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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4/23 17:53:36
Name   리틀미
Subject   병원에서 피진어 현상
작성자가 본문을 삭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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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글 덕에 피진어라는 걸 배웠습니다.
  • 춫천


리틀미
예전에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인데 그냥 심심해서 올려봐요 ㅋㅋ
하늘밑푸른초원
지역마다, 사회마다, 직업군마다 특이한 언어가 구성되기 마련인데, 이걸 정리하는 것이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네요.
금전적인 문제가 제일 클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굳이 정리할 필요가 잇나요..?
하늘밑푸른초원
언어란 것을 들여다보면, 그 언어를 쓰는 그 인간집단의 인식이라든지 사회구조라든지를 어느 정도 깊이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본문 역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네요.
예를 들어, 원주민들의 언어가 하나하나 사라질 때마다, 여러 풍부한 인류의 생각들 역시 하나하나 사라져 간다고 하면서 안타깝다는 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뭐 여기에 대해서 관심이 없으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아, 학문적으로 생각해보면 가치 있는 일이겠네요.

여기에 대해서 관심이 생길뻔 했는데...제 느낌인가요 말씀에 날이 선 듯 하네요. 제가 잘못 여쭤봤는지...
하늘밑푸른초원
솔직히 조금 불쾌했습니다.
왜 정리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것이 마치 이 본문의 내용도 읽을 가치가 없다는 것과 같은 말로 들렸거든요.
제 식견이 두 분에 미치지 못하니 올려주시는 글은 감사하게 보고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어떤\' 가치가 있느냐 하는 물음이었지 \'가치가 없다.\' 라는 의미로 폄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시길 바라고

제 무지와 부주의로 인하여 불쾌함을 느끼신 점에 대해서 사과드립니다.
기아트윈스
아 이렇게 아름다운 커뮤니티라니. ;-) 멋져요.
에밀리
현재의 한국어로 거칠게 봐서 뜻은 같으나 그 느낌을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혹은 한국어 어휘 능력의 부족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미묘한 말들을 정확하게 말하기 위해 외국어인 전공 용어를 그냥 사용하는 일을 말씀하시는 거죠? 공대에도 그런 경우가 많아요. 꼭 이런 것뿐 아니라 일부러 사용하는 \'보그체\' 같은 것도 뒤섞이다 보면 난장판 -.- 뭐 그 쪽 전공하는 사람들끼리는 다 통하니 은어의 역할이기도 한 것 같아요.
Beer Inside
ancedotal한 것들이 많아서 그럴 겁니다. =3=3=3
damianhwang
anecdotal요? =3=3=3
레지엔
써야되는 용어의 방대함과 단어의 엄밀성에 비해 의료 종사자들이 언어학적 소양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부분도 크지 않나 그런 생각을...(..)
우리말로 의학용어 무리하게 번역하려는 운동에 대한 반사작용도 있더군요
본문의 모든 정황이 앙드레김에게도 적용될 것같은데 앙드레김은 희화화되고 의사는 안그런건 사회가 느끼는 생명과 패션의 차이때문인 것 같습니다.
기아트윈스
훌륭한 통찰이에요. 언어사용의 사회적 함의, 언어의 규정작용 (수동적으로 지시물을 반영하는 거울 같은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지시물을 만들어내는 힘), 언어와 실재 사이의 변증작용 (계속해서 주고 받으면서 발전? 변화해나가는 측면) 등등에 대한 연구라면 한 80년대 까지 여러가지가 많이 나왔어요. 문제는 대부분이 프랑스어로 나온지라 번역 여부와 상관 없이 거의 독해가 불가능할 지경... ;ㅅ;
리틀미
한국 의료인들이 쓰는 언어에 대한 언어학적 접근이 없다는 이야기였어요. 간호사와 의사의 언 소통 같은 건 간호학 논문에서 몇 개 있더라고요. (간호학에서는 의사와 관계나 소통이 중요하대요.)

일반 대중의 의학에 대한 관심에 비해서 의사들과 소통하는 수준이 너무 낮다고 생각되고 교양층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도 거의 없다는 전문직과 비전문직 사이의 소통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요. 다른 분야도 다 그렇겠지만 모국어로 학문을 할 수 있느냐는 점도 중요하고 기타 등등 언어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건 당연하겠죠.

막연하게 병원에서 쓰는 ... 더 보기
한국 의료인들이 쓰는 언어에 대한 언어학적 접근이 없다는 이야기였어요. 간호사와 의사의 언 소통 같은 건 간호학 논문에서 몇 개 있더라고요. (간호학에서는 의사와 관계나 소통이 중요하대요.)

일반 대중의 의학에 대한 관심에 비해서 의사들과 소통하는 수준이 너무 낮다고 생각되고 교양층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도 거의 없다는 전문직과 비전문직 사이의 소통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요. 다른 분야도 다 그렇겠지만 모국어로 학문을 할 수 있느냐는 점도 중요하고 기타 등등 언어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건 당연하겠죠.

막연하게 병원에서 쓰는 언어들에서 어떤 한계가 느껴졌어요. 그런데 별로 이런 언어학적 연구는 없더라고요. 저도 실험실 생활도 해봐서 전문직에서 대체가 어려운 외국어 사용은 익숙한데 병원의 언어들은 단순히 명사의 대체가 아니라 피진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문법이 많이 무너지고 언어가 어떤 구조에 심하게 지배되는 느낌이었어요.
기아트윈스
맞아요. 말씀하신 연구는 말하자면 의료인력 출신으로 인류학과에 재입학한 사람 손에서 나와야 할 듯한데 그런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 있을리가 쿨럭..

지금 재학중인 학교 친구 하나가 국내 모 한의대에서 박사과정까지하다가 여기와서 인류학으로 전향(?)해서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긴해요. 한국 한의학계에서의 커리큘럼(??) 그런 게 연구주제더라구요. 그런데 본인 말 들어보니 배신자로 낙인찍혀서 한의학계에선 직업을 못구하지 않을까하는 각오를 하고 연구중이라고해요. 리틀미님이 제시하신 주제로 누군가가 논문을 쓴다면 아마 의료계에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것 같아요.
리틀미
세계은행 김용 총재가 인류학 박사도 같이 했다고 들었는데ㅋㅋ 너무 야심가네요

사실 불쾌해 할 일이 아닌데 메타적 접근에 대해서 그런 시선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인류학이라니... 폴리네시아 원주민이 된 기분일까요.
개인적으로 느꼈을때 장점은 영어를 잘하지 않아도 신기하게 외국 의사들과의 의사소통이 비교적 수월한 점은 있는것 같아요.
일본의 의사들의 경우 자국어로 된 교과서로 대부분 공부하고 한자용어가 거의 완벽히 영어를 대체하고 있어서 영어용어를 잘 사용 안하더라구요. 일본 대학병원에 한달정도 파견 교육을 간적이 있었는데... 같은 과 의사들과도 참 의사 소통이 잘 안되더군요. 물론 영어 잘하는 분은 잘합니다 흐흐
리틀미
아마 제 생각에는 본문에서 지적했듯이 병원에서 사용하는 언어 자체가 지칭하는 대상이 명확한 지시어와 상태를 한정하는 기술들로 이뤄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자국어화 원탑이 일본어죠. 철학이나 법학 용어처럼 독일-일본 루트를 거쳐서 수입된 게 많은 분야는 한국어로 학문하는 게 비교적 수월한 걸로 알아요. 이과 쪽은 아무래도 영어권에서 직수입된 게 많다보니 용어 정립이 어려운 것 같아요. 의학 용어도 일본어의 혜택을 많이 보는데 가령 신경(神經)이라는 단어도 일본에서 만든건데 한국어에서 아주 유용하게 잘 쓰이고 있죠.
가이브러시
으악 재미있어요..예시! 예시가 필요해요 ㅎㅎ
damianhwang
안티 한 바이알 따 ast하고 플루이드 믹스해서 라인잡아 걸어? 뭐 이런거요? ㅎㅎㅎ
레지엔
이건 좋은 예시고... 야 그거 메인에 믹스하고 풀로 땡기고 쟤는 볼루스로 붓고... 뭐하냐 와서 라인 안잡고! 랩 안나가? 어어어 피난다 컴프레션! ... 대충 이 정도 느낌...
김덕배
이거랑 비슷한 현상을 경영대 학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트라이해보자는 말을 처음에 듣고 충격먹었던 저는
졸업부근에 \'그건 좀 시그니피컨트한\'이라는 말을 듣고 어이없다는 뒷담화를 까놓고
졸업하고 나고서 다른 사람과 말하다가 \'프리사이즈리한\'이라는 말을 쓰고말았네요.

이 현상의 핵심을 멋대로 짚어보자면
\'단어의 의미\'를 다르다고 인식하거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실제 같든 같지 않든)
의미전달에서 자신이 느끼는 뉘앙스를 더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자기도 모르게 취사선택하면서 탄생하고
그게 문화로 굳어진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리틀미
사실 예시로 들어주신 것 같은 건 제가 하려는 얘기는 아니었어요. 단순한 외래어 현상이나 영어 남발 문제라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글을 쓰면 잘 전달되었을텐데 좀 불성실한 면이 있었네요.
아랑어랑
어.... 저는 경영학에서의 피진어 예시가 드러난 댓글이라고 생각해요. 제 전문이 아니라 자신이 없지만요..

의대처럼 전문적이지 않은 단어까지도 경영과 경제에서는 피진어적 사용(?)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거기에 반발해서 한글화를 시도해 수업하시려던 교수님이
1.오히려 한자어가 많아져 법전같이 이해하기 힘들어짐
2.수업 듣고 다시 교재 봐야함
대표적으로 이 두 개 클레임 엄청 받고 다시 모든 단어 영어로 수업한 사례 들은 게 있어서요.
김덕배
저도 외래어 남발하는 거랑 유사한 예시인거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경영학과에서 좀 특이하기 나오는게 피진어적인 면모가 있다고 생각해서요. 사실 좀 경계에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damianhwang
정보격차를 두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었을까 싶기는 합니다.
서양사에서도, 로마에서 그리스어를, 중세유럽에서 라틴어를, 영국에서 프랑스어를 그런 목적으로 썼고;
의학같은 경우 지금도 흔히 쓰는 처방약어들 ac, pc, cc 같은 것의 원어는 모른 채로 그냥 그대로 용어로 굳어진 사례이기도 하죠.
(저 단어의 의미를 알고 싶어서 라틴어를 3학기나 들었;;; ante cibos, post cibos, cum cibos..뭐 그런거죠;;라틴어..)
굳이 쉬운 우리말 풀이를 해버리면, 정보격차가 줄어드니까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게... 더 보기
정보격차를 두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었을까 싶기는 합니다.
서양사에서도, 로마에서 그리스어를, 중세유럽에서 라틴어를, 영국에서 프랑스어를 그런 목적으로 썼고;
의학같은 경우 지금도 흔히 쓰는 처방약어들 ac, pc, cc 같은 것의 원어는 모른 채로 그냥 그대로 용어로 굳어진 사례이기도 하죠.
(저 단어의 의미를 알고 싶어서 라틴어를 3학기나 들었;;; ante cibos, post cibos, cum cibos..뭐 그런거죠;;라틴어..)
굳이 쉬운 우리말 풀이를 해버리면, 정보격차가 줄어드니까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외국쪽에서 받아들인 말이라 우리말로 정확하게 100% 일치하는 단어가 없다면, 그런 단어를 만들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노력이 없죠... 정보격차가 날 수록 내 전문성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걸수도 있고요..
그냥 그게 굳어서 더 편하다는 이유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기도 하고요.

일본쪽에서 번역에 신경많이 써서 용어 현지화를 많이 한다곤 하는데...최근의 의학만화인 의룡(메디컬 드래곤)같은 걸 봐도.
교수가 환자 못 알아듣게..독일어로 entlassen 같은 말을 써서 퇴원지시하는 장면이 나오는걸 봐서는...딱히 모두가 그렇진 않은것 같긴 하죠;;

자연스레 생긴 피진어는 대개 외래어를 정확하게 못배우고 유아적(?)으로 배워서 생기는 문제지만,
전문가 집단들의 국한혼용체, 영한혼용체는....정보격차를 두려는 의도가 숨어있었고, 그게 도제식으로 전달되며 굳어진 것이란 생각도 드네요.
어륀쥐 현상하고 비슷할 수도 있고요;;;

뭐 조선시대 양반들도 한시읊으면서 언문 쓰는 것들 얼마나 차별했게습니까만은 ^^:
리틀미
댓글 중에서도 나왔듯이 앙드레김 선생님이 우아하다라고 하면 될 것을 엘레강스하다라고 하는 예, 정보 격차를 두기 위해 암호문처럼 어려운 말을 쓰는 경우, 아니면 효율성을 위하여 약어를 쓰는 경우 등은 특별하게 신경 쓸 만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굳이 고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특별히 \"병원에서의 피진어 현상\"이라고 특정화한 것은 병원에서만 찾을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피진어는 단순히 어휘나 개념을 수입해오는 현상이 아니라 문법 자체가 붕괴되고 새로운 언어가 나타나는 것이거든요. 피진어가 몇 세... 더 보기
댓글 중에서도 나왔듯이 앙드레김 선생님이 우아하다라고 하면 될 것을 엘레강스하다라고 하는 예, 정보 격차를 두기 위해 암호문처럼 어려운 말을 쓰는 경우, 아니면 효율성을 위하여 약어를 쓰는 경우 등은 특별하게 신경 쓸 만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굳이 고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특별히 \"병원에서의 피진어 현상\"이라고 특정화한 것은 병원에서만 찾을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피진어는 단순히 어휘나 개념을 수입해오는 현상이 아니라 문법 자체가 붕괴되고 새로운 언어가 나타나는 것이거든요. 피진어가 몇 세대 거쳐서 다시 문법을 갖추면 크리올어가 되고요.

병원에서 쓰는 언어, 특히 인턴이 쓰는 차트를 보면서 일반 언어와 다른 위화감을 느꼈는데 제 주관이라기 보다 분명히 뭔가 다른 게 있다는 확신이 들더군요. 교수님들이 인턴은 차트를 대충 쓴다고 혼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자꾸 혼나는 인턴이라서 병원 내에서 범용성 있게 최적화된 언어가 인턴이 쓰는 차트 같았어요. 병원에서 쓰는 대부분의 언어는 환자와 환자의 상태, 치료에 대한 것들인데 일상어로부터의 괴리가 피진어랑 비슷한 게 아닌가 싶더군요. 조동사나 시제가 사라지고, 복문도 없어지고, 주어와 한정기술구만으로 이뤄진 문장을 쓰고, 개념어들이 사라지는듯한 특성이 있다는 거죠. 제가 언어학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요.

물론 마치 물리학 이론을 수식으로 전개하거나 프로그래밍 언어로 코딩을 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병원에서의 이 언어 사용은 의사가 병원에서 보내는 생활이나 삶의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였어요. 또 이 언어 사용이 일상 언어 사용과 다르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요. 단순히 전문가 집단의 자연스러운 언어 습관의 고립 같은 게 아니라 병원이라는 구조와 언어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댓글도 보고 의견 교환을 하다보니 아이디어가 조금씩 구체화되는 것 같네요.
damianhwang
그건 이과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
바쁘니까 짧게 쓰는 버릇이 든게 아닐까 싶은 HEENT, RRR, PERRLA 같은 괴상한 말들 ;-)
리틀미
ㅋㅋㅋㅋ 이과라서 원래 조동사나 복문, 개념어 같은 걸 잘 못 쓰는 걸수도 있겠네요 ㅋㅋㅋㅋ 왠지 웃겨요
리틀미
또 본문에도 썼듯이 어떤 경우에는 정확하게 100% 일치하는 단어가 있더라도 대체하지 않거나 일부러 다른 단어를 쓸 필요가 생길 때도 있겠죠. 이건 다른 직종에서도 쉽게 발견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생각은 안 나지만요), 문장 내적으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와 \"할머니가 expire했다\"는 똑같은 뜻이지만 말하는 사람이 의사라는 점 때문에 문장 외적으로 다른 의미를 발생시킵니다. 환자 가족이 못 알아듣게 만든다거나 의사들이 애도 반응을 피하려고 하는 이유가 아니라 환자가 사망했을 때 의사가 해야할 일들에 대한 것이 내포... 더 보기
또 본문에도 썼듯이 어떤 경우에는 정확하게 100% 일치하는 단어가 있더라도 대체하지 않거나 일부러 다른 단어를 쓸 필요가 생길 때도 있겠죠. 이건 다른 직종에서도 쉽게 발견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생각은 안 나지만요), 문장 내적으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와 \"할머니가 expire했다\"는 똑같은 뜻이지만 말하는 사람이 의사라는 점 때문에 문장 외적으로 다른 의미를 발생시킵니다. 환자 가족이 못 알아듣게 만든다거나 의사들이 애도 반응을 피하려고 하는 이유가 아니라 환자가 사망했을 때 의사가 해야할 일들에 대한 것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죠. 의사들도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는 expire라는 말을 쓰진 않는데 이건 일부러 신경 써서 일상어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expire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죠. 사실 제가 본 의사들은 일상어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일상 자체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조차 요원한 사람들이 많았으니 ㅋㅋ 여튼 뭔가 느낌은 오는데 더 나아가기에는 제 역량을 벗어나는 것 같아요.
sway with me
의학용어를 번역하려는 노력, 그러니까 한국어 의학용어를 만들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실 한때 순우리말에 가까운 용어를 만들어서 보급하려는 노력도 하고 했지요.
하지만... 뭐 결과는 실패...
제가 의대 졸업하던 시기 정도와 맞물려서 순우리말 용어집을 만들어서 보급하려고 하고, 어떤 경우에는 글 쓸 때 강제하기도 했는데, 일단 저부터도 안 쓰게 되더군요. 이유는 뭐 불편해서죠 다른 것보다... 그런 용어를 새로 배운다는 것이 번거로우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그런 용어를 익히더라도 영어로 된 의학용어는 따로 또 알아야 할 수 밖에 없고...
damianhwang
지제근 교수님은 이제 은퇴하셨죠? ;-)
병원약사 1년차들 첫 임상연수할 때 용어교육을 지제근 교수님 영상강의로 배웠더랬어서..

예전에 IT분야 일 할때. 그리고 지금 약사일 하면서..책 번역하는 일을 몇번 했는데..
용어문제때문에 골머리를 앓곤 헀죠. 영어. 한자어, 순우리말 세개를 놓고 어떻게 번역해야 하나..;;
정작 저 자신은 영어용어를 거의 그대로 쓰는데, 번역할 때만 사전찾고 용어집 찾으면서 고민을 하게 되는 ^^;;;

그런데 돌이켜놓고 보니, 순우리말로 용어를 해놓은게 의미파악은 빠르더라구요;. 전환기에... 더 보기
지제근 교수님은 이제 은퇴하셨죠? ;-)
병원약사 1년차들 첫 임상연수할 때 용어교육을 지제근 교수님 영상강의로 배웠더랬어서..

예전에 IT분야 일 할때. 그리고 지금 약사일 하면서..책 번역하는 일을 몇번 했는데..
용어문제때문에 골머리를 앓곤 헀죠. 영어. 한자어, 순우리말 세개를 놓고 어떻게 번역해야 하나..;;
정작 저 자신은 영어용어를 거의 그대로 쓰는데, 번역할 때만 사전찾고 용어집 찾으면서 고민을 하게 되는 ^^;;;

그런데 돌이켜놓고 보니, 순우리말로 용어를 해놓은게 의미파악은 빠르더라구요;. 전환기에는 혼란이 많고 영어, 한자어, 순우리말 세가지를 다 익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겠지만.
앞으로를 보자면 어휘나 용어번역을 많이 해놔야 될텐데. 여기에 대해 큰 고민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더라고요..;;
sway with me
네 은퇴하신지 좀 되셨지요.
저도 요새는 용어 번역에 신경쓰시는 분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다만 한국어로 된 교과서 같은 걸 쓰게 되면, 표준용어집을 사용하도록 한글 용어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주어지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때가 좀 번거로워요. 평상시에는 전혀 안 쓰는 용어들이라서...
돌이켜 보면 초기 학습 시에는 순우리말 용어 쪽이 빨리 감을 잡을 수는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나중으로 가면 사용빈도가 빈번한 쪽이 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더군요.
마스터충달
공대생 입장에서 특히나 일본 쪽이 발달한 재료 분야를 나온 입장에선 아예 영어로 통일해버렸으면 합니다. 같은 개념인데도 영어와 일본식 한자어가 혼용되면서 인식의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꽤 많거든요. 심지어 전혀 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단어도 있죠. 뭔가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가 중요한 학문이 아니라면, 업무에 한정하여, 차라리 영어로 통합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뭐 거의 그런식으로 가고 있긴 하지만요) 그래서 단어만 외국어를 쓰는 피진어라는 거 오히려 의사소통에 더 낫다는 기분도 들어요.
damianhwang
한국어 용어를 개발하는게 젤 좋긴 하겠죠;
그런데 그게 쉽진 않을 것 같긴 합니다...;
리틀미
피진어의 문제라기보다 전문 용어의 문제인 것 같은데... 학문을 거의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는 입장에서 앞서 가는 분야의 언어를 그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건 이미 그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학문끼리의 경쟁이 아닐까요? 영어나 일본어를 같이 써도 고관절이나 hip joint, 신경이나 neuro-의 예를 보면 이걸 아무렇게나 바꿔 써도 혼동을 유발하진 않거든요. 재료공학 쪽이라면 잘 모르지만 아직까지 일본이 약간 우위를 가지고 가거나 일본에서 유학한 교수님들의 영향이 남아 있는 상황인가 봐요. 재료과학 개론책 잠깐 꺼내봤는데 stress, shear, tensile 이런 용어들을 한자어로 쓰면 헷갈리겠죠 ㅋㅋ 아주 빠른 시일 내로 다 영어만 쓸 것 같아요.
리틀미
누가 추천에 피진어를 코멘트로 남겨주셔서 P.S.를 붙였습니다. 그냥 구글에 검색해서 나무위키나 위키피디아 보셔도 충분하지만.

P.S. 피진어와 크리올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스티븐 핑커 [언어 본능]이라는 책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62374 을 추천합니다.
리틀미
이 책 읽은지 오래되어서 다 까먹었는데 책소개를 읽다보니 병원에서 피진어 현상이라는 게 뭔가 새로운 느낌은 아닌 것 같네요.
[정말 놀라운 사실 한 가지. 미국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문법에 어긋나는 비문법적 언어의 사용빈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는 미국 최고의 지성들이 모이는 학회였다. 가장 높은 교육을 받은 학회가 가장 비문법적인 언어의 온상이었던 것이다.

흔히 수준 낮은 대중문화와 교육의 붕괴로 인해 아이들의 언어사용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고 걱정한다. 그런데 가장 낮은 수준의 교
... 더 보기
이 책 읽은지 오래되어서 다 까먹었는데 책소개를 읽다보니 병원에서 피진어 현상이라는 게 뭔가 새로운 느낌은 아닌 것 같네요.
[정말 놀라운 사실 한 가지. 미국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문법에 어긋나는 비문법적 언어의 사용빈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는 미국 최고의 지성들이 모이는 학회였다. 가장 높은 교육을 받은 학회가 가장 비문법적인 언어의 온상이었던 것이다.

흔히 수준 낮은 대중문화와 교육의 붕괴로 인해 아이들의 언어사용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고 걱정한다. 그런데 가장 낮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대중문화의 폐해에 가장 많이 노출된 길거리 흑인 십대 아이들의 언어는 대단히 문법적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교육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문법적 언어사용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던 것이다.]
하늘밑푸른초원
언어학이란 게 흥미롭죠.
눈부심
한국병원 가면 의사들이 챠트 쓸 때 막 영어로 쓰고 그러면 재수가 되게 없었는데(-_-;) 이해해야 할 것 같은..
리틀미
한국어로 어떻게 써야할 지 몰라서 그런걸거에요 ㅋㅋ
sway with me
대개는 그냥, 그렇게 배운지라 그렇게 쓰는게 편해서 그렇게 쓰는 겁니다.
잘 보시면, 알파벳으로 된 단어의 나열일 뿐, 딱히 영어로 썼다고 하기도 어려운 내용이죠.
너무 재수없다고 생각하진 말아주시길...
눈부심
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게요 ㅎ..
Beer Inside
한글로도 쓰기는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떤 의미인지 명확해 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요.

환자가 지리하다고 이야기는데, 이것을 그대로 지리하다고 쓸지, electric shock like pain이라고 쓸지, tingling sensation이라고 쓸지....

고민되거든요.
의료계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 중에서 말씀하신 피진어 현상을 잘 포착한 게 머가 있을까나요? 하얀 거탑은 몇점쯤 될까용..
Beer Inside
scrubs?
잉 스크럽스가 머야... 찾아보니 2000년대 NBC 드라마네요. 나무위키에서 \'본격 미국 내 인턴 학대 현장을 고발하는 시사드라마\'라는데 올,, 잼있겠어요 ㅋㅋㅋ
리틀미
의학드라마 중에 재밌게 본 게 하얀거탑이랑 하우스인데ㅋㅋ 둘 다 정치나 추리 드라마를 가장한 거라 일상 이상으로 고급 언어가 쓰인 것 같아요 차트나 회의가 나오는 드라마는 없겠죠?
Las Salinas
ER은 어떤가요? 본지 오래되서 잘 기억이 안나네
앗 저는 ER 안 봐서 잘 몰르는데... 혹시 비어 인사이드님이나 리틀미님에게 댓글 다시려고 한 게 아닐까요? 저는 어차피 봤어도 피진어 식별이 힘든지라 ㅎ
약간은 다른 얘기기는 한데 보통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그룹을 형성하고 그 그룹에서 은어 같은 그룹내에서만 통용되는 말이 생기게 되잖아요. 그러면 그 말을 자기들의 관계나 유대감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있다고 더욱 쓰게되고 그걸로 다른 사람들과 구분하는 도구로 사용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개념을 전문용어 사용에도 똑같이 대입해서 전문가들이 전문용어를 쓸 때 마치 소외받는다는 무의식이 듦으로서 기분 상해하는 것 같습니다.
파란아게하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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