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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11/09 17:25:32
Name   Cascade
Subject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리뷰 (스포 있음)
블랙팬서가 4년 8개월만에 후속작으로 돌아왔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채드윅 보즈먼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채드윅 보즈먼이 영화 제작 과정에서 자신의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영화는 제작 과정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마블은 다른 배우를 쓰거나, 채드윅 보즈먼을 CG로 되돌리지 않았고, 블랙 팬서의 죽음을 인정하며 영화를 시작합니다. 여타 시리즈물이나 히어로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던 만큼 나름의 무게감이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마블 로고가 뜨고 블랙 팬서의 모습이 지나가고... 그리고 영화는 본격적으로 스토리라인을 밟아 가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1편과 닮아 있습니다. 1편에서 보여주던 몇 가지 강점들은 강화됐고, 약점들은 더 드러났습니다.

1편의 가장 큰 강점이던 [차별받는 사람들의 진격]이라는 서사는 2편에서 훨씬 더 보편적으로 다가옵니다. 미국 내 흑인 사회의 지지를 많이 받았던 1편이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실제 아프리카에 사는 흑인,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서사가 와닿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2편의 서사는 그보다는 좀 더 잘 알려진 차별과 전쟁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유럽 열강이 신대륙에서 벌인 전쟁 서사를 끌어오면서 영화의 공감대가 훨씬 더 넓어졌다고 봅니다. 당장 한국인도 서양 열강들의 침략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었죠. 사실 라틴아메리카가 아닌 어떤 지역을 넣어도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 태국, 베트남,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등... 원주민들이 침략자들에게 모든 걸 뺏긴 곳이 너무나도 많으니까요. 영화는 그런 부분을 잘 보여줍니다.

침략자와 맞서는 자들의 서사를, 그것도 지금까지는 잘 조명되지 않던 마야 문명의 서사를 네이머가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여기까지 봤을 때는 비슷한 해양 히어로 영화인 아쿠아맨보다 훨씬 더 잘 만들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아쿠아맨은 그저 혈통찾기 영화였다면, 네이머의 서사는 조금 더 현실과 맞닿아 있고 히어로 영화에서 우리가 원하는 '뽕'을 채워줍니다. 저 침략자 개쉐리들 다 죽여!!! 이거죠

문제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네이머가 아니라는 겁니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초반 서사는 네이머가 이끌어 갑니다. 적절한 순간에 슈리가 블랙 팬서로 되돌아오고 네이머가 가져간 영화의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죠. 문제는 네이머가 영화 후반까지도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중반에서 벌어지는 와칸다 수도 전투에서 네이머는 단신으로 와칸다 여왕을 수장시키고 와칸다를 굴복시킵니다. 저는 여기서 뭔가 대전환이 생길 줄 알았습니다.  이 장면에서 슈리가 각성하고 진정한 블랙-팬서로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죠. 하지만 이 전투에서 슈리가 죽지 않은 건 오로지 네이머가 봐줘서... 입니다. 슈리는 영화가 중반부를 한참 지난 상황에서도 아무런 존재감이 없어요. 이쯤되면 진짜 슈리가 블랙팬서가 되는 게 맞나? 라는 의심까지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제 네이머가 1주일간 장례를 치르라는 자비심을 보이고, 그 사이 슈리는 네이머가 준 팔찌를 이용해 복제-허브를 만들어냅니다. 아니 사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이렇게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무언가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제대로 돌아가는 꼴을 본 적이 없는데, 여튼 뭐 대충 그렇게 슈리는 블랙 팬서가 됩니다. 그리고 이제 내면의 누군가를 만날 차례지요. 사실 연출 들어가는 거 보면서 뻔하게 채드윅 보즈먼이나 엄마가 나오진 않겠구나... 했는데 음 킬몽거가 나온 건 신선했습니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만약 계획대로 제작됐다면 절대 나왔을 리 없는 캐릭터이지만 여기서 대사 몇 마디로 슈리를 휘어잡고 갑니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슈리가 복수심과 공주로서의 대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것을 킬몽거가 대신 설명해주죠. 사실 아직까지도 슈리는 보여준 게 없습니다.



자 자 자

그리고 이제 드디어 슈리와 네이머의 대전투가 시작됩니다. 여기서 이제 슈리는 블랙 팬서가 되고, 이제 네이머와 제대로 된 액... 션... 액션... 액... 에?


제가 아까 1편과 닮았다 했죠? 액션의 밀도마저도 1편을 닮았습니다. 맥아리가 하나도 없어서 1편의 광산 전투 씬/코뿔소 돌격이 선녀로 보입니다.

슈리는 블랙 팬서가 됐지만, 블랙 팬서다운 액션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슈리가 강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네이머를 끝도 없이 약화시킵니다. 단신으로 와칸다 수도를 뚫던 네이머의 강력함은 영화 종반에서는 아예 사라집니다. 슈리가 약점을 찌르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슈리가 보여주는 액션은 형편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오코예나 나키야가 블랙팬서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액션의 밀도가 너무 낮고, 심지어 지나친 컷 분할로 인해 액션이 모두 따로 놉니다.

마블 제작진이 슈리를 2대 블랙팬서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좀 더 액션에 적합한 배우를 썼을 텐데, 급하게 땜빵을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네이머와 블랙 팬서의 대결은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2시간 40분이라는 긴 시간을 인내한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힘빠지는 액션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채드윅 보즈먼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영화는 채드윅 보즈먼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런 방식을 택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긴 러닝타임에 비해, 채드윅 보즈먼의 빈 자리가 크다는 사실만 일깨워 줍니다.

슈리는 제대로 된 블랙 팬서도 되지 못했고, 엄마의 복수도 해내지 못했습니다. 오빠와 엄마를 다 잃고, 왕위는 음바쿠에게로 넘어갑니다. 자진해서 왕좌까지 포기한 그녀는 영화상에서는 1년 전 죽은 오빠의 상복을 태우며 그를 애도합니다. 1주일 전 죽은 엄마를 애도하는 게 아니라요. 이건 좀 개연성이 어긋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 엄마를 맡은 배우는 멀쩡히 살아 있고, 블랙 팬서를 맡은 채드윅 보즈먼은 죽었으니 영화 상에서 이러한 결말을 낸 게 뭐 아주 이해가 안 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좀 의아했습니다. 저라면 같이 애도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여튼 그렇게 영화는 채드윅 보스먼의 공백으로 시작해, 그 공백을 거의 채우지 못한 상황으로 마무리됩니다. 그 과정에서 제일 돋보였던 것은 2대 블랙 팬서인 슈리가 아닌 네이머였구요

나머지 캐릭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애버렛 로스는 시빌 워와 블랙팬서 1편에서 보여준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른 그냥 무지성 와칸다빠가 돼 있고, 아이언하트는 인상적인 장면이 정말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나키아는 그래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일반인이나 다름없는데 어떻게 그 경비를 뚫고 슈리를 구했는지는... 몰?루



네이머의 등장과 채드윅 보즈먼의 공백을 어떻게 엮어낼 지 정말 많은 기대를 했으나,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6/10.

채드윅 보즈먼의 빈 자리는 채우지 못한



1


    탈로칸에 슈리가 간 건 납치 당한게 아니라 본인이 자처해서 간 거고
    거기서 슈리 구한다고 탈로칸인 먼저 살해한것도 와칸다고
    비브라늄의 존재를 알려서 탈로칸이 위험하게 만든것도 와칸다고
    영화보면서 쿠쿨칸이 흑화하기전까지 모든 명분이 다 탈로칸 왕국에 있었던거 같은데 악역 만들려고 뜬금 흑화 시키는 전개가 좀 기묘했습니다.
    슈리가 마지막에 마지막에 와서 방향을 확튼게 뜬금없죠. 저 방향을 틀거였으면 허브먹고 나온게 자기사촌한명이면 안됬어요. 아니면 적어도 그후에도 계속 이게 맞는가 하는 갈등을 보여줘야했음.
    포르토네
    엔드게임까지 마블을 즐겼던 재미 중 하나가,
    이어지는 세계관과 찾아보게 되는 세밀한 설정이었는데...
    아쉽네요.

    극장 갈 상황은 아니라... 나중에 OTT에 풀리면 봐야겠습니다.
    실베고정닉
    PC묻은 영화는 보고싶지도 않고 볼 생각도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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