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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3/02/23 11:50:48 |
Name | 카르스 |
Subject | ‘20년짜리 진보정치’ 한 사이클이 끝났다 |
2022년 3·9 대선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를 통틀어서도 ‘가장 어젠다가 약한’ 대선이 될 것이라 보았다. 실제로 지난 대선은 탈모약, 쩍벌남, 어퍼컷이 지배했다. 나는 왜 그렇게 예견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20년짜리 한국정치’의 한 사이클이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략) 한국 진보세력의 전열 정비는 두 가지 사건을 계기로 이뤄진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이념으로 재무장한다. 신자유주의 반대는 ‘도깨비 방망이’였다. 자본주의 반대도, 정리해고 반대도, 등록금 인상 반대도 ‘신자유주의 반대’ 한 방이면 다 해결됐다. 전열 정비의 다른 축은 민주노동당 창당이다. 1987년 이후 지속된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산물이었다. 2002년 12월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유행어를 남긴다. 노무현과 이회창의 초박빙 선거였음에도 약 100만표를 득표한다. 부유세,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라는 정치적 히트상품을 만들어낸다. 현재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무상 시리즈’의 탄생이다. (중략) 이제, 박근혜 전 대표도 ‘민주노동당 노선’을 수용한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당 색깔을 빨간색으로 바꿨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전면에 내걸었다. 실제로 영국 노동당이 내걸었던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연상시키는 생애주기별 복지국가를 표방한다. 무상보육과 기초연금을 공약으로 내건다. 문재인 정부 역시 ‘민주노동당 노선’을 공약한다. 소득주도성장론,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52시간제, 탈원전 등이다. 박근혜 정부는 ‘민주노동당 노선의 1기 정부’였고,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동당 노선의 2기 정부’였다. 양당이 경쟁적으로 민주노동당 노선을 채택했기에, 정의당은 ‘정치적 차별화’에 실패하게 된다. 오늘날 정의당이 어려워진 근본 이유다. ‘실언의 왕’ 윤석열 대통령의 탄생은 역설적으로 현재 진보 노선이 ‘과도함’을 말해준다. 좋은 것도 과하면 되돌아봐야 한다. ‘20년짜리 진보정치’의 공과(功過)를 평가하고, 우리는 이제 ‘역사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한다. 출처: http://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2230300095 ======================================================================= 제가 추게보낸 글(https://kongcha.net/recommended/1198)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네요. 정치성향을 막론하고 생각해볼 만한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말하신 복지 확대를 느끼는 게... 예전 학계의 한국 복지제도 논의는 '한국은 왜 이렇게 복지수준이 얉은가' '왜 우리는 북유럽처럼 못하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요즘은 '여전히 얉은 복지국가여도 그동안 눈부신 성장을 했음을' 인정하고 논의를 합니다. 대신에 제대로 된 복지국가화를 위한 현재 한국 복지제도의 역진성, 사각지대, 얕은 보장수준, 낮은 지속가능성 등의 문제들을 지적하지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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