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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3/19 11:50:31
Name   뒷장
Subject   다른이들이 모두 미사에 갔을 때


When all the others were away at Mass
I was all hers as we peeled potatoes.
They broke the silence, let fall one by one
Like solder weeping off the soldering iron:

다른 이들이 모두 미사에 갔을 때
나만 그녀에게 남아 함께 감자를 깍았다.
납땜 인두에서 눈물처럼 녹아 내리는 납물처럼
감자껍질이 툭- 툭-  떨어지며 정적을 깼다.

Cold comforts set between us, things to share
Gleaming in a bucket of clean water.
And again let fall.
Little pleasant splashes
From each other’s work would bring us to our senses.

양동이 속 맑은 물에 어슴푸레 빛나는 것들이
차가운 위안으로 공유되어 우리 사이에 감돌았고
감자껍질이 다시  떨어졌다.
각자 깍은 감자가 번갈아 만들어  내는

작고 기분좋은  찰랑거림 소리가 우리의 감각을 깨웠다.

So while the parish priest at her bedside
Went hammer and tongs at the prayers for the dying
And some were responding and some crying

교구의 사제가 죽어가는 그녀의 침대곁에서

열정적으로 임종기도를 하는 동안,

어떤 이는 응답하고 어떤 이는 울부짖고 있을 때

I remembered her head bent towards my head,
Her breath in mine, our fluent dipping knives–

나는, 그녀의 머리가 내 머리쪽으로 수그려진 채,

하나된 호흡으로  능숙하게 물속을 휘젓던 칼질을 기억하고 있었다.

Never closer the whole rest of our lives

우리 생에서 그처럼 친밀했던 적이 없었다.

-Seamus Heaney




탐라에 올리려고 했는데 아무리 해도 500자 컷에 걸리네요.

이 시는 몇 해 전엔가 예이츠를 제치고 아일랜드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로 꼽혔다는군요


https://heli29.wordpress.com/2010/08/19/when-all-the-others-were-away-at-mass/

개인블로그이긴 한데 설명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예전에 엄마와 둘이 고구마 줄기 열심히 까던 생각도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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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가 속한 사회의 문화와 배경을 몰라 깊은 뜻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시에서 전해오는 느낌이 좋네요 :)
    I was all hers 라니 ㅠㅠㅠㅠㅠ 아이와 엄마의 사이지만 넘모넘모 애틋하네요 8ㅁ8
    둘만의 공간과 순간에 몰두한 느낌과 그랬던 기억 넘모 좋지요... ㅠㅠㅠㅠ 좋은 시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부분 뭐라 표현할 말이 안 떠올라 땜빵하고 스킵 ㅎㅎ
    loremipsum
    안 그래도 오늘 같은 날 예이츠 읽고 있었는데 너무 좋네요ㅎㅎ
    발타자르
    헛! 직접 번역하신 건가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Erzenico
    좋은 글 감사합니다 ^~^
    Danial Plainview
    임종미사 장면은 문태준의 <가재미>가 떠오르는군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가재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넌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 더 보기
    임종미사 장면은 문태준의 <가재미>가 떠오르는군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가재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넌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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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의 화가 페르디낭 호들러( Ferdinand Hodler)는 죽어가는 연인 발렌틴 고데 다렐(Valentine Gode Darel) 의 모습을 관찰 반복해서 그렸죠. 침상에서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상태에서 시작 병이 깊어갈수록 그림속 그녀의 모습은 침상에 가까와지고 마침내는 자대고 그은듯 완벽한 수평의 상태에 이르며 숨을 거두게 되죠. 생각하면 삶은 수직, 죽음은 수평인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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