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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1/24 10:16:14
Name   아나키
Subject   현행 청각장애 등급의 불합리함에 관하여
저는 한 쪽 귀가 들리지 않습니다.

잘 안들린다 수준이 아니고 아예 들리지 않습니다.

국민학교 2학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 쪽 귀에서 심한 발열과 통증을 느껴서

동네 병원 이곳저곳을 찾아가보았으나 별 다른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고 약을 처방받았지만

여전히 통증이 가라앉질 않았고 지방거점의 국립 모 대학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았지만 별무호전.

그러는 사이에 귀가 서서히 안들리기 시작하더니 불과 몇개월 사이에 청력을 완전상실했습니다.

성인이 되고나서 친구가 서울의 S 대학병원 영상의학과로 일하고 있던 시절에 검사를 해보았더니
(사실은 '뭐? 그래? 나도 보고싶은데?'라고 해서 마루타처럼 끌려갔습니다만...)

들리지 않는 쪽의 청신경이 완전히 죽어있다더군요.  

너무 오래되어서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심한 중이염이었던 것 같은데 왜 병원에서 알아채지 못했는지 알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여튼간에 당시 친구가 '이거 장애등급 나오는거 아님?'이라는 말을 해서 '어? 그런가?'싶어 관련자료를 찾아보았는데

나한테 좋은일(?)이 생길리가 없다는 이 세상의 법칙때문인지 당연하게도 편측 청각장애로는 장애등급이 전혀 나오지 않더군요.

그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오늘은 문득 그 생각이 나서 글을 써봅니다.


청각장애 등급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2급
두 귀의 청력 손실이 각각 90데시벨(dB) 이상인 사람
3급
두 귀의 청력 손실이 각각 80데시벨(dB) 이상인 사람
4급 1호
두 귀의 청력 손실이 각각 70데시벨(dB) 이상인 사람
4급 2호
두 귀에 들리는 보통 말소리의 최대의 명료도가 50 퍼센트 이하 인사람
5급
두 귀의 청력 손실이 각각 60데시벨(dB) 이상인 사람
6급
한 귀의 청력손실이 80데시벨(dB) 이상, 다른귀의 청력 손실이 40데시벨(dB) 이상인 사람

출처 - 아주대학교병원 난청센터 홈페이지


편측 청력상실자에 대해서는 아예 기준을 잡지 않고있죠.

청각장애와 쌍을 이룬다고 해야될까요, 비교하기 가장 쉬운 것이 시각장애인데, 시각장애의 경우에는 등급표가 다음과 같습니다.


제1급
좋은 눈의 시력(만국식 시력표에 의하여 측정한 것을 말하며, 굴절이상(屈折異常)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교정시력을 기준으로 한다. 이하 같다) 이 0.02 이하인 사람
제2급
좋은 눈의 시력의 0.04 이하의 사람
제3급
좋은 눈의 시력이 0.08 이하의 사람
두 눈의 시야가 각각 주시점(注視點)에서 5도 이하로 남는 사람
제4급
좋은 눈의 시력이 0.01이하인 사람
두 눈의 시야가 각각 주시점에서 10도 이하로 남는 사람
제5급
좋은 눈의 시력이 0.2 이하인 사람
두 눈에 의한 시야를 2분의 1 이상 잃은 사람
제6급
나쁜 눈의 시력이 0.02이하인 사람

출처 - 강남구청 홈페이지


6급의 경우에는 편측 시력상실자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비교를 위해 갖다놓기는 했습니다만, '시각이 청각에 비해서 중요한 기능이니까 그런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한 쪽 청력을 상실한 채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왔기 때문에 양쪽 귀가 다 들린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상상이 잘 되지를 않아서 거꾸로 '한쪽 귀만 들리면 뭐가 불편하지?'에 대해서 오히려 답을 잘 못합니다.

그럼 한 번 생각을 정리해볼까요? 당장 생각나는 것만 말해보자면


1. 당연하게도 어디선가 소리가 날 때 이게 어느방향에서 나는지 모릅니다.

2. 방향뿐만 아니라 소리에 대한 거리감각도 없습니다.
잘 안들리는 쪽에서 들리는 소리는 멀리서 나는 소리같고, 잘 들리는 쪽에서 나는 소리는 가까이서 나는 소리같고 그런거죠.

3. 이어폰으로 무언가 들으면서 외부의 소리도 신경써야 할 때 방법이 없습니다. 한 쪽 이어폰만 끼워도 외부의 소리와 차단이 됩니다(어찌보면 이득?)

4. 전화는 당연히 무조건 한 쪽으로만 받아야합니다.

5. 이게 가장 불편한건데 잘 안들리는 쪽에 사람이 앉으면 그 사람이 옆에서 말하는 소리가 아주 당연하게도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저는 왼쪽 청력을 상실한지라 친구들끼리 여행갈 일이 있으면 무조건 제가 운전을 하겠다고 합니다.
운전을 안 할 때 왼쪽 뒷자리를 누군가에게 뺏기면 차에서 친구들끼리 이야기하기가 몹시 힘들어지거든요.
모임이 있으면 무조건 30분에서 1시간 가량 일찍가서 가장 왼쪽자리를 선점해야합니다.
모임마다 '아, 제가 한 쪽 귀가 안들려서 그러는데 제가 왼쪽에 계신분 말씀을 씹어도 이게 씹고싶어서 씹는게 아닙니다...'라고 말 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 밖에도 뭐 많겠습니다만 저로서는 오히려 양쪽 귀가 다 들리는 세상이 상상하기 힘든 세상이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한 쪽 귀를 아주 잘 방음이 되는 귀마개로 막고 생활을 해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시각같은 경우에는 한 쪽 눈을 가리고 생활하면 편측시력 상실자와 아주 유사한 체험을 할 수 있지만,

청각은 귀마개로 막는다고 청력 상실자와 비슷한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외부의 소리를 골전도를 통해 듣는 것도 어느정도 되기 때문에 귀를 막아봤자 어느정도는 들린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느정도 유사체험은 가능하겠죠?


여튼간에 저로서는 이게 상당히 불만인지라 종종 생각날때마다 해당부서에 민원도 넣어보고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많은(많아보이는?)

국회의원에게 편지도 써보고 합니다만 아직까진 별 소식이 없네요.

장애는 장애대로 안고 살아야하고 장애인이라고 인정은 못 받는 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두서없이 글을 써보았습니다.

이런 글은 언제나 마무리가 힘드네요.

귀도 잘 들리면서 말귀라고는 전혀 못 알아먹는 박근혜는 퇴진하라?



3


    Ben사랑
    시각보다 청각이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특히 언어습득에는..

    그리고 여러 경우들을 다 고려해서 등급기준을 설정했어야 하는데 하루라도 빨리 개선해야겠네요.
    아나키
    실제로 어린 나이에 발생한 청각장애는 언어사용에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더라구요.
    제가 그래서 말빨이 약한가봅니다..
    네이버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
    를 통해 삶은 간접 체험하고 있습니다.

    현재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등급제를 빨리 개선해야 할 듯 합니다.
    아나키
    그런 웹툰이 있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은채아빠
    절실히 공감합니다. 제가 1년반 전에 진주종 수술을 해서 오른쪽 귀가 거의 안 들리거든요. 왼쪽으로 베게를 베고 자면 흔들어 깨우기 전엔 못 일어나고요. 일상에서 얘기를 나눌 때에도 잘 안들리니 겉돌때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항상 제가 오른쪽 끝에 있을 수도 없고요.
    정말 관련 법은 변경될 필요가 있겠네요.
    아나키
    반갑습니다!! 라고 해야될까요 함께 울어요 ㅜㅜ 라고 해야될까요 흐흐 은채아빠님도 화이팅입니다.
    오른쪽 귀가 그러신거면 운전하실때 조수석에 누가 타고있으면 되게 많이 신경쓰이시겠어요.
    전 다행히(?)도 왼쪽인지라 제가 운전대를 잡으면 일단 대화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데...
    저는 아직 제 자식한테도 숨기고 있는데 이걸 말해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이 좀 많네요.
    애가 '우리 아빠한테 모종의 결함이 있다'는걸 스스럼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런지...
    은채아빠
    아.. 아직 자제분이 아직 모르는 상황이군요! 더 힘드시겠습니다 ㅠㅠ..
    저는 수술하고 나서 커다랗게 붕대도 감고 있었고 아직 흉터자국도 있고 해서 그랬는지, 4살 밖에 안 되었지만 고맙게도 이해해주네요. 주말에 안들리는 자세로 자고 있으면 머리를 잡고 들어서 왼쪽 귀에 말해요. 아빠 일어나요~! 라고 ^^;
    오히려 더 크면 못 받아들이거나 불편해할 것 같기도 합니다.
    은채아빠
    아. 넵. 운전할 때 혼자가 아니면 힘들고 신경이 쓰입니다. 동승자가 조수석에 타고 있으면 대화가 힘드니까요. 다행히(?^^;) 아내도 아기도 목소리가 큰 편이라 식구들 외출은 무난한 편입니다~~
    복지차원에서 보면 해당 분들에게는 많은 아쉬움이 있으실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기준이 아니고 세계적으로 청각장애는 더 잘 들리는 귀(better ear)를 기준으로 합니다. WHO도 마찬가지구요...
    한쪽 귀가 불편한 분들이 전화를 다른 한쪽 귀로만 들어야 하는 건 대충 짐작할 수 있는 거였는데. 차에 탈 때마다 위치선정을 해야 한다는 건 정말 미처 생각지 못했던 거네요...
    가르쳐 주셔서 고마워요. 등급제도가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관련 서명운동이나 캠페인 같은 게 보이면 관심 가질게요.
    Beer Inside
    안타깝지만... 한국의 장애등급은 등급상으로는 세계 주요국가와 차이가 없습니다.

    등급의 문제보다는 장애인에게 돌아갈 수 있는 복지의 파이가 커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장애인 중에서 투자도 많이 받고 혜택도 많이 보는 장애인들이 만성콩팥병환자들입니다.

    이 들이 지금의 복지를 누리기 위해서 '김영삼 정권'시절 청와대앞에서 목숨을 건 시위를 했지요.....

    정책이 아쉽지만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기에 청각장애인도 조직적인 노력을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Jannaphile
    애초에 선천성이냐 후천성이냐에 따라 사회적응이나 취업에서 너무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런데 일률적인 장애등급을 적용하기 때문에, 같은 등급이라도 기업체에서 이 사람을 고용하려고 생각하면 그 반응이 천지차이가 되죠.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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