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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3/12 12:06:24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스즈메의 문단속 - 장르물의 방법론(스포O)
- 최근 이런저런 서비스들을 통해 TV판 애니메이션들은 빠르게 국내에서도 유통되지만,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개봉 전까지는 감상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 카구야 극장판과 스즈메의문단속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번에 개봉했네요.

-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전부 보았고, 몇몇 작품은 몇번이나 반복해서 돌려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깊이 빠졌던 신카이의 작품들이 가지는 공통점이 무엇인지 어제 생각해봤는데, 전부 판타지적 설정이 포함되지 않은 작품들이더군요.  초속 5cm와 언어의 정원.  여전히 신카이의 최고 작품은 언어의 정원이라 생각합니다.

- 비평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모든 소설과 영화, 애니메이션들에서 공통적인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 배경과 현실적 인물에 근거하는 작품들은 등장인물 간의 관계나 사건의 흐름, 심리상태 등의 요소를 통해 작품의 주제의식을 말하고자 합니다.  애초에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그것 뿐이니까요.  반면에 SF, 판타지 등 흔히 장르물로 일컫어지는 작품의 경우에는 설정 자체가 이야기를 합니다.  심한 경우 등장인물은 설정으로 구성된 세계 안에서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예컨대 로저 젤라즈니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톨킨처럼 세계관이 어마어마하게 확장된 경우에는 달리 적용될 수도 있겠습니다.

- 신카이는 출세작인 별의목소리를 비롯해서 여러차례 일상속의 비일상을 그려왔는데, 세계관을 공유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녀와그녀의고양이-별의목소리 간, 언어의정원-너의이름은. 간에 팬서비스 수준으로 전작의 편린이 삽입되었을 뿐이죠.  러닝타임이 길지 않은 극장판 애니메이션 내에서 설정을 관객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것이, 이야기 자체를 짜임새 있게 전달하는 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겁니다.

- 그러나 전작인 날씨의 아이를 비롯해서 다수의 작품에서 이런 작업을 깔끔하게 해내지는 못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최고 흥행작인 너의이름은.이 그나마 가장 나았던 편이구요.  스즈메의문단속은 토지신 개념을 작품 전반에 활용하고 있는데, 일본인들에게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개념인지 모르겠으나 외국인 입장에서는 생소합니다.  그 와중에 토지신 캐릭터들은 별다른 이벤트도 없이 작품의 초반과 후반에서의 포지션이 완전히 역전되고, 초반에 반동인물로서 움직이는 동기 역시 충분히 묘사되지 않습니다.  토지신이 처음에 왜 도망가는지, 남주인공을 의자로 바꿔버린 이유가 무엇인지, 기본적인 지식이 있었을 터인 남주인공이 토지신에게 적대적인 태도로 일관한 이유가 뭔지, 분명히 큐슈보다 동쪽에 꽂혀있었던 토지신이 왜 西다이진인지, 샤다이진은 왜 첫 등장에서 주인공의 이모에게 씌여 모진말을 하게 했는지...  작품 내에서 해결되지 않는 의문점이 너무 많습니다.  비슷하게 토지신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모노노케히메에 비한다면 많이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 이야기가 노골적으로 2011년의 대지진을 모티브로 삼고 있고, 지구의 지각활동을 신적 존재의 움직임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건 약간 좀 유치하게 느껴졌습니다.  날씨의아이에서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재앙 ㅡ 끝나지 않는 폭우를 소재로 가져와서 그런 느낌이 덜했지만, 이미 과학적으로 전부 해명되어 있는 현상에 신을 대입하는 건 지금 시대에 그렇게 적합해보이진 않아요.

-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 배분에서도 아쉬움이 좀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반복되는 '문닫기' 장면을 하나 생략하고, 다른 방식으로 설정들을 설명할 시간을 확보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평론에서 지적하고 있는 주인공 커플 간의 급작스런 감정 발전이야 뭐 청춘남녀 사이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달리고 말하는 의자를 모두가 목격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주변 인물들에게 상황을 공유하지 않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점, 스즈메만 왜 남들과는 달리 문 너머의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는지 등을 좀더 명확히 설명해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한번 가사상태에 빠져봤던 사람이 일본에 스즈메 혼자만이 아닐텐데 말이죠.

- 뭐 대충 이렇습니다.  신카이의 '일상 속의 비일상'은 세 작품 연속으로 봤으니, 다시 '일상 속의 일상'을 그려줬으면 싶네요.



2


    Mandarin
    신카이 마코토 감독 데뷔작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때부터 팬이었는데요.
    작품마다 비슷한 주제의식의 반복으로 피로감이 누적되었습니다.
    말씀하신 불친절한 스토리 문제는 작가의 의도도 들어갔다고 봅니다.

    이번 작품은 대지진이라는 재앙과 그 극복 과정이 중심이 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너의 이름은이나 날씨의 아이에서도 우회적으로 서술되지만, 이번 작은 유독 직설적입니다. 재앙 묘사로 트라우마 재발했다는 일본인들이 이해될 정도. 그래서인지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면서 인간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초자연에 대한 무력감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인간들은 지금까지 미미즈가 일으킨 재앙에 당해왔고, 문단속을 잘 하면 재앙을 막을 수 있지만 앞으로도 미미즈의 재앙 일으키려는 시도는... 더 보기
    말씀하신 불친절한 스토리 문제는 작가의 의도도 들어갔다고 봅니다.

    이번 작품은 대지진이라는 재앙과 그 극복 과정이 중심이 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너의 이름은이나 날씨의 아이에서도 우회적으로 서술되지만, 이번 작은 유독 직설적입니다. 재앙 묘사로 트라우마 재발했다는 일본인들이 이해될 정도. 그래서인지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면서 인간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초자연에 대한 무력감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인간들은 지금까지 미미즈가 일으킨 재앙에 당해왔고, 문단속을 잘 하면 재앙을 막을 수 있지만 앞으로도 미미즈의 재앙 일으키려는 시도는 반복되겠지요. 무엇보다 재앙을 막는 다 해도 이미 일어난 재난으로 인한 상실은 복구되지 못합니다.

    오컬트적인 설정을 대충 설명하고 넘겨야 이 무력감과 상실감이 더 극대화됩니다. 너무 다 설명하려 들면 재난이 완벽하게 분석되고 예방가능한 존재가 되니까요.
    곰곰이
    아무리 아름답게, 감동적으로 연출했다 하더라도, 너무 대놓고 2011년 3월 11일 대.지.진!!! 이럴 필요가 있었나 싶었습니다.
    재난 3부작을 제작하며 일본 '국민감독' 이라는 압박에 너무 눌린 것 같기도 했고요. 저 처럼 한 다리 건너 지진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오히려 더 잘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감독이 영화를 통해 '이제 재난 시리즈는 진짜 끝끝끝이야' 라고 하는 것 같기도 했는데, 또 어찌될 지 모르겠네요. 여하튼 여전히 또 다음 작품이 매우 기대됩니다.
    저도 최근에 봤는데 감정선이 너무 .. 휙휙 움직여서 따라가기 힘들더군요 ㅜ 그래도 영상미와 음악은 좋아서, 영화관에서 본게 후회되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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