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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2/10 21:36:39
Name   진준
Subject   오늘 외국인 친구와 나눈 대화
(영어라 좀 어색할 수 있겠네요)

"진준, 너 정말 히끼꼬모리로 살려고?"

"응."

"야, 비추야.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려서 살면 훨씬 재밌는 게 많아."

"그렇지. 그럴 수 있지."

"니 말대로 그렇게 골방에 틀어박혀서 수학이랑 물리만 하면 남는 게 없잖아."

"왜 남는 게 없는데? 지적인 만족은 아무것도 아닌 걸까? 하다못해 논문이라도 남지 않을까? 세상엔 유형문화재도 있지만 무형문화재도 있는 법이잖아."

"말은 청산유수다."

"야, 초중고 다 다니고 10년은 서버를 하면서 살았는데 너보다 사람 많이 만났음 만났지 적게 만나지 않았다. 나도 이유가 있는 거야. 근거가 있는 거라고."

"구체적으로 왜때문에 히끼꼬모리가 좋은데?"

"음,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 여긴 나도 포함되구. 그냥 사람과 나누는 대화, 그래. 이런 거 말이야. 이런 모든 게 다 허무하다구."

"사랑을 안 받아봐서 그런 걸까?"

"그건 아닌 거 같아. 난 정말 축복받았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럼 사람을 긍정할 수 있지 않나? 사랑보다 상처가 너무 커서 그런 걸까?"

"기질이랄까? 그런 것도 있겠지. 내향성이 지나칠 수도 있고. 상처도 나름 있겠지. 어느 하나라고 꼭 짚기가 어렵다."

"진준, 넌 히끼꼬모리보다는 뭐랄까, 네 색깔이 분명하달까. 차라리 아티스트를 지향하는 게 낫다고 봐."

"어릴 적에 피아노 3년 배운 게 전부야."

"야, 꼭 그런 것만 예술은 아니잖아."

"그럼?"




"수학과 물리로 예술을 해봐. 넌 아주 잘할 수 있을 거야. 니가 원하면 골방에 좀 틀어박힐 수도 있지. 하지만 사람을 놓으면 안 돼."




아오....

내가 이래서 사람과의 대화가 싫다니까. 머릿속만 복잡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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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n사랑
    수학과 물리를 하더라도 여러 동료 학자들과 공동 작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텐데요.. 그쪽을 잘은 모르지만, 공부하는 것이나 연구하는 것도 혼자만 해서는 비능률적일 것 같아요. 자칫하면 방향을 잘못 잡을수도 있고.
    할 수 있는 연구가 있을 겁니다. 없어도 그만이에요. 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으니까요. 굳이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면 연구를 포기할 수도 있죠. 취미로 만족하는 그런 공부가 되겠죠. 업으로 꼭 삼아야겠단 생각은 없습니다.
    알료사
    영화 <다가오는 것들>의 철학 교수인 여주인공과 제자가 나누는 대화와 비슷하네요. 히키코모리라는 표현은 쓰지 않지만 지적으로 충만한 삶을 사는게 좋다는 이야기를 했지요.
    깊은잠
    갈무리해두신 감정을 친구 분이 살짝 들었다놨다 하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 하하...
    아저씨
    일본 히키코모리 협회의 음모때문입니다.
    nhk에 어서오세요 간만에 봐볼까..
    삼공파일
    저도 옛날에는 과학자가 되면 혼자 골방에 틀어 박혀서 연구만 해도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과학은 사람 정말 많이 만납니다. 반면에 인문학 연구는 본인 능력만 되면 사람을 아예 안 만날 수 있죠. 인문학 지도교수는 입학할 때 보고 박사 논문 심사할 때 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아마 진준님께서 생각하시는 수학과 물리는 지금 대화의 상대방이 말하는 아트에 가까운 것이라고 봐요.

    솔직히 대부분의 이과생들은 수학과 물리를 하면 지적 만족감 1%에 지적 자괴감 99%를 겪게 되고 연구를 시작하게 되면 학문적 스트레스 49%와 인간관계 스트레스 51%를 겪게 됩니다.
    모름지기 학문이란 사람에 관한 것인데, 사람을 안만나고 할 수 있는건가..요?
    학문을 하려면 떼로 해야하지만 공부라면 반드시 그럴 이유는 없죠. <괴델, 에셔, 바흐>는 굳이 분류하자면 미학서겠지만 수학과 물리학이 배제된 무엇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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