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3/09 15:59:28
Name   난커피가더좋아
Subject   [조각글 17주차]닭상(닭에 관한 단상들]
제목 : [조각글 17주차] (☜ 말머리를 달아주세요!)

[조각글 17주차 주제]

닭!

* 주제 선정자의 말
- 닭, 치킨 뭐든 좋으니 '닭'에 대한 수필이나 일기를 써주세요.  (수필과 일기만 됩니다,)
- 최대한 의식의 흐름으로 써주세요. (의식의 전개 과정이 보고싶습니다.)
-  수필 형식이면 닭에 대한 연구도 좋습니다. 닭 해부도 좋습니다. 닭이란게 토종닭 장닭 수탉 등이 있더라 그런데 뭐 어쩌고저쩌고 이러셔도 되구요..
- 그냥 마음가는대로 닭 일기 써오세요!


맞춤법 검사기
http://speller.cs.pusan.ac.kr/PnuSpellerISAPI_201504/

합평 받고 싶은 부분
ex) 맞춤법 틀린 것 있는지 신경써주세요, 묘사가 약합니다, 서사의 흐름은 자연스럽나요?, 문체가 너무 늘어지는 편인데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글 구성에 대해 조언을 받고 싶습니다, 맘에 안 드는 것은 전부 다 말씀해주세요, 등등 자신이 글을 쓰면서 유의깊게 봐주었으면 하는 부분 등등을 얘기해주시면 덧글을 달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

[며칠전 퇴근 후 도서관에서 공부 하다가 머리식힐 겸, 마침 의식의 흐름대로 쓰라는 주제여서 쓴 글입니다.
다소 억지스럽고 오버스럽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시고, 혹시나 다른 의견이나 성향을 가지신 분들께서는 그냥 제가 손가락 움직이는 대로 쓴 글일 뿐이니 크게 의미부여 하거나 맘 상하는 일 없으셨으면 합니다. 혹시나 기분이 상하시는 회원분께는 미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본문

[단락마다 링크를 클릭하셔야 글이 완성됩니다.]

1. 트라우마
호불호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라지만 간혹 죽어도 닭을 못 먹는 사람들이 있다. 오이나 견과류처럼 특별한 알러지를 유발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닭을 못 먹는 이유를 물어보면 어린 시절 시골집에서 머리가 잘린 닭이 자신을 쫓아왔던 기억이라든가, 더 어렸을 때 닭장에 잘못 들어갔다가 갇혀서 공격을 받았거나 하는 등의 ‘트라우마’를 얘기한다. 대학생시절 ‘여장부’같은 이미지의 선배 누나가 유독 닭에 대해서는 거의 공포감을 갖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역시 어린 시절 닭이 쫓아와 부리로 자신을 쪼아댄 적이 있다는 고백을 했다. 요즘 들어 ‘치느님’으로 칭송받는 닭이지만 그래도 그것 없다 하여 먹을 것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강요할 필요는 없었다. 어른들도 끔찍한 사건·사고를 겪고 나면 꽤 오랜 시간 고통을 받고 심지어 치료를 받아야하기도 하는데, 어린 시절의 기억이야 오죽하겠는가.
트라우마는 보듬고 치유해서 극복해나가야 하는 것이지 않을까? 의약넷인 이곳에서 뭐라 함부로 얘기했다가는 영혼까지 털릴 것 같아 더 이상은 의학적인 얘기는 못하겠지만, 그게 기본일터. 이제 나이 먹을 만큼 먹었고 성숙할 만큼 성숙했다고 다시 사람을 닭장에 밀어 넣으면 몸도 맘도 상할지 모른다.
http://www.hankookilbo.com/v/025cd8583b0e45649d34aa5cb9a70d25

2. 계두
닭이 예전부터 지금처럼 신의 영역에 존재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조롱의 대상이었지. 새대가리, 그중에서 닭대가리는 멍청하고 아둔한 사람을 일컫는 일종의 욕설이었다. 돌대가리보다 한 단계 위의 욕이었다고나 할까. 왜 머리 나쁜 사람을 새대가리, 그 중에서도 굳이 닭대가리라 부르는 지 궁금했다. 그때 누군가 들려준 얘기가 있다. 물론 정말 과학적으로 맞는 얘기인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그 사람의 얘기는 다음과 같았다. “닭이 머리가 나쁜데, 얼마나 나쁘냐면 맹수한테 쫓길 때 몇 초마다 뒤를 돌아본대. 자기가 지금 왜 뛰고 있는지를 까먹어서.”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럴싸하긴 하다. 금붕어들이 머리가 나빠서 자기가 배가 고픈지 부른지 몰라 먹이를 주면 주는 대로 먹고 그래서 잘못하면 결국 배가 터져 죽게 된다는 것만큼이나 그럴싸하지 않은가. 뭐 닭에 대해 쓰라니까 생각이 났을 뿐이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2112510442656089&outlink=1

3. 패션오브크리스피
이제 대세에 걸맞게 닭에 대한 영광스러운 얘기를 해보자. 이 나라에는 치느님을 영접하는 치킨교가 존재할 정도로 닭에 대한 찬양이 넘쳐난다. 한국 맥주가 맛이 없는 이유는 치킨이 맛있어서라는 ‘치맥보정론’도 꽤나 설득력을 얻고 있고, 한식 세계화는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김치가 아니라 양념/간장 등 다채로운 한국식 치킨으로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얘기도 역시나 그럴싸하다. 혹자는 종교 복음서에서 따와 “배고픈 우리를 위하여 튀김옷을 입고 뜨거운 기름 속으로 들어가사, 3분 만에 치킨으로 부활 하신다”며 그렇게 부활한 치킨의 크리스피함을 빗대어 ‘패션오프크리스피’라 하더라. 그 장면을 보고 은혜 받아 눈물을 흘렸다 하던데, 찬양인지 개그인지 모를 이런 엄청난 ‘드립’들은 생각해내는 사람이나 그걸 퍼뜨리는 사람이나 참 대단하다 싶긴 하다. 하긴 홍차넷에서도 사진이벤트에 치킨 걸었더니 엄청난 이들이 치느님 영접을 위해 사진을 올리던 기억을 떠올려보니, 치느님의 영광과 은혜는 확실히 존재하긴 하는 모양이다. 근데 그 패션은 ‘passion’이지 ‘fashion’은 아니겠지?
http://www.yonhapnews.co.kr/video/2602000001.html?cid=MYH20150904004400038&input=1825m

4. 반반의 법칙과 파파이스
의식의 흐름대로 쓰라고 해서 쓰다 보니 치느님 영접의 절대원칙 중 하나 ‘양념 반 후라이드 반 무 많이’ 주문서가 떠오른다. 그 누구도 불행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마음의 평화가 오는 마법의 주문이란다. 뭐 요새는 워낙 다양한 양념들이 많지만, 호불호 없는 완벽한 조합은 반반 아니겠는가. 얼그레이님이 올린 ‘조각글 주문서’에 올라와 있는 짤방도 반반이 아니던가. 양념치킨은 아무리 생각해도 한민족이 개발한 최고 발명품 중 하나인 건 확실하다. 그런데 프라이드는 사실 우리만의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에 치킨집이 워낙 많아서 KFC도 썩 잘되는 것 같진 않지만, 한때는 그래도 파파이스라고 내 기준에서는 KFC보다 맛있는 미국 프랜차이즈도 있었다. 원래는 ‘뽀빠이 치킨’으로 들어왔다가 쫄딱 망했는데, 원어 발음 그대로 ‘파파이스’라고 다시 리브랜딩 해서 들어왔더니 잘되더란다. 허허. 근데 이것 역시 ‘popeyes’ 이지 ‘papa is(우리 아빠는)’는 아닐 거다.
http://www.nocutnews.co.kr/news/4493011

의식의 흐름대로 열심히 쓰다 보니, 분량도 채워졌고 주문했던 닭도 왔나보다. 1층 출입구 현관에 도착한 듯 한데, 오홀...요샌 치킨집도 마티즈 타고 배달 다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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