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1/16 22:58:31
Name   *alchemist*
Subject   [12주차] Jessie
[조각글 12주차 주제]
무엇이든지 상관 없이 소개하는 글입니다.
픽션으로서 인물 소개를 해도 좋고,
논픽션으로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소개해도 좋고,
비평적으로 작품을 소개해도 좋습니다.


합평 받고 싶은 부분
다른 쪽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글입니다. 모티브를 옮겨오는 데 이상한 점은 없는지,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 이야기 부탁 드립니다.


하고 싶은 말
복귀하고 나선 회사에서 자꾸 이성적으로만 되어서, 이성적인 글을 써야지 했는데 이런 귀여운 글이 나왔네요....; 뭐지;;;

본문



“여보야~ 나 할 이야기가 있어.”

거실 소파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나를 안방에 있는 그가 불렀다. 아빠 다리를 풀고 소파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가보니, 그는 침대 옆에 기대어 앉아 고개는 뒤로 젖혀서 침대 위에 얹어두고, 입은 헤벌린 데다 팔도 다리도 널부러뜨린, 더는 편안할 수 없을 것 같은 자세로 문으로 들어오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식사 후, 설거지를 도와주던 그는 갑자기 전화가 걸려와 안방에 전화를 받으러 갔고, 나는 설거지를 마친 후, 읽다가 끝내지 못한 하루키의 신작을 읽을지, 아니면 진지하게 봐야 할 것 같아 아직 보지 못하고 미뤄둔 ‘Begin Again’을 봐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그는 전화를 받으러 가서는 한참을 안방에 가만히 있더니, 그런 자세로 앉아선 나를 불러낸 것이다. 나는 그의 옆에 아빠 다리로 앉아선 그의 팔을 꼬옥 붙잡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얹고 매달려 입술을 내민 채 그에게 물었다.

“할 이야기가 뭐양~?”
나는 나도 모르게 혀 말린 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나의 이런 식의 뜬금없는 애교를 참 좋아한다.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 분위기가 무거울 수도 있으니, 이런 식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정해진 우리 부부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내가 Jessie 이야기한 적 있지?”
그는 그런 나의 애교에 피식 웃으며 팔에 매달린 내 눈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이름이다. Jessie? 외국인 이름이다. 대체 누구지?

“Jessie 가 누구야?”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와 나는 캠퍼스 커플로 입학 때부터 연애를 했고 결혼을 했기 때문에 그 사이에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웬 Jessie라는 여자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지 나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람,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그는 이런 나의 궁금증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보던 눈을 천장으로 옮겼다.

“Jessie는 말이야. 항상 멋져. 그리고 참 사랑스럽지. 나 사실 어제 꿈에 오랫만에 Jessie를 보았어.”
점점 알 수 없는 소리만 하고 있다. 나는 혼란에 빠졌다. 문득 그가 ‘복면가왕’ 프로그램을 보고 Jessie라는 래퍼가 노래를 너무 잘한다고 감탄을 했던 적이 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자기야, Jessie라면  그 자기가 노래 엄청 잘한다고 감탄하던 그 랩퍼 말하는 거야?
그는 천장으로 옮긴 시선을 내 눈으로 옮기더니 ‘무슨 소리 하는 거냐’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닌데?”
그의 말에 나는 조금 더 혼란스러워졌다.

“……자기야, 그러니까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뜬금없이 Jessie라니. 나 진짜 모르겠어. 나에게 말했던 적이 있어? Jessie에 대해서?”
그는 진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장난기가 묻어있는 표정을 나에게 말을 하였다.

“어, 한 적 있어. 몇 번 했는데? 마지막으로 이야기한 건 우리 결혼하기 1년 전에 내가 프러포즈 하겠다고 여름에 속초 갔었을 때였고.”
점점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그이다. 결혼 1년 전에 속초를 놀러 간 것도 사실이고, 그 날 프러포즈를 받고 펑펑 울면서 수락했던 것도 사실이고, 기억도 다 나는데 그날 Jessie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고? 나 아닌 다른 여자 이야기를? 점점 더 믿을 수가 없어졌다. 그런 이야기를 했으면 내가 기억을 못 할 리가 없을 텐데.

“자기야,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그 날 프로포즈 한 날인데 Jessie 이야기를 했다고?”
나는 살짝 화가 나서 매달린 그의 팔에서 떨어져 옷만 붙잡고 자세를 고쳐 앉고 그에게 물었다.

“아, 그러면 그 날은 이름은 말 안 해주었나 보다. 나 분명 그 날 여보에게 Jessie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 난 Jessie가 항상 가지고 싶었다고.”
그러고 나서 그는 또 그냥 웃어 보이기만 한다. Jessie를 가지고 싶다고? 나 아닌 다른 여자를?

“자기야, 대체 그 꿈속의 그 Jessie가 누구길래 이러는 거야?”
나는 슬슬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그에 대한 의구심과 궁금함과 분노를 누르면서 물어보았다.

“Jessie는 말이야… 어제 꿈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났어. 언제나 항상 같은 꿈에 그 하얀색 품을 나에게 보여주었어.”
점점 더 알 수 없는 소리만 반복하는 그이다.

“대체 Jessie가 누구야?”
나는 마침내 똑바로 앉아서 팔짱을 끼고 심각한 얼굴로 물어보았다.

“누구긴. Jessie라니까.”
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내게 지어 보이며 대답을 했다. 이제 슬슬 누군지도 모르겠는 여자에게 질투가 느껴지고 있다. 아직은 참아주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아마 그에게 정말로 화날지도 모를 것 같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리고 그에게 말했다.

“자기야, 아직 자기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Jessie는 대체 누구야? 대답해줘. 이건 경고야. Jessie가 누구인지 이제는 말해줄래? 이제 말해주지 않으면 화날 것 같아.”
그는 내가 팔짱까지 끼고, 미간을 찌푸린 채 화를 내기 직전의 상황이 되고 나서야, 눈을 반달 모양으로 만들어 입꼬리가 올라간, 내가 좋아해 마지 않으며, 그것 때문에 그이에게 푹 반해버린, 그만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꼭 안아주었다.

“어구구~ 우리 자기 화났쪄? 내가 Jessie 이야기해서?”
그는 혀 말린 소리로 내 머리를 끌어안고 품에 꼬옥 품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내가 몇 번 내 꿈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기억을 못 하는 구나 우리 자기. 아까 전화 온 거 사실 호주에 살고 계시는 우리 큰아버지께서 어젯밤에 돌아가셨다는 전화였어. 그래서 아버지가 나에게 알려주시려고 전화 하신거야. 그런데 큰아버지가 내가 항상 가지고 있던 그 꿈에 대해서 잘 아시던 분이시라, 돌아가시면서 그 꿈을 이뤄주는 유산을 나에게 남겨주셨어.”
“무슨 말이야? 이해가 안 돼.”
나는 살짝 화가 풀린채로 그의 품에서 물어보았다. 제대로 대답해! 아니면 너 큰일 난다!

“아, 큰아버지가 나에게 보트를 하나 남겨주셨어. 흰색 낚시 보트. 나 항상 열릴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보트가 하나 있었으면 했거든. 어릴 적부터 꼭 가지고 싶었어. 이름은 Jessie라고 그 때부터 지어놨었지. Jessie는 사람이 아니라 배야.”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뭔가 모르게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에, 그의 품에서 나는 펑펑 울어버렸다. 이 바보! 배 따위에 Jessie라고 이름을 붙이면 어떻게 하냐고! 나는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속상해서 그의 가슴을 퍽퍽 쳤고, 그는 그런 나를 꼭 안아주며 달래주었다. 아마 세게 때렸으니 꽤 아팠을 거다. 그는 한참 나를 우쭈쭈 하고 뽀뽀도 해주고 어르고 달래고 들었다 놨다 난리를 치고 난 후, 내가 좀 기분이 수그러지자, 내 허리를 두 손으로 감아 번쩍 들어올린 채 말했다.

“자기야, 하지만 그 배는 자기 없이는 의미가 없어. 자기가 있어야 Jessie도 의미가 있게 되는 거야. 나는 언제나 열릴 바다를 타고 나와 자기, 그러니까 우리가 열린 바다로 나아갈 날 그 날을 어릴 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자기야. 그러니까 우리 같이 가자. 알았지?”

나는 그런 그의 말에 또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하지만 이번 울음은 기분 좋은 울음이었다. 내가 없인 의미가 없다니. 으앙. 너무 로맨틱한 우리 자기다. 번쩍 들어올려진 나는 강하게 발버둥을 쳤고 그는 그런 나의 발버둥을 감당하지 못하고 나를 내려놓았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는 입을 삐죽이 내밀고 나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다는 시위를 펼쳐 보였고, 그는 그런 나를 위해 한참을 재롱을 떨어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나는 그의 머리를 양손으로 꼭 붙잡고 그에게 말했다.

“흥! 나를 그렇게 놀리다니 미워! 대신 Jessie, 고 년! 내가 보게 되면 가만두지 않겠어! 내가 마구 굴려서 바다에서 엄청나게 고생시킬꺼야!”
그런 나의 말에 그는 그저 싱글벙글 뭐가 그리 좋은지 사람 좋은 웃음을 내게 계속 지어 보였다.



















[B.G.M. 조규찬 - Jessie]

덧.
조규찬 씨가 쓴 노래를 각색해 보았습니다. 상상력이 참 재미있지 않나요? 흐흐.
참, 잘 아시는 사항들이지만 리마인드를 시켜 드리자면, 영미쪽에서는 배를 She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421 창작[19주차 조각글 주제] '무생물의 사랑' 3 얼그레이 16/03/17 3949 0
    2414 창작[조각글 18주차] 풀 베기 2 제주감귤 16/03/16 3397 1
    2395 창작[조각글 18주차] 궁극의 질문 8 마스터충달 16/03/13 3482 3
    2368 창작[조각글 18주차] 카톡 5 까꿀 16/03/10 3630 1
    2365 창작[18주차 조각글 주제] '대화로만 이어지는 글' 1 얼그레이 16/03/09 3519 0
    2362 창작[조각글 17주차]닭상(닭에 관한 단상들] 7 난커피가더좋아 16/03/09 4326 1
    2357 창작[17주차] 닭처럼 날아간 사람들 4 틸트 16/03/09 3747 3
    2355 창작[17주차] 치킨 11 얼그레이 16/03/08 4695 1
    2354 창작[조각글 17주차] 잘 되야 한다 3 레이드 16/03/08 3195 1
    2340 창작[조각글 17주차] 닭에 관한 여러 가지 고찰 11 *alchemist* 16/03/05 5288 2
    2333 창작[17주차 조각글] '닭' 4 얼그레이 16/03/03 3776 3
    2329 창작[조각글 16주차] 5월, 그 봄 2 *alchemist* 16/03/01 4326 3
    2327 창작[조각글 16주차] 만우절 1 얼그레이 16/03/01 3299 3
    2308 창작[조각글 16주차] 친구의 진실 3 nickyo 16/02/28 4041 3
    2116 창작[조각글 13주차] 아재요 깃발 습니까. 5 nickyo 16/01/25 3626 2
    2103 창작[조각글 13주차] 201X년 봄 4 우너모 16/01/23 3968 1
    2098 창작[13주차 조각글] 눈이 예뻐요 9 얼그레이 16/01/23 3714 1
    2096 창작[조각글 12주차] 괜찮아 2 우너모 16/01/23 3932 2
    2080 창작[12주차] SMAP -1- 5 레이드 16/01/21 3902 0
    2079 창작[12주차 조각글] 수경 8 얼그레이 16/01/21 3588 0
    2062 창작[조각글 12주차] 공화주의 10 선비 16/01/19 3599 2
    2039 창작[12주차] Jessie 6 *alchemist* 16/01/16 4345 0
    2034 창작[12주차 조각글] 소개+인원 충원(2명) 2 얼그레이 16/01/16 3317 0
    2028 창작[조각글 11주차] 인정받는 것, 인정하는 것 10 마스터충달 16/01/15 4497 2
    2027 창작[조각글 11주차]잠수를 타고, 두절이 되어, 절단에 이르는. 3 nickyo 16/01/15 3809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