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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1/10 19:08:06
Name   소맥술사
Subject   원전으로 보는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
https://kongcha.net/?b=31&n=73396

모처럼 탐라에서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네요. 뭐 논쟁이라기 보다는 활발한 의견교환에 가까운, 지극히 홍차넷스러운 댓글 타래이지요. 그래서 비교적 최근에 강신준 선생이 번역한 자본론 1권과 2권의 상당부분을 발췌독하면서 약 20년전 학부 세미나때보다는 조금은 나아진 이해력으로 이해한 저의 노동가치론에 대한 생각 전반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마르크스는 여러 측면에서 개념을 기존의 정치경제학자들과 좀 다르게 사용합니다.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가치를 나눕니다.

[사용가치-use value]: 인간의 니즈를 만족시켜주는 속성. 추울 때 입는 코트, 배고플 때 먹는 빵. 사용가치에 있어서는 물건을 서로 비교하는게 의미가 없음. 서로 다른 니즈에 어필하고 있어서 비교하는 게 불가능.

그런데, 비교를 가능케 하는 게 있습니다. 그게 [교환가치-Exchange Value]이고 마르크스에게 있어서 이게 '가치'입니다.

사용가치를 생각해보면, 각각의 상품은 질적으로 달라서 비교대상이 안됩니다. 비교하는 거 자체가 의미가 없어요. 그런데 시장에서는 교환이 일어납니다. 빵1=생수3통 이런 식으로 말이죠. 사용가치에서는 비교의 의미가 없는데 시장에서는 교환이 일어난다는 거지요. 등가교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사용가치 관점에서는 의미가 없지만, 제3의 관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즉 상품의 교환가치는 노동에 의해서 창출된다고 보는 게 마르크스의 주장입니다.
그래서 이를 노동가치설이라 부르지요. 아담스미스도 국부론에서 사실 노동가치설에 기초한 논의를 펼치기도 하고요, 리카르도 역시 이런 전제는 깔려있던 걸로 압니다. 그 이후에 주류경제학에서는 폐기가 되지요. 하지만 그게 맞든 틀리든 마르크시즘에서는 노동가치설을 끝까지 가져갑니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가치를 결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게 바로 투입된 노동시간]입니다. 어떤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인간의 노동시간이지요.
앞서 예를 든 대로, 빵 한봉지와 물 세 통이 시장에서 등가교환되고 있다면 빵 한 봉지와 물 세통에 들어가는 노동의 시간이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2. 페티시즘
그럼 여기에서 잠시 '페티시즘' 얘기를 들여다봅시다. (아재들, 그거 아닙니다. 눈 번쩍거리지들 마시고요.)
일종의 물신주의 같은 것인데, 특별히 설명할 수 없는 '꽂힘'으로 해석해보면 될 거 같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상품에 대한 페티시즘이 나타난다는 게 마르크스의 주장이지요. 상품에 꽂혀있다는 얘깁니다.

무슨 얘기냐면, 상품의 교환가치는 그걸 생산하는데 들어간 노동시간에 의해 결정되는데(마르크스 입장에서는), 마르크스가 보기에 그렇기 때문에 교환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물건은 숫자로 표현될 수 있다는 거죠. 디자인이니 뭐니 필요없고, 투여된 인간노동의 총량으로 표현된다는 겁니다.

마르크스가 이 장면에서 영국의 정치경제학/고전경제학을 비판하지요. 사실은 투여된 노동량으로 설명될 뿐인 교환가치가 곧 '가치'인 것인데, 이를 마치 상품자체의 특성/속성에 기인한다고 말하고 있고(영국의 고전경제학이), 이는 잘못됐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금 500그램과 철1톤의 시장의 교환가치가 같다고 치면, 그냥 금의 빛나는 색깔과 멋이라는 속성과 특성이 그 상품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게 주류경제학의 생각이라고 마르크스는 비판합니다. 상품의 가치를 상품이 결정한다고 하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거지요.  이게 페티시즘이라고 말합니다. 마르크스 입장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금500그램 생산에 투여된 노동시간이 철1톤 생산에 투여된 노동시간과 같다고 보는 것입니다. 여기에 비교적 주류경제학적 개념인 '희소성 개념'이 들어올 수 있지요.

마르크스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항상 ‘생산’을 해오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주 오랜기간 생산자고 곧 소유자였지요. 존 로크가 필머의 가부장론을 비판하면서, 사유재산은 아담의 상속자인 왕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고, 인간이 노동을 해서 즉 지나가다 신이 준 공유재산에서 내가 노동력을 투여해 사과를 따 버리면 그건 내 소유가 된다고 사유재산권을 합리화하지 않습니까? 마르크스가 볼 때, 생산자와 소유자가 일치하는 게 오래된 역사였는데,  자본주의의 대량생산체제에서 이게 깨졌다는 거에요. 생산은 노동자가 하지만, 소유는 자본가가 한다는 것이죠.

이게 왜 페티시즘하고 연결되냐면, 생산자가 소유자였던 시대에는 이 상품에 내 노동이 들어갔다는 걸 잊을리 없는데, 자본주의에서는 이걸 잊어버린다는 겁니다. 이게 1차 소외에요. 소외의 시작이죠. 내가 노동을 해서 만들었는데, 남이 가져가는 상황. 그래서 내가 만든 물건의 가치가 내가 투여한 노동에 있다는 걸 잊어버리고 물건 자체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생산과 소유, 노동과 소유가 분리되지 않을 때에는 그게 내 노동의 산물이라는 게 확실했는데, 이제는 상품 스스로 가치를 갖는다고 착각하는 것이고 이게 상품에 대한 페티시즘/물신주의라는 뜻입니다.

자본주의에서는 이제 자본가와 노동자가 만나는데(지주는 이미 이 시대에 자본가의 하위그룹으로 들어간 상황이죠), 자본가는 자본을 대고 노동자는 노동을 합니다. 한 쪽에서는 자본을 대고, 한쪽에서는 노동력을 대는데 왜 소유권이 자본가에게 있는가?

저는 마르크스의 천재성 내지 의미있는 문제제기는 사실 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요 부분은 철저히 개인의견입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내가 뭘 해서 얻었으면 그 얻은 건 내 것인데,  근데 왜 자본주의는 이렇지? 최종 생산물의 귀속이 왜 노동에 가면 안 되냐? 이자를 자본가한테 주면 되는 거 아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죠. 저는 사실  '당시에 꽤 괜찮았고 지금도 철학적으로 생각해볼만한 지점'으로 이 부분을 좋아합니다.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저한테는 이 부분은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라는 거지요.

어쨌든 기왕 마르크스 썰을 푼김에 계속 가봅시다.

2. 자본이란?
마르크스는 돈을 '화폐'와 '자본'으로 구분합니다.
마르크스가 볼 때 인간의 경제행위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경제행위]는 C(ommodity)-M(oney)-C’(ommodity'), 즉 상품에서 화폐로, 그리고 다시 상품으로 이어지는 행위입니다. 이 행위의 목적은 C'를 사서 소비하는 것입니다. C'를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내가 가진 C를 팔아서 M을 획득하고 그것으로 내가 필요한 C'를 사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나는 농부라 쌀이 있으니 쌀 한 말을 얼마에 팔고, 그렇게 얻은 돈으로 신발 한 켤레를 사는 행위입니다.
이걸 아까 말한 사용가치/교환가치의 개념으로 봅시다.
1)C-M
=>처음의 C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있는데, 위 사례에서 농부는 사용가치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교환가치에는 관심이 있죠
2)M-C’
=>여기에서는 C‘의 교환가치에 관심이 있죠. 즉 C’의 소비가 궁극적인 목적이 됩니다. 여기에서는 M을 통해서 C와 C’의 교환이 일어납니다.
3)여기에서의 M이 Money(화폐) 즉, 교환수단으로서의 '화폐'입니다.

[두 번째 경제행위는 M-C-M’] 입니다.
돈으로 시작해서 물건을 사서 이걸 소비하지 않고 다시 팔아서 더 큰 M’을 얻기 위해 하는 활동이에요. 아까 그 농부가 쌀 한 포대를 100달라에 사서, 가을에 사서 봄에(춘궁기) 혹은 도시에 가서 120불받고 판다고 칩시다. 이 경우에 있어서, C의 사용가치에 관심없죠. 여기에서의 목적은 소비가 아님. 부의 축적. 입니다. M’-M>0 이고 이 차이를 잉여가치의 창출로 봅니다.
이럴 경우 M은 교환수단으로서의 화폐가 아닙니다. 이게 [자본]이라고 합니다. 교환수단으로 돈이 쓰이면 화폐, 스스로 몸집을 불리는 수단으로 쓸 때에는 화폐가 아니라 자본입니다.

이 두 행위는 굉장히 다른 양태를 보입니다. 첫 번째는 목적이 소비이기 때문에 C-M-C’가 완성되는 시점에 시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요.
근데 M-C-M’은 100으로 시작해서 120불에 팔고, 다시 C2를 사서 140불에 팔고, 다시 C3를 사든가 C1을 더 많이 사든가하 하는 방식으로 무한루프를 타게 돼요. exit point가 없습니다.(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기에. )

정리해봅시다.
C-M-C’에서는 M이 교환 수단인데(C-C’를 하는 건 물물교환). 이 행위에 참여하는 인간의 행위도 목적성이 있고, 사회적으로도 두가지 욕구가 충족이 됐기에 마르크스 입장에서는 이건 useful 합니다.
두 번째 행위 M-C-M’에서 C를 떨구면 M-M’  이 되죠. 두 번째 행위는 사람한테는 목적성(이윤)이 있으나, 사회전체 관점에서 보면 useless한 경제행위가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 공산주의에서는 이 행위를 하면 감옥갑니다. 왜 내가 배분했는데 문제인가요? 그건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라서 그런거고, 시장과 유통을 당연시해서 그런거지만 마르크스주의 입장에서는 아니죠. 이윤이 들어갔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거고 이걸 국가가 이윤 없이 하면 된다는 게 뭐 현실에존재했던 그 사회주의 체제지요.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물건을 사서 이윤을 붙여서 팔면 되는 첫 번째 잉여가치 창출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거보다 더 광범위한 잉여가치 창출 방법을 보여주지요. 이제 그걸 한 번 봅시다.

3. '노동'의 특별한 성질

M-C-M‘의 복잡한 형태가 하나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simple form은 일종의 투기(speculation)죠. 물건을 사서 시간과 공간을 변형시켜서 파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보기에 자본주의의 비밀은 complex form에 있어요. 자본가가 잉여가치를 창출하는 주된 방법을 설명하는 게 <자본론>인거죠.
마르크스는 여기에서 가정(assumption)을 하나 갖고 시작합니다.

이 가정은 등가교환의 원칙입니다. 물건이 교환이 일어나면 두 물건의 가치는 같다는 가정이지요. speculation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M-C-M’ M=C=M’ =>여기에서는 M’-M=0 이라고 합시다.

마르크스는 그런데 이 등가교환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잉여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게 자본주의의 비밀이라는 거에요.
두 번째 M이 첫 번째 M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커질 수 있는가를 보겠다는 거지요.

M-C-M’에서 M’이 M보다 커지기 위해서는 C에서 뭔가 변화를 줘야 겠지요. C에 답이 있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반에 설명한 개념으로 다시 돌아와야 해요. 상품에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있다는 그것이죠. C의 교환가치를 사용해서 우리가 잉여가치를 창출할 수 있나 생각해보면, 마르크스의 가정인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서 이게 안 됩니다. C가 아무리 요술을 부려도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용가치에서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C의 독특한 사용가치를 통해서 그걸 할 수 있습니다. 그런 C, 즉 상품이 있어요. 그게 노동입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비밀은 C(노동)의 사용가치에 있다고 말합니다.  

다시 차근 차근 생각해봅시다. M-C에서 C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있죠. 자본가는 M(임금)을 주고 노동력(C)를 사게 됩니다. 여기에서는 일단 교환가치에 관심이 있는 거죠.  wage는 C의 노동의 교환가치와 같아져야함. 그리고 난 뒤에, 즉 임금을 주고 노동을 구매한 뒤에 노동을 사용해서 두 번째 M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여기에서는 자본가는 사용가치에 관심이 있죠. 이제 사용가치를 활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자본가는 Wage를 노동의 사용가치가 노동의 교환가치보다 크게 만들면 됩니다. 일단 교환가치는 임금과 같습니다. 사용가치는 노동을 사용해서 생산한 총 생산량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총 생산의 가치 중 일부만 임금을 커버하도록 하고 그걸 뺀 가치가 나올 수 있는데 잉여가치입니다.

투기가 아니라면, 자본가는 이러한 복잡한 형태 즉 잉여가치(노동) 착취, 노동을 통해서 생산된 총 가치의 일부만 임금으로 주는 방식으로 잉여가치를 창출합니다.

4. 절대적 잉여가치와 상대적 잉여가치
이러한 복잡한 형태의 잉여가치 창출 역시 두 가지 형태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절대적 잉여가치부터 봅시다.
앞서 설명했듯 노동의 교환 가치는 생산하기 위해서 필요한 노동량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노동력을 '생산'한다고 보기는 좀 어렵고, 그래서 produce가 아니라 maintain worker & family의 개념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4인가족 생존과 생활유지'라고 치지요.

복잡한 듯 하지만 생각해보면 쉬운 얘기를 해봅시다.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물품들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 총 시간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하루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S) = (A(식료품)*365+B(피복비)...E*365..Z*365)/365

이러면 하루에 필요한 상품을 계산해볼 수 있어요. 이렇게 하루 하루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모든 상품에 들어간 노동시간과 이를 통해 노동력을 유지한 노동자의 노동력 교환가치는 같습니다. 마르크스 노동가치론에 따르면 그렇다는 거죠.

(개인적으로 이 단순계산 논리가 가장 맘에 안듭니다)
어쨌든,편의를 위해서 이 노동자와 그 가족의 하루 유지를 위해 소비되는 상품 전체에 들어간 노동시간을 6시간이라고 하면, 이 사람의 임금도 6시간 노동하는 가치와 같아집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S(하루 유지비)또한 다양한 C의 조합으로 구성된 Commodity이고요 이 S를 생산하는 데 들어간 노동시간이 6시간이라고 하면, 이렇게 하루의 생활을 유지한 노동자의 하루 wage 역시 6시간 만큼의 교환가치를 갖게 됩니다.
(다 순수하게 가정해서 얘기하는 겁니다. 제가 볼땐 마르크스 경제학은 이 부분이 진짜 약점입니다.)

어쨌든 여기에서 마르크스가 하는 얘기는, 노동의 사용가치가 이 교환가치(6시간 노동)보다 더 크다는 것입니다. 6시간 이상 일하고 있기 때문이지요.(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살인적 노동시간을 생각해보시면...) 위의 가정에서 6시간 이상 일해서 만들어내는 모든 가치는 잉여가치라 봅니다.
이게 절대적 잉여가치의 창출 방법입니다.  추가 근무 시간을 일하고 수당을 받더라도 똑같은 방식의 절대적 잉여가치 창출이 일어납니다.
<그림 1>을 보시죠. 여기에서는 C를 D쪽으로 밀면서 절대적 잉여가치를 높입니다.

<그림 1>절대적 잉여가치


이제 상대적 잉여가치 얘기로 넘어가 봅시다. 마르크스는 최저 생계 기준은 당연히 6시간에 고정돼 있지 않다고 봤어요. 시간에 따라 <그림 1>과 <그림 2>에서 보는 B가 기술발전 등에 의해 생산력 향상으로 A쪽으로 간다고 봤지요. 노동시간도 줄일 수 있고 wage도 줄이면서 상대적 잉여가치를 늘릴 수 있습니다. 비율적으로 지불하는 wage와 그 wage를 책정하는 노동시간이 줄어도 잉여가치 자체는 늘어난다는 것이지요. 생산성 향상이 가져오는 효과입니다.

<그림 2>상대적 잉여가치


5. 노동가치설이라는 불안한 기반 위에서 얻어낸 쓸만한 통찰: 흡혈귀 같은 자본주의?
'자본주의의 일반법칙'
최근에 피케티도 이 얘기를 했어요. 물론 전혀 다른 법칙(사실 피케티 책을 보면 이게 법칙이라 부르기엔 민망한 얘깁니다.)이었지만, 이런 얘기 하는 거 자체가 자본론의 마르크스 표현을 차용한 것이긴 하지요.

마르크스는 기본적으로 자본에는 고정자본과 변동자본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변동자본은 임금 총량이고 고정자본은 땅, 공장, 기계. 광범위한 생산수단에 투자된 것입니다. 변동자본에서 잉여가치가 창출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창출된 고정자본에도 일부 투자가 이뤄집니다. 그리고 일부는 노동에 재투자하지요. 즉 일부는 사람에게 일부는 생산수단 확장에 투자됩니다. 생산수단은 고정자본이지요. 유동자본은 living labor이지만, 여기에서 나온 잉여가치가 자본에 재투자돼 생산수단이 확장됐기에 이는 노동의 죽은 형태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죽은 노동(자본가의 고정자본)은 살아있는 노동(유동자본)을 통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예전에 사회주의 혁명 당시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고혈을 빨아먹는 체제'라는 식의 선전선동이 나오는데  이게 사실 바로 dead labor가 living labor를 빨아먹으면서 큰다는 마르크스의 표현에서 나온 것이죠.

자본주의의 일반 법칙에 대해서 다시 얘기해보자면, 점점 고정자본의 비중이 커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임금에 투자된 자본. 임금은 계속 오를 수 있지만, 전체 자본 축적도에서 임금에 투자되는 비중, 즉 유동자본에 투자되는 비중은 감소합니다. 빈익빈 부익부의 논리가 여기에서 나옵니다.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부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지만, 절대 가치가 아니라 상대적인 비중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본론에 이 표현이 나오지요. 노동이 자본에 절벽에 묶인 프로메테우스처럼 예속돼 살아간다는 표현이요.
한쪽에서 부의 축적이 진행될수록 다른 한쪽의 곤궁함은 더 커지고 이게 자본주의의 일반법칙이라고 본 것입니다.

6. 글을 마치며
다시 노동가치설얘기로 돌아와보면, 사실 마르크스의 주장이 기반하고 있는 노동가치설, 즉 가치의 근원이 노동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제가 볼때는 없습니다.(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제 견해입니다). 가치이론보다는 가격이론이 맞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 노동과 자본이 결합해서 가치든 가격이든 뭔가를 생산했는데 시스템 자체가 노동에게 불리하다는 그것, 그 통찰과 고민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부분이 있지 않나 뭐 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상대적 박탈감'으로 상징되는 현재의 빈익빈 부익부 얘기는 마르크스에게 빚을 지고 있는 사고방식이자 분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이 '낙수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최초의 단서를 제공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우리 모두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한 두 사람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 긴 글을 마칩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칼 폴라니의 '허구 상품'개념과 시장과 사회의 이중운동에 대한 얘기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이제 저녁약속 장소로 이동하기에 혹시나 질문 등이 있다면, 피드백은 내일 오후에 천천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저도 배움이 일천하여 이 이상은 잘 모릅니다. 틀린 얘기도 있을 거구요. 바로잡아 주시면 감사!



17
  • 글 잘읽었습니다
  • 똑 똑 똑, 중정입니다.
  • 종북이다!
  • 홍차넷이 붉게 물들어간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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