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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3/08 11:58:51
Name   빈둥빈둥
Subject   저는 악필입니다.
네. 저는 악필입니다.

어릴 적 부터 글자를 무던히도 못 썼죠. 삐뚤빼뚤.
국민학교 시절 글자 잘 쓴다고 칭찬을 못 들어서 그런거다 라고 합리화를 시키긴 하지만...
대 놓고 그렇게 이야기하기에는 무리수가 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네모칸 공책에 글자를 하나하나 써서 선생님에게 검사 맡을 때는 참 스트레스가 많았던거 같네요.
나름 잘 썼다 싶었는데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으니. 그렇다고 딱히 못 썼다는 이야기를 들은적도 없었던거 같기도..

악필로 접어들게 된 건 칸이 있는 공책이 아닌 줄로 된 줄공책을 쓰면서부터 인것 같습니다.
글씨도 다닥다닥 붙여서 쓰고, 마음대로 흘려서 쓰고, 대충대충 쓰고. 글자에서부터 뭔가 성격이 나타났던가 봅니다.
수업때 필기를 안 할수는 없고, 하자니 나중에 알아보지도 못할거 같고. 보기도 싫고. 기억하자니 그걸 다 기억은 못하겠고.

공부를 못하진 않아서 나름 '공부 잘하는 사람은 악필이 많댔어' 라고 또 합리화를 하였으나... 이것도 핑계에 불과 했을거 같네요.
나중에 보니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데 글씨도 잘 쓰는 사람들을 많이 봤으니.

전공의 시절에는 늘 윗년차 선생님 또는 교수님들에게 면박을 많이 당했습니다. '니가 적은 차트는 도저히 못 알아보겠다'면서.
하긴. 저도 못알아볼 때가 많았으니깐요. 나중에는 정 안되겠다 싶어서 차트 용지에다가 그냥 차팅한 내용 출력해서 사인만 했었더랬죠.
나중에 전자차트가 생겼을 때는 정말 해방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악필도 장점이 없지는 않더군요.
훈련소에서 훈련받으면서 아내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아내가 편지 받아보고 펑펑 울다가 중간에 무슨 글씬지를 못 알아봐 '이게 뭐지?' 하며 글자 알아보려 하다가 감정선이 뚝 끊겨서 편지 읽는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고...
악필로 칭찬받아본 유일한 경험이었네요.

나이가 드니깐 나이에 맞는 글자체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우리 부모님은 글자를 참 잘 쓰셨는데... 하는 생각도 들어서 글씨연습을 좀 해볼까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게으른 탓에 그것도 잘 안되네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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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er Inside
    저는 전자차트 세대라서 다행입니다. :-)
    빈둥빈둥
    지금도 전자차트를 쓰고 있어서 참 편하긴 하네요. 혹이나 나중에 종이차트 쓰는 곳으로 가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거 같아요.
    저도 악필이라서 아는데 그거 절대 안 바껴요. 필요해서 일년정도 교정을 받은적이 있는데 좀 지나니 다시 원래 글씨체로 복귀 ㅎㅎ
    빈둥빈둥
    안... 안바뀌나요. 또르르...8^8
    옛날에 참 봉투에 판독쓸때는 임상의들 골치아프게 많이 했었는데.. 이젠 글씨 쓸 일이 거의 없잖습니까..
    빈둥빈둥
    거의 없는데 간혹가다가 글씨 쓰는 일이 있으면 좀 부끄러워지고 그러네요. 나중에 아들한테 놀림받을거 같아서 좀 걱정도 됩니다.
    잠못드는밤
    저도 악필이라 어디가서 손글씨를 써야할 상황이 되면 괜시리 부담스럽고 눈치보게 되더라구요...ㅠㅠ
    빈둥빈둥
    그럴때는 고딕체에 가깝게 쓰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결과물은 고딕체도 아닌것이 흘림체도 아닌것이...
    와인하우스
    원고지에 필사라든지 글씨쓰는 연습을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제 경우엔 꽤 효과가 좋더라구요. 몇달 안하니 원상복구된 건 함정..
    빈둥빈둥
    평생 쓰던 버릇을 한번에 고치긴 힘들겠죠... ㅠㅠ
    솔로왕
    전 제가 쓴것도 고민합니다....
    걱정이에요.. 고치긴 해야할텐데 말이지요
    빈둥빈둥
    언젠가 정말 고치지 않으면 안될 시기가 오겠죠?
    저도 엄청 악필이에요
    본문에 있는 군대 에피소드 엄청 공감되네요
    친구넘들 편지 해독한다고 죽는줄 알았다고ㅋㅋ
    빈둥빈둥
    감정을 중화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ㅋㅋㅋ
    친구들과 종종 편지를 주고받는데 제 나름대로 신경써서 쓴게 다쓰고 결과물을 보면...절레절레
    빈둥빈둥
    저도 늘 절레절레... 종종 편지 주고 받으시는거면 각별한 사이이신가 보네요. 요새 손편지는 흔치 않을텐데.
    손글씨인증 한번 하시죠 ㅋㅋㅋ
    빈둥빈둥
    어차피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걸 알지만 누군가가 '엑! 진짜 완전 악필이잖아?!' 라고 할까봐 쫄아서 못하겠어요. ㅋㅋㅋ
    알료사
    원래 의느님은 악필이 더 매력있는거 아닌가요 ㅋ
    빈둥빈둥
    옛날 종이차트를 리뷰할 일이 있어서 찾아보면 '악필인 의사'에 대한 분노가 솟구쳐 오릅니다. 도대체 읽을 수가 없어요.ㅠㅠ 아마 누군가도 제가 적은 차트를 보면서 이를 갈고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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