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07/11 22:12:37
Name   스톤위키
Subject   복음서 소개-(1) 마가복음 part 1
마가복음은 예수 사후 40년 지난 시점에 작성된 글입니다.
그 당시 로마는 그리스도교인들을 매우 심하게 핍박하던 시기로

마가복음은 로마제국의 압제 아래서 고통당하던 그리스도교인, 특히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들(로마인, 그리스인 등)을 대상으로 쓰여졌습니다.

이들은 나사렛 예수의 족보나, 유대인의 경전에서 예언된 인물 이런 건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당장 자기가 신으로 추앙하고 있는 이 예수가 다른 신들, 주피터나 아폴론, 다이애나 등의 신들, 그리고 당시 살아있는 신으로 여겨졌던 로마 황제들 보다 위대한 신이 맞는지 아닌지가 중요했죠. 왜냐면 그들은 그 신앙의 댓가로 죽임을 당하는 처지에 놓였으니까요.


그래서 마가복음은 첫 구절 부터 바로 당시 로마황제에 대해 바쳐지던 칭송구절을 뒤엎으며 시작합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이 '복음(유앙겔리온)'이라는 단어는 당시 황태자의 탄생이나 황제의 군대가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뒀을 때에만 사용하던 단어입니다.

즉 마가복음은 나사렛이라는 촌동네에서 태어난 목수의 아들, 반역자로 찍혀 십자가 처형을 당한 비천한 종교지도자가, 사실은 황제보다 위대한 하나님의 아들이며 그의 이야기는 황제의 군대가 승리한 것보다 더 위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쓴 것이죠.



B.C. 9년 소아시아 도시 연맹(Asian League)은 프리에네(Priene)에서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이루어 놓은 업적을 경축하는 다음과 같은 비문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인간을 향한 신의 섭리는 신의 열심을 가지고 아우구스투스를 보내심으로 인생들을 위해 역사적으로 최고 정점의 시간들을 마련해 주었다. 신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을 위해 메시아를 보내주었다. 이 메시아(아우구스투스)는 세상의 전쟁을 종식시켰고, 세상의 모든 것을 평화로운 상태로 만들었다. 그가 세상에 등장함으로 이전에 우리 앞에서 ‘복음’ 을 주었던 모든 사람이 주었던 소망보다 더 뛰어난 존재가 되었다.

그는 그 앞에 존재했던 은인들보다 더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올 어떤 사람도 그가 준 소망보다 더 뛰어난 소망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위한 그의 업적 때문에 ‘[복음의 시작]’은 그 신의 생일날(9월 23일)이 되어야 한다. 아시아에서 스미르나가 칙령을 발표하였기 때문에 아우구스투스의 생일로 우리의 인생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준 행운과 그가 우리에게 준 구원 때문에 아시아에 있는 헬라 도시들은 새해의 시작은 아우구스투스의 9월 23일로 시작하기로 칙령을 내린다.”

---

마가복음은 수미쌍관, 또는 샌드위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큰 틀에서도 샌드위치고, 중간 중간 나오는 에피소드들도 그렇습니다.

한가지만 살펴보죠.

마가복음 1장은 그냥 갑자기 튀어나온 예수와 세례 요한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마가복음을 관통하는 거대한 이야기 역시 "에수의 세례"이야기 입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막 10:38)]

여기서 예수는 자신의 세례가 무엇인지 밝힙니다. 예수가 받는 세례는 십자가 처형인 것이죠.

그렇기에 마가복음은  1장에서부터 특별한 단어들을 사용합니다.

[그 때에 예수께서 갈릴리 나사렛으로부터 와서 요단 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실새 하늘이 "갈라짐"과 성령이 비둘기 같이 자기에게 내려오심을 보시더니(막 1:9~10)]


하늘이 "갈라짐(헬, 스키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동일한 사건을 다룬 다른 복음서 마태나 누가에서는 하늘이 "열리고" 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이 '갈라짐(스키조)'는 나중에 딱 한번 더 등장합니다.

[이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스키조)" 둘이 되니라(막 15:38)]

그리고 예수가 세례를 받을 때, 하늘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이 선언됩니다.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하시니라(막 1:11)

그리고 예수가 십자가 처형을 당할 때, 로마 군대 지휘관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예수를 향하여 섰던 백부장이 그렇게 숨지심을 보고 이르되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막 15:39)

즉, 마가복음은 예수의 요단강 세례로 시작하고 예수의 십자가 세례로 마무리가 되는 책입니다.



9


    재미있습니다.
    같은 내용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더 흥미진진해지는군요.
    즐겁게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잘 따라가겠습니다.
    예비 신자 교육 받을 때 마르코복음 필사를 했었는데, 제일 짧아서 하는 줄 알았는데 원조 복음서였군요 ㅋㅋ
    성경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네요 너무 재밌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감사합니다
    이건마치
    역시 재밌읍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864 철학/종교진화와 창조, 근데 이게 왜 떡밥임? 97 매뉴물있뉴 25/11/25 1820 4
    15824 철학/종교'나는 절로' 백양사 1호 부부 탄생…주지스님, 축의금 쐈다 12 바이오센서 25/11/03 1146 0
    15615 철학/종교복음서 소개-(1) 마가복음 part 5 길위의 맹인들 1 스톤위키 25/07/15 820 3
    15612 철학/종교복음서 소개-(1) 마가복음 part 4 떡이냐 빵이냐 1 스톤위키 25/07/14 872 5
    15610 철학/종교복음서 소개-(1) 마가복음 part 3 갈릴리에서 예루살렘까지 3 스톤위키 25/07/13 918 5
    15607 철학/종교복음서 소개-(1) 마가복음 part 2 권능의 왕 예수 2 스톤위키 25/07/12 957 7
    15605 철학/종교복음서 소개-(1) 마가복음 part 1 6 스톤위키 25/07/11 985 9
    15604 철학/종교복음서 소개 - (0) 개괄 3 스톤위키 25/07/11 1201 11
    15577 철학/종교무당과 신령세계에 관한 망상. 6 닭장군 25/07/04 1333 0
    15530 철학/종교니고데모 이야기 10 매뉴물있뉴 25/06/18 1447 11
    15224 철학/종교파시즘의 망령 1 Anthony's father 25/01/20 2047 0
    15222 철학/종교교회에 대한 기대를 조금 더 버리며(의식의 흐름에 따라) 4 레일리처럼될래요 25/01/20 1950 9
    15090 철학/종교할일 없는김에 써보는 미신(신점 사주 등) 후기 9 다른동기 24/12/04 2324 0
    14570 철학/종교토비와 함께한 월요일 [1편] 7 saint 24/04/01 2973 0
    14393 철학/종교저는 종교는 없지만 유신론자입니다. 9 인프피남 24/01/11 3110 0
    14219 철학/종교개신교 이야기가 자주 나와서 적어보는 글 (부제 : 인간은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가?) 12 Hard Rock Cafe, 23/10/23 3323 1
    13966 철학/종교성경 탐구자를 위한 기초 가이드북을 만들어보았습니다.(무료) 4 스톤위키 23/06/08 3681 7
    13952 철학/종교기독교가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8 컴퓨터청년 23/06/05 3820 0
    13148 철학/종교뉴스레터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홍보- 3 Thy킹덤 22/09/11 4137 6
    12084 철학/종교태극기 네 귀퉁이의 막대기는 무엇일까? 5 요일3장18절 21/09/17 6227 2
    12021 철학/종교설문조사 결과 발표 (두둥) 9 매뉴물있뉴 21/08/27 5488 4
    12012 철학/종교[설문조사 진행중] 건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시급) 30 매뉴물있뉴 21/08/25 4858 2
    11923 철학/종교덤으로 사는 인생입니다. 좋은 일 하며 살겠습니다. 7 right 21/07/26 5578 6
    11819 철학/종교바라는대로 되는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16 right 21/06/25 6542 3
    11543 철학/종교사는 게 x같을 때 떠올려보면 좋은 말들 32 기아트윈스 21/04/02 7214 2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