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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2/14 18:01:43
Name   진준
Subject   그와 잘 지내고 싶었다.
그냥 우연이었다. 우연이었지만 첫 인상만큼은 분명했다. 뭔가 나와는 맞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 다 똑같은데, 드러내는 표현의 방식이 너무도 다르다는 것.

그가 나를 좋아하는 건 알았다. 나도 그를 좋아했지만, 그는 늘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급했고 늘 다가왔고, 나는 느렸고 늘 멈칫거렸다. 그는 나를 차갑게 느꼈을 것이고 나는 그가 지나치게 격렬한 사람으로 보였다.

꾀병이라는둥, 별거 아니라는둥 무시하던 내 두통을 가장 곁에서 걱정하던 사람이었고 안타까워하던 사람이었다. 절절매고 아무 소용없는 거 알면서도 약을 먹이려했다. 열을 재보고 현기증에 쓰러질 때마다 왜 그러냐고, 정신차리라고 소리질렀다. 아무도 그러지 않았었는데. 고마우면서도 늘 입이 무거웠다. 자존심이었을까. 정말 고마웠는데, 왜 말 한마디를 못하고 주저했을까.


사실 나도 널 좋아한다고, 너를 분명히 알고 있지만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나는 늘 시선을 조금은 피했다. 좀 보고 얘기하자는 그는 밝았고 나는 어두웠다. 어둠은 빛을 싫어했다. 인생에 고생이라곤 하나도 모르는 그가 내 마음에 들어와 날 흔들어도 비관적이었던 나는 중심을 잡았다. 나도 흔들리고 싶었었는데. 철이 없다고 무시했던 걸까. 그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밟히고 고생했을 텐데.




이렇게, 나를 어둠속에서 꺼내려는 사람이 드문드문 나타난다. 그리고 늘 멀어져간다. 그렇게, 어둠은 확실하다. 나는 점점 더 빨려가고 돌아올 줄을 모른다.



그래도 그가 보고 싶다. 나도 사실은 널 많이 좋아했다고.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난 돌아섰고, 그도 돌아섰다. 나는 안다. 내가 찾아가면 그는 다시 웃을 것이라는 점을 안다. 하지만 면목이 없어 그럴 수 없다.



방식이 맞지 않다는 건 의외로 큰 문제다.



차라리 도처에 넘쳐 흐르는 사랑가처럼 흔해빠진 관계였다면 여러 답을 구했을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그가 자신을 좋아하는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건 정말이지 서운한 일이었다. 원망할 자격 같은 건 없지만 그가 서운한 만큼 나도 서운하면 안 되는 걸까.


돌아가면 다시 상처입을 것이고 그도 상처입을 것이다. 그는 어떻게든 다가와서 뭐든 하려고 하는데, 나는 그의 상처를 어떻게 고쳐줘야 할지 모르겠기에 그저 생각만 한다. 보고 싶다고. 보고 싶다고.



어지럼으로 의식이 멀어져갈 때 무너지던 그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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