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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3/10/07 15:40:34 |
Name | 뉴스테드 |
Subject | 사데크 헤다야트 ‘눈먼 부엉이’ |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196043?cds=news_media_pc 하지만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가 한때의 정치 현실을 고발하는 기능만 담당했다면, 금세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을 겁니다. ‘눈먼 부엉이’의 진짜 문학적 가치는 인간 존재의 부조리와 영혼의 본질적인 고통을 정면으로 들여다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죽음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문장마다 가득합니다. 가령 이런 문장들이지요. ◎ “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은 다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 아직 인간은 그런 고통을 치유할 만한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7쪽) ◎ “내 인생 전체를 포도처럼 짜서 그 즙을, 아니 그 포도주를, 성수와도 같은 그것을 한 방울 한 방울, 내 그림자의 메마른 목구멍 안으로 떨어뜨리고 싶다. 한때 나였던 존재는 죽었다. 그것은 이미 부패가 진행 중인 몸에 불과하다. 나는 생이라는 포도를 짜내서, 그 즙을 한 숟가락 한 숟가락씩 떠서, 내 늙은 그림자의 메마른 목구멍 안으로 흘려 넣어야 한다.” (61쪽, 64쪽 발췌) ◎ “이 세계는 텅 빈 슬픔의 집이었다. 나는 맨발로 슬픔의 집의 모든 방을 하나하나 돌아다니는 사람처럼 가슴 속에 불안과 근심이 가득했다. 가장 마지막 남은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내 등 뒤에서 문이 저절로 닫힐 것이다.” (99~100쪽) 병상에서 아편에 취해 꿈을 꾸듯이 죽음을 경험하는 주인공 ‘나’는, 부엉이 모습을 한 자신의 그림자에게 죄악과 불안을 고백합니다. 주인공이 현실과 환상 속에서 보게 되는 소녀는, 삶에 대한 강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어가기 시작하는 존재이므로 이 욕망은 결국 제거 당하기 마련이지요. 인간의 모든 욕망은 언젠가는 소멸합니다. 작가 헤다야트는 ‘삶에 대한 욕망’과 ‘필연적인 죽음’ 사이의 불일치 때문에 인간의 슬픔이 발생한다고 봤습니다(“이 세계는 텅 빈 슬픔의 집이었다”). 헤다야트는 바로 그 지점을 소설로 진단했습니다. -------- 제목이 선정적인 면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기사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쩌면 익숙한 불교 교리와도 비슷한 점이 보여서 대략 이해하기 수월한듯 싶어요. 이 책은 영화로도 니왔다고 하니 인터넷의 바다에서 영화를 찾아볼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C1enmBvfLU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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