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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10/18 00:50:13
Name   뉴스테드
Subject   청년들에게 ‘일해라절해라’ 하지 마라
https://n.news.naver.com/article/036/0000048874?cds=news_media_pc

물러나라. 목적어가 없는 피켓을 들고 당신들은 불시에 흩어집니다. 그렇게 햇빛이 사라진 곳에서 어느 날 다시 눈을 뜹니까. 엎드려 손을 머리 위로. 명령어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여전히 손과 발이 없는 감정을 연습합니까.// 바다의 뼈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파도는 묻습니다.// 아버지,/ 나의 피는/ 검게 수직으로 고동칩니까. ―장혜령,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파도가 묻다’ 중

시인은 아버지의 ‘명령어로 이루어진 세계’를 벗어나 서 있고, 아들은 이제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할 세계에 서 있다. 나와 동시대를 살았던 세대는 정의에 즉각적으로 반응했고, 다음 세대를 위해 당대에 세상을 바꾸고자 했다. 어느 정도는 진전을 이뤘고, 어느 정도는 그로 인해 다른 문제들이 야기됐다. 아들이 자기 삶을 찾아간다면, 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여건이 조성됐다면 비록 발자국이 희미해졌더라도 아버지 세대는 수고한 것이다. 그렇지 못했다면 자신을 탓할 일이지 아들에게 정의롭게 살아라 타박할 일은 아닌 것이다.

아들은 젠더 문제로 누나와 얼굴을 붉히고, 친구들과 논쟁 끝에 동아리를 그만두기도 했다. 북한이나 난민 문제에는 또래와 비슷하게 보수적으로 열을 올리고, 청년전세대출의 이자가 급작스럽게 오르자 정부를 향해 진보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강의실 안에서의 경쟁이 치열한 것 같지만 친구들을 응원하고 취업을 축하하는 마음엔 별로 이기심이 엿보이지 않았다. 공대생이었지만 아빠의 인문학 이야기에 귀 기울여줬고 면접에 도움이 됐다는 칭찬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딱히 아빠의 생각을 따르지 않는 게 불편한 적은 없다. 시대와 함께 자연스럽게 고민하고 성장해가는 것만은 분명했다.

카를 만하임은 말한다. “청년들이 보수적일지, 반동적일지, 진보적일지는 현존 사회구조와 그 구조 안에서 청년들이 차지하고 있는 지위가 청년 자신들의 사회적 목적들과 지적 목적들의 촉진에 기여할지 안 할지에 달려 있다”고.(<세대 문제〉) 정치에 관심 가져야 한다, 투표해야 한다, 투쟁해야 한다(화염병을 들라는 말은 정말 끔찍하다), 이 모든 말은 기성세대가 멋대로 설계한 유토피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아들을 눕혀놓는 것과 같다. 자신의 세계를 자신이 살아가고, 느끼고, 개선하도록 용기를 주고 기꺼이 그 도전에 응전해야 한다. 아들에게 대신 무슨 말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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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것도 일종의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뒤늦게 이제서야 조금씩 알아가는것 같습니다.
그저 제자리에서 할수 있는 일을 하면 될뿐, 청년이든 동년배든 타인에게 잔소리할 권리는 없는 거라는 것을.



3


하마소
말은 할 수 있지만, 그게 책임이 실린 한 마디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읍니다. 그래야 어른의 최소한의 자격 정도는 갖추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으로.
2
뉴스테드
날이 살짝 흐리면 무릎이 살살 아파지는 시기가 오니까 제가 주역으로 살던 시대는 이제 가버린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제 몸 건사하는 것만으로도 벅찰때가 이제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슬슬 뒷방 늙은이가 될 준비를 해야 할것도 같고 ㅎㅎㅎ
1
청년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일해라 절해라 할 수 없는거죠.
청년을 잠재적 대상으로 보는 것 자체가...
대충 뭐라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봐야 자기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게 대부분.
왜? 내 말이 옳으니까.. 그게 옳든 틀리든 왜 남이 자기 생각대로 움직여야 하는지는 생각은 해봤는지..
5
뉴스테드
공감이 갑니다. 내 말이 옳다고 숱한 세월을 부르짖으며 살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뿐인걸요.
물냉과비냉사이
본인 인생을 쓰레기통에 쳐박든 남이 알바가 아니긴하죠. 굳이 청년만 간섭받지 말아야 할 특별한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뉴스테드
제가 청년이었을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 선배, 그리고 상사들에게 조금만 덜 간섭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이제와서 하고는 합니다. 어땠을지 궁금해요.
치즈케이크
조직생활 하다보면, 본인말에 토다는 사람이 없는게 진짜 본인이 옳은 소리를 해서인지, 아니면 사회적 지위때문에 다들 입닫고 있는것인지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1
뉴스테드
많은 정도가 아니라 대다수가 그러하겠지요. 사회적 지위는 없지만 당장 저부터 ㅎㅎㅎㅎ
다크초코
아니, 저 글부터가 남한테 "일해라 절해라"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ㅋㅋ
늘상 간섭을 하겠지만 적어도 청년들에게 만큼은 일해라절해라 하지마라 뭐 이런게 아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이브러시
이제 일해라 절해라가 더 익숙해지는거 같습니다.ㅠㅠ 아 원래 뭐였지?
뉴스테드
일해라 절해라가 아니었다니... ㅎㅎㅎㅎ
꼭 훈수두고 싶다면 챌린저부터 달아야
뉴스테드
저는 훈수라기 보다 자아성찰에 가까운 글이라고 읽기는 했습니다.
Echo-Friendly
Work & Bow
뉴스테드
일해라 절해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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