고 낮에 일어나서 가방을 열어보니 장석남 시집은 없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입생로랑 틴트가 들어있었습니다 끗
모리야마 다이도(Moriyama Daido)의 사진이 생각나는군요. 지난 겨울에는 이거 따라해보려고 눈보라가 치는 새벽에 인적끊긴 거리에서 곱은 손가락에 입김을 불며 덜덜 떨었던 기억이 ㅎㅎ
‘어떤날’이었을 때 이병우의 기타소리는 듣고 있으면 불안하고 서늘해요. 1집도 2집도 모든 곡이 다 너무 너무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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