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5/30 09:58:34
Name   아나키
Subject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존 던은 16세기를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가난하였고, 영국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 성공회의 사제로 일하면서 간간이 시를 쓰며 살았죠.


당시 영국에는 종종 장티푸스와 같은 열병(熱病)이 유행하곤 했습니다.

열병이 한번 휩쓸고 갈 때 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존 던도 열병으로 사랑하는 친구들과 딸을 잃었습니다.

존 던 자신도 고열에 시달리며 병상에 누워있어야만 했죠.

마을 교회에서는 죽은 이가 생길 때 마다 그와 유족들을 위로하는 종이 울렸습니다.


어느 날 병상에 누워있다가 교회 종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은 존 던은

병수발을 하던 아이에게 이번 종은 무엇 때문에 울리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무슨 심경의 변화였을까요.

잠자코 창 밖을 바라보던 그는, 나설 채비를 하는 아이에게 '아니다. 그만 두어라' 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시를 한 편 씁니다.




어느 사람이든지 그 자체로써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이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또한 대양의 한 부분이니

만약에 한 줌의 흙덩어리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게 될지면, 유럽땅은 그 만큼 작아질 것이며

만일에 모랫벌이 그렇게 되더라도 마찬가지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 자신의 땅이 그렇게 되어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감소시킨다

나 역시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알아보기 위하여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므로






어쩌면 우리가 여태까지 별 생각 없이 잃어버린 것들은

우리의 중요한 일부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5241 1
    15928 경제빚투폴리오 청산 17 + 기아트윈스 25/12/26 417 7
    15927 창작또 다른 2025년 (15) 트린 25/12/26 125 1
    15926 일상/생각나를 위한 앱을 만들다가 자기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1 큐리스 25/12/25 466 6
    15925 일상/생각환율, 부채, 물가가 만든 통화정책의 딜레마 9 다마고 25/12/24 632 11
    15924 창작또 다른 2025년 (14) 2 트린 25/12/24 167 1
    15923 사회연차유급휴가의 행사와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에 관한 판례 소개 3 dolmusa 25/12/24 505 9
    15922 일상/생각한립토이스의 '완업(完業)'을 보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1 퍼그 25/12/24 606 16
    15921 일상/생각아들한테 칭찬? 받았네요 ㅋㅋㅋ 3 큐리스 25/12/23 514 5
    15920 스포츠[MLB] 송성문 계약 4년 15M 김치찌개 25/12/23 220 1
    15919 스포츠[MLB] 무라카미 무네타카 2년 34M 화이트삭스행 김치찌개 25/12/23 139 0
    15918 창작또 다른 2025년 (13) 1 트린 25/12/22 187 2
    15917 일상/생각친없찐 4 흑마법사 25/12/22 604 1
    15916 게임리뷰] 101시간 박아서 끝낸 ‘어크 섀도우즈’ (Switch 2) 2 mathematicgirl 25/12/21 326 2
    15915 일상/생각(삼국지 전략판을 통하여 배운)리더의 자세 5 에메트셀크 25/12/21 432 8
    15914 창작또 다른 2025년 (12) 트린 25/12/20 229 4
    15913 정치2026년 트럼프 행정부 정치 일정과 미중갈등 전개 양상(3) 2 K-이안 브레머 25/12/20 347 6
    15912 게임스타1) 말하라 그대가 본 것이 무엇인가를 10 알료사 25/12/20 580 12
    15911 일상/생각만족하며 살자 또 다짐해본다. 4 whenyouinRome... 25/12/19 574 26
    15910 일상/생각8년 만난 사람과 이별하고 왔습니다. 17 런린이 25/12/19 926 21
    15909 정치 2026년 트럼프 행정부 정치 일정과 미중갈등 전개 양상(2)-하 4 K-이안 브레머 25/12/19 464 6
    15908 창작또 다른 2025년 (11) 2 트린 25/12/18 256 1
    15907 일상/생각페미니즘은 강한 이론이 될 수 있는가 6 알료사 25/12/18 653 7
    15906 기타요즘 보고 있는 예능(19) 김치찌개 25/12/18 377 0
    15905 일상/생각무좀연고에 관한 신기한 사실 5 홍마덕선생 25/12/18 596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