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6/03/02 16:08:13수정됨
Name   맥주만땅
Subject   인남식 교수님의 이란 침공에 대한 단상
1. 공격 징후는 명확했다.
2개 항모전단을 이란 압박용으로 배치할 때, 한 해군 전문가가 말해주었다. 이건 분명히 실전을 염두에 둔 배치라고. 훈련이나 압박용은 아닐거라고. 전체 11개 전단 중 가용 전단이 3개인데 그 중 둘을 보낸건 심상찮다고 말했다. 항모전단은 물론 미 공군 전체 전력의 45%가 배치되었고, 레바논 미국대사관과 일부 중동지역 미국 기관의 소개작전이 진행되었다. 공격 가능성은  분명 높았다.
====
2. 그럼에도 (나름) 합리적 추론으로는 공격의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첫째. 트럼프는 본래 전쟁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자신은 세계의 모든 전쟁을 끝낼거라고 호언장담했다. 취임 첫날 우크라이나와 가자에 평화가 올거라고 했다. 물론 그대로 되지 않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있다. 개발업자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통해 유리한 딜을 이끌어내는 것을 승리로 여긴다. 전쟁은 마지막 선택지이자 거래의 실패로 인식한다.  부시 행정부를 '전쟁광'으로 비난했던게 작년이다.
둘째. 반전 여론도 높았다는 점.
미국의 이란 공격에 관한 지난주 여론은 반대 49% 찬성 27%였다. (이코노미스트. 메릴랜드 대학 조사는 21%만 찬성) 올 초 이란 정부의 시민 학살때도 미국의 개입을 반대하는 여론이 70%에 달했다. (퀴니피악) 작년 미드나잇 해머 공격 이후 미국의 지속 공격 여론조사결과는 찬성 32%, 반대 49%였다. (로이터/입소스) 물론 모든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자들의 전쟁 지지도는 높았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엔 찬성여론이 79%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당시 부시행정부가 전쟁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유엔안보리에서 그토록 열심히 설명했던 장면과 대조된다. 반전 여론은 부담이어야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궤념치 않았다.
셋째. 미국과 이란간 특별한 충돌 사건이 없었다는 점.
2월말 현재 미국이 군사행동을 갑자기 벌일만한 사건이 두 나라 사이에 있었나? 딱히 없었다. 미국 시민이 이란에 의해 다치거나 죽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영토 침범이 있었다거나 갑자기 핵능력 고도화가 감지되었다거나, 호르무즈에서 미국 선박을 나포했다거나, 아니면 말로나마 핵개발 의지를 밝히거나 미국을 공격하겠다는 선언이라도 나왔으면 모르겠다. 이런게 없는데 갑자기 대규모 공격을 할 수 있나? 명분이 희박했다. 오늘 트럼프는 최근 일들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1979년 이란미국대사관 인질사건부터 USS콜, 1983년 레바논 대사관과 해병대 막사 테러사건까지 언급했다. 항상 '미국에게 죽음을'을 외쳐왔다면서, 오래전 이야기를 꺼내며 때렸다.
넷째. 공격 목적과 후속계획이 불명확하다는 점.
미군 전력으로 이란을 때리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년 6월 이란의 방공망이 준궤멸상태였기에 더 쉬워졌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한두차례 때리는 것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오늘 트럼프는 정권교체 목표를 선언했다. 그러나 최고지도자의 부재가 곧 이란 체제의 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아하고 인내가 필요한 선택지다. 자칫 이라크처럼, 아프간처럼 되는 경우 트럼프는 치명적 오욕을 뒤집어써야 한다. 이란의 신정부 청사진이나 출구전략이 있었을까?  
다섯째, 공격을 통해 미국이 얻는 구체적 이익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
더 안전한 미국을 위해서라고는 하는데... 이란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을 '임박한 위협'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즉 자위권 발동을 공격 명분으로 삼기는 약했다. 이란이 미국을 정면 도발하며 위신을 깎아 먹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 사실 굳이 위험한다는 주장을 따지고 보면 2018년 트럼프의 일방적 JCPoA 파기로 3.67%에 불과하던 이란 농축우라늄이 60%로 치고 올라갔고 더 위험해진 것 아닌가.
====

3. 그렇다면 공격을 감행한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이란: 내부의 약화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판단
2년전 히잡시위로 사회 균열이 명확해졌고, 당시 민심 이반은 명확히 확인되었다. 그리고 올초 대량 학살로 귀결된 시위는 민주화 요구도, 복장의 자유도 아닌 경제난으로 인한 저항이었다. 내심 체제 붕괴까지 치고 나가기를 바랐을터이지만 지배연합의 강력한 제압으로 결국 3만명의 희생자를 남기고 조용해졌다. 아마 트럼프는 밖에서 한번 흔들어주면 다시 안에서 저항의 불씨가 살아나 추동력을 얻을 수 있을것이라 판단한 듯하다. 오늘 연설에서 트럼프는 이란국민들이 정부를 접수하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선전전일 수 있지만) 테헤란 시내에서 공습에 환호하며 춤을 추는 동영상도 퍼지고 있다. 하메네이 체제 붕괴는 이미 시작되었던 것도 맞다. 여기에 외부가격으로 자극을 준 것.  
둘째, 미국: 국내 정치 즉 중간선거와 트럼프 지지도 저하의 반전 계기
무리해보이는 포석이 나올 때는 그 판 자체의 형세보다 돌을 놓는 기사의   개인적 심리상태가 핵심일 수 있다. 이란을 때리지만 내부적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강한 미국, 강한 트럼프를 보여주는 계기로 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오바마 정부때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자 이란을 압박하고 나섰다며 비난했던 이가 바로 2012년 트럼프였다.  무엇보다 ICE도 앱스타인도 일거에 묻어버릴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확증할 증거는 없다) 첫 임기때부터 내걸었던 트럼프의 캐치프레이즈 즉 '힘을 통한 평화'를 세게 보여줌으로써 TACO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싶은 동기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를 잡아챌 계기로 삼고 싶었던 듯하다. 만일 중간선거에서 상원을 잃을 경우, 트럼프는 자칫 탄핵에 몰릴 수도 있다.
셋째, 이스라엘: 이번에도 트럼프 귀를 잡은 네타냐후
이번 공격을 통해 가장 큰 정치적 이익을 얻는 이는 당연히 네타냐후다. 이스라엘 의회의 예산안 통과 시한이 꼭 한달 남은 시점이다. 3월 31일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의회는 해산된다. 과반 이하 연정이지만 각 정파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들어주면서 집권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불투명했다. 10월 총선이 6개월 당겨질 가능성이 있었다. 가자 사태도 슬슬 국민 및 정치권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이스라엘 정치권도 네타냐후의 퇴진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쟁이 계속되어야 하는 네타냐후에겐 가자나 서안지구에서의 공세를 넘어서는 포석이 필요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친네타냐후 유대인 재벌 미리엄 이들슨 등의 대미 정치자금 후원도 트럼프에겐 중요한 요건이었을 법하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은 X에 미국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이스라엘 퍼스트'로 바꾸었고 이는곧 '아메리카 라스트'를 의미한다고 적었다.  
====

4. 트럼프의 계획은 무엇일까?  
첫째, 참수작전 및 지상군 투입 없는 정권교체
아무리 군사력 빌드업을 했다지만 미군 지상군 투입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상군 투입없는 정권교체는 지난한 작전이다. 결국 이란 민중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하도록 공중전과 심리전, 정보전을 할 태세다. 당분간 공습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요인 표적 사살 소식도 들려올 것이다. 내부 친미, 친이스라엘 세작들의 공작도 이어질 것이다. 테헤란과 이란 각처에서 체제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이 공습을 환영한다는 옵틱도 계속 올라올 것이다.
둘째, 지배연합 해체 및 대안 세력 준비
체제교체는 곧 집권 대체 세력의 존재를 의미한다. 정권을 붕괴시킨다음 누구와 손을 잡고 어떤 이란을 세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 그 고민과 전략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래전부터 미국내에서 이란의 미래를 논의하는 그룹은 현 체제내에서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이들과의 연대를 운위해왔다. 생각같아서는 지난 47년 이란 이슬람 혁명정부 요인들 다 숙청하고 싶겠지만, 바로 그 점이 이라크와 아프간에서의 실패요인이었음을 미국은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체제내 핵심인물 중 포섭된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성직자들 중에서는 가능성이 낮고, 혁명수비대 관계자들 중 미국과 협력할만한 인사들을 염두에 둘 수 있다. 마치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날리고 그 자리에 마차도나 과이도 등 반체제 인사를 내세우지 않고, 마두로 정권 넘버2였던 로드리게스를 파트너로 삼은것과 비슷한 논리다. 어쩌면 무모해보이는 이번 공격 뒤에는 염두에 둔 대안세력이 있지 않나 싶다. 트럼프 연설에서 혁명수비대 인사들이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면 과거의 죄를 면책하겠다는 메시지도 눈길이 갔다.
셋째, 이란 개발 프로젝트 및 경제 비전 제시
앞의 항목 맥락과 이어진다. 즉 새롭게 등장하는 대안 세력을 내세워 이란의 막대한 석유가스 개발 및 희소광물의 미국 독점을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주 FT 1면 톱기사 내용에서 유추할 수 있다. 즉 이란을 해방시키고 그 경제이익을 취하면서 트럼프 특유의 개발 서사를 만드는 구상이 연상된다. 부유해지면 이란내 반서구 정서를 가진 잔당들도 사그라들 수 있다는 장기적 구상도 따라올법하다. 사실 내게는 트럼프의 핵심 관심은 이 부분인 것처럼 다가온다.
넷째, 중동 지정학 구도의 재편
중동에서 자신의 최대 업적이 아브라함 협정이라 믿고 있는 트럼프는 차제에 새 정부가 들어선 이란까지 아브라함 협정 대상국에 넣고 스스로를 불세출의 중동 위인으로 만들고 싶어할 거다. 두번째 대선을 앞둔 10월 어느 인터뷰에서 흘리듯 한 말이 있었다. 자신은 이란도 아브라함 협정에 넣고 싶다고. 이스라엘-사우디-이란으로 이어지는 아브라함 협정이 완성되면 적어도 복음주의 개신교 시오니스트들을 주축으로하는 지지 기반에게 영웅적 서사를 선물할 수 있다.    
====

5. 위 생각대로 될까?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위의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한다고 해도 여러 장애물이 등장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난관이 있을거다.
첫째, 전쟁이 길어질 가능성
참수작전이라는 목표가 명확히 제시되었지만 하메네이 제거가 곧 미국과 이스라엘의 승리가 아니다. 권부 지도부를 갈음하는 대기 인력들이 그 자리에 대체된다면 체제 붕괴라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승리 선언을 할 수 있는 조건과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해야 한다. 아마 미국에게 이란 지도부가 항복하는 수준의 그림이 그려져야 할텐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전이다. 특히 지난번 3차례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이번에는 이란이 아예 한번의 전쟁은 피할 수 없다는 각오를 한 것으로 보였다. 어차피 핵과 미사일 및 외교주권을 양보하면 체제의 정통성이 무너지고 권력이 위기에 빠지니, 차라리 한번은 미국을 물어뜯어 피를 흘리는 선택을 할지 모른다는 흐름이었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모든 보복은 다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둘째, 명분 문제와 반전 여론 고조 가능성
미국 국내 반전여론은 전시 분위기를 타고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해도, 명분과 목표에 있어서 곧 후폭풍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의회 비준, 유엔 안보리 결의 없는 미-이스라엘의 일방적 전쟁행위의 정당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명분상 '임박한 위협에 대한 선제 공격'에서 미국에게 이란이 임박한 위협이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핵은 협상중이었고, 미사일 사거리는 미 본토까지 달하려면 수년 넘게 남았다는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한 명분이어야 하는데, 이는 마가 세력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터커칼슨 같은이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에게 포획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만에 하나 미군의 인명피해가 크게 발생하면 트럼프에게는 통제불가능한 반전여론이 몰려올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미군의 피해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의를 위해 감수할 것을 말했다.
셋째, 석유시설 타격 / 호르무즈 봉쇄와 걸프 국가 반발 가능성
이란 권부가 체제 붕괴를 목전에 두고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각오로 역내 석유 관련 시설을 타격하거나, 나아가 호르무즈를 봉쇄하겠다고 나설 경우 큰 혼란에 빠진다. 이란을 압박하거나 달래야 하는데 어느쪽도 만만치 않다. 어제 이란의 반격으로 걸프 국가들에 이란의 미사일이 발사되자 사우디 등은 이란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자연스런 반응이지만, 속내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자국내 미군기지는 그렇다고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유전이나 정제시설 공격은 막아야 한다. 거기에 이란이 사상 유례 없이 호르무즈까지 봉쇄해버리는 조치까지 겹치면 산유국들은 심각한 위기에 빠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행위에 대해 불만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넷째, 부수피해 증가 가능성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이 군사목표 및 정치요인들만 목표로 한다고 밝혔지만 부수피해 (collateral damage) 소식이 들린다. 이란 공격 직후 이란 남부 반다르압바스 지역 미납이라는 곳의 여학교 등 2개 학교 피폭 소식이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란 국영방송 보도 및 아락치 외교장관의 X 게시에 의하면 80여명의 어린이 사망 소식이다. 이는 전쟁 정당성 측면에서 치명적인 요인이 된다. 이라크 전쟁때 가장 미군을 힘들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이란이 민간인 부수피해를 선전전의 도구로 전파할 경우, 국제여론은 물론 이란 내부에서도 외려 체제 결집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이란 내부의 반체제 국민들이 적지 않지만, 이런 부수피해가 사실로 확인되고 특히 시온주의 이스라엘이 그 책임국가 중 하나라면 반체제 인사들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다섯째, 이란의 발칸화 가능성
어찌어찌 해서 이란 체제가 붕괴하고 이슬람 공화국 체제 대신 요행히 새로운 권력구조가 만들어진다 치자. 그렇다 하더라도 자체적 시민혁명이 아닌 외력, 특히 시온주의에 의해 정치변동이 일어날 경우 구심력이 작동하기 어렵다. 자칫 시리아, 레바논, 예멘,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네타냐후 총리의 공격 후 연설에서 소수민족들을 호명하며 들고 일어나 저항하라는 메시지의 발신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미국이 눌러앉아 새정권을 도와가며 신이란을 건설하려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 경우 이라크, 아프간의 악몽이 연상될 것이다. 그렇다면 때리고 나오는 (hit and run)일텐데... 미국 없이 이란이 갑자기 "우리 새롭게 친미 정권으로 일치 단결하여 새 나라를 만드세" 할 것 같은가? 쉽지 않다.  

출처 - 인남식 교수님 페이스북

이란침공에 대해서 각종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걸 정리하는 것이 학자의 몫이겠지요.




추가된 포스팅입니다.

상식적으로 외교안보의 기본은 우방을 늘리고 적대국을 줄이는 정책이다. 하물며 전쟁 상황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란은 미 군사시설이 배치된 페르시아 걸프 맞은편 GCC 국가들을 때리고 있다. 물론 해당 국가를 상대로하는 공격이 아니라, 그 국가내의 미 주둔시설을 중심으로 타격한다고 했다. 그러나 군시설을 넘어서서 항만, 공항 그리고 석유시설까지 타격하고 있다. 특히 항상 이란 편을 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오만까지 공격한 사실은 예상밖이었다. 왜 그럴까?
--
1. 국내 정치적 이유
미국과 이란에 의해 공격을 당한 이란 입장에서는 일단 체제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위무하고 결집시킬 수 있는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 최선은 미 항모전단이나 이스라엘 본토 타격이지만 첨단 방공 시스템을 뚫기는 어렵다. 일단 보복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려면 타겟에서 불길이 일고 포연이 자욱한 그림이 필요하다. 가장 가까운 걸프지역이나 이라크 등의 미군 기지 타격은 명분과 실효성이 그나마 나은 옵션이었다. 걸프 지역 공격의 국내정치적 이유다.
--
2. 걸프 지역 정치 변수
2.1. 사우디
비록 이란과 사우디가 국교를 복원하고 서로 별탈없이 지내는 것 같은 제스처를 취했지만 속내는 다르다. 서로에 대해 경원하고 반목하는 심정이 크다. 2023년 양국이 베이징에서 화해했을 때 왜 손잡았을까? 사이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싸워서 얻는 이익보다 화해제스쳐를 통해 얻는 이익이 컸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란이 시급했던 것은 사우디 자본으로 이란 내부에 침투시긴 반정부 위성, 인터넷 미디어 선전전이었다. 이란 인터내셔널이다. 이를 사우디가 송출 중단하는 조건을 테헤란이 걸었고, 사우디는 이란의 적대행위 중단을 반대급부로 약속받았다. 빈살만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외교안보라기보다는 내부 안정성과 빠른 개발이었다. 네옴을 비롯한 기가프로젝트를 잔뜩 벌려놓고 투자를 받아 자신의 왕권구도를 공고히 하는게 급선무였다. 여기에 자꾸 이란이 분탕질을 치니 아예 테헤란과 손을 잡고 서로 신사협정을 맺은것이다. 서로 좋아서 친해진게 아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이란이 위기에 몰리면 이들 나라는 최소한 중립 내지는 미군과 하나가 되는 적국이 된다는 가정을 하는게 합리적이다. 이란을 도와 미군, 이스라엘군과 싸울리는 만무하다는 판단이다.
자 이제 이란은 하메네이를 비롯 권부가 날아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정권교체를 목표로 했다. 그리고 걸프 지역에 그 미군 기지가 주둔하고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 체제를 지키기 위해 사우디와 손잡았던 이란 입장에서는 화해의 핵심 요건이 사라진 셈이다. 그렇다면 사우디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국내 안정성 즉 왕국의 발전을 담보하는 전제조건을 해체하는 포석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중의 핵심인 아람코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은 2019년의 악몽을 연상케 하는 사안이었다. 원래 사이가 좋았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쩌면 다른 셈법을 구사할 수 있지 않을까.
2.2. 사우디는 그렇다 치고, 바레인, UAE, 쿠웨이트는 왜?
세 나라는 특이하다. 바레인은 인구의 75%-80%가 시아파다. 쿠웨이트도 시아파가 절반에 육박한다. UAE의 경우 두바이는 이란 출신 이민자들이 다수다. 이들 다수가 이란을 지지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종파 정체성을 무시할 수도 없다. 2011년 아랍스프링 때 바레인은 거의 시아파 반왕정 세력에 의해 넘어갈뻔했다. 당시 라말라 외곽 시아파 마을을 찾아 민가에 들렀더니 호메이니와 하메네이 사진이 걸려있을 정도였다. 쿠웨이트 역시 시아파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
이 이야기는 다시말하면 그동안 걸프국가의 최대 강점인 왕실중심의 국가안정성이라는 지점에서 이란이 일종의 도발이 가능한가의 여부와 연관된다. 당장은 미사일이 떨어지니 반이란 정서가 일어나겠지만 큰 그림에서 시오니스트의 선제공격이라는 서사가 국내 시아파 주민들 사이에서 작동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걸프 왕정에게 부담이 생기게 된다. 시아파의 DNA 에 있는 핍박받는 순교자 영웅 서사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부담이다. 그렇다고 정치변동이 일어나거나 혁명의 트리거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정치안정을 기반으로 막대한 투자를 통해 물류, 금융, 개발의 허브로 상징화해 온 국가발전의 기틀이 내부에서 흔들릴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 나라들은 위기의식을 느낄법하다. 사우디보다 더.
2.3. 카타르와 오만 공격은 상징성 때문
두 나라는 상대적으로 이란과 가까운 나라다. 따라서 이란으로서도 부담이 더 컸을 법하다. 다만 카타르는 미군 최대 해외 공군기지이자 CAOC의 컨트롤 타워인 우데이드 공군기지라는 상징성, 드론 몇개로 공격했던 오만은 일종의 통과의례 비슷한 약한 잽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
3. 군사기술적 이유 (이 부분은 영국 군사 전문가에게 들은 내용을 정리했는데 전문 용어가 많아 제대로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음. 어쨌든)
작년 6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12일 전쟁에서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에 보복 공습을 시도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이스라엘 방공망에 의해 요격되었다. 이란은 자국 미사일이 판판이 요격당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이란 본토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걸프지역에 배치된 CAOC (카타르 우데이드 기지) 연동 레이더망에 의해 사전에 추적되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금번 공습으로 바레인 5함대 레이더돔이 일부 파괴되었고, 일부 레이더 교란 테스트를 시도했을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추가 공격, 즉 이스라엘 본격 공격을 앞둔 사전정지 작업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또하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섞어서 비교적 근거리인 걸프 지역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함으로써 이란이 미사일을 소모하고 있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으나, 어쩌면 저성능의 미사일을 먼저 소진하며 초음속 미사일을 쟁여두는 착시효과를 노린다는 설도 있다. 외려 상대의 요격 미사일을 소진시키고.
하여간, 주제와는 다른 이야기지만, 사실 지금은 미사일 Capability vs. Capacity 싸움이다. 정밀 타격 역량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압도하한다. 하지만 미사일, 드론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 온 이란의 물량 공세도 만만찮다. 의견이 분분하다. 공격 미사일 하나에 요격 미사일은 최소 3발이 필요하다는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보유물량이 요격에 충분치 않다는 설이 돈다. 며칠전 케인 합참의장이 탄약 부족 운운했던 것도 페이크라는 보도가 있는 반면, 실제 모자랄 수 있다는 보도도 있다. 이란은 어쩌면 초기 대응에서 중단거리 구형 미사일을 소진하며 상대의 요격용 물량을 소진시킨 후 2단계 이후 보복 공격에서 saturation attack 즉 포화 전략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늘까지 발사된 물량이 탄도미사일 최소 350, 최대 450기내외로 추정되고 드론의 경우 550-850기 정도를 소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추정이 맞다면 이란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1500발 내외의 탄도미사일 중 최소 1000여발은 아직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중 고성능 미사일 특히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도 상당량 포함되어 있다면 관건은 이스라엘과 미군이 보유한 요격 미사일 물량이 된다.  앞으로 1,2주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기지와 발사시설을 얼만큼 무력화시킬 수 있느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결국 걸프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드론 공격은 그 자체의 정치적 목적과 더불어 이스라엘과 미 전단을 공격하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과대평가일 수 있다. 아직 이란의 미사일 역량이 정확히 드러나있지 않고, 지도부 요인 연쇄 사망 후 지휘통제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어쩌면 마구잡이로 통제없이 인근 국가 공습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
4. 현명한가?
앞의 이유로 걸프 국가들을 공습했다고 해도 이란 입장에서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이 악물고 버텨 향후 체제를 지켜낸다고 해도 향후 어쨌든 미국과 대화국면으로 들어가려면 역내 프록시들이 거의 해체된 상태에서 싫어도 사우디 등 인근 걸프 국가들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사람은 바꿀 수 있어도 지리는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아락치 장관이 이란의 인근 걸프국가 공습은 미군에 대한 타격이지 국가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이유도 이 점 때문이다. 그러나 공항과 석유시설, 항만 및 민간 거주구역까지 공격하고 있기에 향후 이란에게는 작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의 고립은 현명하지 않다. 물론 지금은 그런 것 따질 때가 아니니 어쩔 수 없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토비 15/06/19 35885 1
    16050 창작[괴담]그 날 찍힌 사진에 대해. 10 + 사슴도치 26/03/02 318 7
    16049 문화/예술삼국지의 인기 요인에 대한 간단한 잡상 6 meson 26/03/02 344 2
    16048 정치인남식 교수님의 이란 침공에 대한 단상 7 맥주만땅 26/03/02 564 0
    16047 게임드퀘7의 빠찡코와 코스피 1 알료사 26/03/01 309 3
    16046 경제삼성을 생각한다. 1 알료사 26/02/28 628 0
    16045 일상/생각헌혈 100회 완 18 하트필드 26/02/28 459 39
    16044 역사역사의 수레바퀴 앞에 선 개인의 양심. 2 joel 26/02/28 673 19
    16043 정치4월 미중정상회담, '거래적 해빙'의 제도화 열까? 1 K-이안 브레머 26/02/27 366 0
    16042 도서/문학축약어와 일본/미국 만화 경향에 관한 잡소리 2 당근매니아 26/02/27 344 2
    16041 일상/생각AI의 충격파가 모두를 덮치기 전에. 8 SCV 26/02/27 707 16
    16040 사회교통체계로 보는 경로의존성 - 비공식 교통수단 통제의 어려움 3 루루얍 26/02/26 614 7
    16039 일상/생각27일 새벽 쿠팡 실적발표날입니다. 2 활활태워라 26/02/26 597 0
    16038 일상/생각우리집 삐삐 6 VioLet 26/02/25 500 7
    16037 창작회귀 7 fafa 26/02/25 379 2
    16036 일상/생각최근 AI발전을 보면서 드는 불안감 15 멜로 26/02/25 1028 0
    16035 창작AI 괴롭혀서 만든 쌍안경 시뮬레이터 11 camy 26/02/25 591 5
    16034 IT/컴퓨터게임업계 현업자 실무자 티타임 스터디 모집합니다.claude.ai,antigravity,vibecoding 4 mathematicgirl 26/02/25 357 2
    16033 경제지능의 희소성이 흔들릴 때 3 다마고 26/02/24 682 6
    16032 영화단평 - <어쩔수가없다> 등 영화 5편 2 당근매니아 26/02/24 512 0
    16031 일상/생각문득 이런게 삶의 재미가 아닌가 싶네요. 6 큐리스 26/02/23 863 13
    16030 게임Google Gemini Canvas로 그냥 막 만든 것들 1 mathematicgirl 26/02/23 628 0
    16029 게임붉은사막은 궁극의 판타지여야 합니다. 4 닭장군 26/02/22 627 0
    16028 사회요즘 논란인 전기차 충전기 사업 1 DogSound-_-* 26/02/22 703 1
    16026 일상/생각나르시스트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한 소고 4 레이미드 26/02/21 765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