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10/08 21:24:02
Name   렐랴
Subject   이런 경우에 사망 원인을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
처음 글을 쓰네요. 요즘 안타깝게 고인이 되신 백남기 씨 때문에 사망 진단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도 갑작스럽게 관심이 생겨서 좀 더 자세히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그러다 보면서 정말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들 케이스를 모아서 같이 풀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의사 선생님들이 많으시니까요. 물론 아니신 분들도 같이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실제 경험한 사례들도 있고, 인터넷 등으로 보게 된 사례들도 있으며 논문 서베이의 예시로 제시된 사례도 있습니다. 좀 의학적 지식이 필요한 질문같은 경우는 최대한 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1. B형 간염으로 인해 치료받다 결국 간경화까지 진행된 어느 환자분. 어느 날 갑작스러운 출혈로 병원에 내원하여 응급 내시경을 하셨습니다. 응급 내시경 상에서 식도 정맥류 출혈을 발견하여 내시경 치료를 받으셨으나 결국 사망하셨습니다. B형 간염으로 인해 간경화가 오고,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하였으니 병사로 보는 것이 맞겠죠.

그런데 이 환자분은 예전 보행자 교통 사고를 크게 당하셨습니다. 때문에 당시 수혈을 많이 받으셨고, 이후 본인이 B형 간염에 걸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 보행자 교통 사고 때문에 수혈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B형 간염에 걸려 결국 간경화, 식도 정맥류 출혈로 사망하였으니, 외인사 - 타살 (교통사고) 로 보는 것이 맞다.
  (2) 수혈에 문제가 있어서 B형 간염에 걸린 것이므로 외인사 - 사고사 (혈액원의 책임) 으로 보는 것이 맞다.
  (3) 외부적인 이유로 B형 간염에 걸린 것이 맞으나 모든 B형 간염에 걸린 사람이 간경화가 되는 것도 아니므로, 이 환자는 간경화 -> 식도 정맥류 출혈로 인한 병사로 보는 것이 맞다.


2. 만약 똑같이 B형 간염 -> 간경화 -> 식도내 출혈로 사망하신 분이 계십니다. 이 분의 어머니도 B형 간염 환자로, 태어날 때 수직 감염으로 인하여 감염을 받았습니다.

  (1) 어머니가 B형 간염에 걸린 원인이 따라, 사인이 결정된다.
  (2) 어머니 때문에 B형 간염에 걸린 것이기 때문에 이는 외인사 - 사고사 (어머니 책임) 로 보는 것이 맞다.
  (3) 태어난 직후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수직 전파를 막기 위한 당시 산부인과 의사의 처치가 미흡했으므로 외인사 - 타살 (산부인과 의사 책임) 으로 보아야 한다.


3. 평소 경련이 있어서 이 때문에 신경과에서 항경련제를 복용중이시던 분입니다. 평소 하시는 일은 건설일을 하시는데, 어느날 60층 빌딩을 짓는 공사 현장에서 갑자기 경련을 하게 되어 추락사를 하게 됩니다.

  (1) 평소 경련이 있었기 때문에 이 환자는 추락사를 했음에도 원인을 경련으로 보고 병사로 보는 것이 맞다.
  (2)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는 도중 사망했으므로 산업 재해로 보는 것이 맞다.
  (3) 환자의 경련 조절을 실패하였으므로 이 환자의 사망 원인은 외인사 - 신경과 의사의 잘못으로 보는 것이 맞다.


4. 폐암으로 진단받고 항암 치료 받던 분으로, 그로 인한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계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울감을 이기지 못하고 약을 드시고 내원하셨고 결국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셨습니다.
  (1) 폐암으로 인하여 우울증이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약물을 과다 복용하게 되었으므로 병사이다.
  (2) 지병이 있긴 하였으나 약물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므로 외인사 - 자살에 해당한다.


5. 초등학교 때 친구와 장난을 치다가 친구의 다리에 걸려 계단으로 구르게 되어 하반신 마비에 걸린 환자분입니다. 하반신 마비 때문에 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40년을 넘게 살아오셨습니다. 그러던 중 욕창이 악화되어 그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하셨습니다.
  (1) 욕창의 발생 원인이 하반신 마비이며, 하반신 마비의 원인이 결국 어렸을 적 친구 때문이라고는 하나 40년이 지난 지금 사망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려우기 때문에 병사라고 하는 것이 맞다.
  (2) 40년이 지났다고는 하나, 이 환자가 욕창에 걸린 이유는 어렸을 적 친구 때문이므로, 외인사 - 타살 (친구 책임)으로 보는 것이 맞다.


6. 신체 건강한 30대 남자로 어느날 갑자기 중증 패혈증으로 내원하여 결국 안타깝게 사망하였습니다. 그리고 검사상 AIDS 인 것이 확인이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10년 전 경 친구와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동성애 관계를 갖게 되었고 당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 AIDS로 인한 면역 억제 상태, 그리고 그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하였으니 병사로 보아야 한다.
  (2) 그 친구 때문에 AIDS 걸린 것에 문제이므로 외인사다.
  (3) 그 친구와 관계를 가진 것은 맞지만 본인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외인사이긴 하나 그 친구의 잘못은 없다.


7. 젊은 여자 환자로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AIDS로 인한 중증 패혈증으로 사망하신 분입니다. 이 환자분의 경우에는 어렸을 적 의붓 아버지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었고, 그 때문에 AIDS에 감염이 되었던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1) 역시 AIDS로 인한 병사로 보아야 한다.
  (2) 의붓 아버지 (...제가 썼지만 진짜 개X끼죠..) 때문에 AIDS에 감염된 것이기 때문에 외인사로 보아야 한다.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나는 것 들 몇 개 추려보았습니다. 몇 개는 "어.. 그럼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하지 ?" 하고 떠오른 것들을 적었습니다. 사실 사망의 종류 (manner of death)는 법적인 문제입니다. 때문에 사망의 원인 (cause of death)를 결정할 때보다 대단히 어렵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사실 중요한 부분은 여러분들이 잘 아는 그 사실인 거죠. 공권력에 의한 폭력.. 그런 부분에 대해서 다른 분들이 많이 짚고 넘어가시는 것 같아서, 한 번 사망 진단서에 대해서 써보았고 서로 의견을 나누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도 위의 경우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을 내릴지 잘 모르겠습니다.



2
  •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954 7
15155 일상/생각청춘을 주제로 한 중고생들의 창작 안무 뮤비를 촬영했습니다. 2 메존일각 24/12/24 409 6
15154 문화/예술한국-민족-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소고 meson 24/12/24 302 2
15152 정치이재명이 할 수 있을까요? 72 제그리드 24/12/23 1617 0
15151 도서/문학24년도 새로 본 만화책 모음 6 kaestro 24/12/23 372 5
15150 게임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1 손금불산입 24/12/23 286 5
15149 사회그래서 통상임금 판결이 대체 뭔데? 7 당근매니아 24/12/23 615 11
15148 정치윤석열이 극우 유튜버에 빠졌다? 8 토비 24/12/23 839 9
15147 정치전농에 트랙터 빌려줘본 썰푼다.txt 11 매뉴물있뉴 24/12/22 1076 3
15146 의료/건강일종의? 의료사기당해서 올려요 22 블리츠 24/12/21 988 0
15145 정치떡상중인 이재명 56 매뉴물있뉴 24/12/21 1857 15
15144 일상/생각떠나기전에 생각했던 것들-2 셀레네 24/12/19 575 9
15142 일상/생각플라이트 시뮬레이터로 열심히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7 큐리스 24/12/19 509 2
15140 정치이재명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고 차악인듯한데 43 매뉴물있뉴 24/12/19 1857 7
15139 정치야생의 코모도 랩틸리언이 나타났다! 호미밭의파스꾼 24/12/19 383 4
15138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양키스행 김치찌개 24/12/19 137 0
15137 정치천공선생님 꿀팁 강좌 - AI로 자막 따옴 28 매뉴물있뉴 24/12/18 748 1
15135 일상/생각생존신고입니다. 9 The xian 24/12/18 616 31
15134 일상/생각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5 Picard 24/12/18 445 7
15133 도서/문학소설 읽기의 체험 -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를 중심으로 1 yanaros 24/12/18 305 4
15132 정치역사는 반복되나 봅니다. 22 제그리드 24/12/18 759 2
15131 여행[2024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0. 준비 7 Omnic 24/12/17 369 7
15130 정치비논리적 일침 문화 7 명동의밤 24/12/16 878 7
15129 일상/생각마사지의 힘은 대단하네요 8 큐리스 24/12/16 798 7
15128 오프모임내란 수괴가 만든 오프모임(2) 50 삼유인생 24/12/14 1889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