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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7/14 09:44:45수정됨
Name   Picard
Subject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안녕하세요. 사내 정치 얘기 쓰게된 아잽니다.

첫글에 제가 검토 진행하던 프로젝트 건이 있다고 했었는데, 그건 돌아가는게 이상합니다. 유탄 맞을 것 같아 싸늘한 기분이 드네요.

요즘 탄소중립이다, ESG 다 하면서 한참 트렌드인데..
저희 회사는 이런거 담당하는 부서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너네가 이런거 비슷한거 해봤지?’ 하고 넘어와서 검토를 했습니다.
1차 검토결과 이건 늦기전에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고, 마케팅전략과 영업에서도 총대 멜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이건 하긴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할 생각은 없고요) 라고 결론이 났습니다.

사장이 상세안을 보고하라고 해서 제대로 만들면 20-30페이지 나오는걸 최고경영진 보고용으로 꽉꽉 압축해서 3장짜리로 만들었는데, 이때 조직개편이 나고 저희 팀이 기술총괄 소속으로 바뀝니다.

이걸 누구한테 보고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사장이 시킨거니까 라는 생각에 사장에게 들고가니 이제 기술총괄 소속이니 기술총괄부사장이랑 얘기하고 진행하라고 합니다.

며칠뒤 기술총괄부사장에게 대면보고 했는데…
‘딴데는 이거 하나?’
‘A사랑 B사는 이미 완료했습니다.’
‘야, 걔네는 대기업이잖아. C, D 는?’
‘거기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한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거기는 안하는데 왜 너는 호들갑이야? 근거가 뭐야?’
‘기표원쪽에서 대응 준비를 하고 있고, 기사들도…’
‘협회는? 협회는 뭐래?’
‘협회쪽은 이야기 해봤는데, 준비는 해야 하는데 아직 검토중이라고 합니다.’
‘경쟁사도 안해. 협회도 안해. 넌 기사 쪼가리 몇개 들고 와서 호들갑이야?! 그리고, 이걸 너네가 하는게 맞아? 이게 정말 문제면 마케팅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냈겠지. 지금 본사는 이거 얘기 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이렇게 개까이고 나왔고요.

그래서 마케팅이랑 영업쪽에 ‘이렇게 되서, 저희가 총대를 메긴 어렵게 되었습니다. 확실해질때까지 보류래요’ 라고 이야기 히니 ‘어? 이거 늦으면 안되는데.. 언제까지 경쟁사 뒤만 쫒을거냐’ 하고 불만인데, 자기들도 직접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하여튼 서론이 길었는데,
요즘 회장이 ESG에 관심이 많거든요. 연말에 ESG 위원회가 그룹차원에서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만약 기술총괄이 이 프로젝트를 꺼내면 회장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보고하면서 당연히 부사장이 이걸 하자고 할줄 알았는데, 다른 경쟁사는 안한다며 보류시킨겁니다.

왜 이걸 보류시켰을까, 이해가 안갑니다.
1) 그냥 암것도 모르고 여기 유배온게 기분 나빠서
2) 영업통인 사장이나 영업총괄 전무가 ‘아이, 부사장님. 그거 좀 해줘봐~’ 하면서 아쉬운 소리 하길 기다린다.
3) 연말에 내가 다시 서울 올라가야 하는데, 이렇게 1년 잡고 가는 프로젝트는 관심 없다. 단기간에 성과 낼 수 있는거 가져와라.

대충 주변인의 평을 들으니 이중 하나일거라고 하는데…
(어느거여도 노답이지만. 사람들이 피카드 너는 그 양반을 모르는구나~ 하면서 해준 이야기들)

문득… 사장이 진행시키라고 했던걸 왜 ‘기술총괄부사장이랑 얘기해서 진행해’ 라고 했을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사장이 진행하라고 했으면 부사장에게 언질 정도는 줬을텐데?
마케팅실장이랑 영업상무는 사장에게 이거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술 부사장에게만 얘기를 안했나?  

이러다가 경쟁사가 먼저 하고나서 언론에 홍보하면 회장이 노발대발 할텐데? (최근 몇년간 계속 경쟁사보다 한발짝 늦어서 언제까지 남들 뒤만 쫒아다닐거냐고 회장이 화냈다고 함)

회장이 노발대발 하면 부사장이 곤란해질거고, 나를 불러다가 ‘넌 내가 고민하면 더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와서 설득을 해야지! 안된다고 손 놓냐!’ 하면서 난리를 칠텐데..?
(실제로 저런 말을 다른 팀장에게 하는걸 들었음. 부사장이 쓸데없는데 돈 쓴다고 반려쳐놓고 나중에 문제 터지니까 자기한테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난리 쳐서 해당 팀장이랑 실무자 징계 먹음)

이게… 사장쪽이 부사장 엿먹여서 완전히 내보내려고 일부러 우리팀을 기술총괄 밑으로 넣어놓고 ‘우리는 얘기 했는데, 너네가 안했잖아~’ 하면서 폭탄 터트리려는 건가?
이런거라면 저는 확실하게 스플래시 데미지로 사망입니다. ‘야, 너네가 총대 멘다고 보고까지 해놓고 왜 일이 안된거야?’ 라고 난리칠테니.

일단 영업쪽이랑 마케팅쪽에 본사 차원에서 이슈를 띄워달라, 나는 하고 싶은데 부사장이 반려쳤다. 라고 면피성 발언을 해놓겠지만… 이렇게 해봐야 사망할게 중상으로 바뀌는 정도일테고..

진짜 부사장 이해 안가네요. 우리가 아무리 고만고만한 중견기업이라지만, 빽 없이 사원으로 입사해서 부사장까지 올라간 사람이 일을 이렇게 처리한다고?
부사장은 그렇다 치고, 저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할텐데 흑...


P.S) 부사장 방은 오늘도 공사중이고요. 보통 이런 경우 주말에 공사해서 월요일 아침에는 세팅 끝내놓는데..  월요일 오후부터 공사 시작했고, 집기류는 본사에서 예산 안잡혀있다고 발주도 아직 안해줬다고…. 일부러 이러는것 같습니다.



13
  • 시리즈물의 빠른 연재종료(!). 기원하겠읍니다
  • 킬포 : 내가 고민하면 더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와서 설득을 해야지!


철든 피터팬
선생님 근데 신상은 안녕하신가요...? 괜히 불안하네요
매뉴물있뉴
222 조심하세욤!
네.. 아직까지는요...
힘없는 지원부서지만 그래도 명색이 '팀장'이라 본사 고참 부장님들중에 보직 없는 분들 저희 팀에 관심 있다는 소문은 있는데...
소문대로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반이면... 이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버텨야죠..
철든 피터팬
아니 그 신상도 중요하긴한데 그쪽 말고요 선생님 여기서 쓴 글들 회사 사람이 보면 굉장히 골치 아파질 확률이 올라갑니다.
홍차넷이 그렇게 유명한 사이트는 아니라서 괜찮겠지 하고 있습니다.
내용도 10% 정도는 모자이크를 해놓은거고...
두부두부
정말 싸늘하네요... 이런 스릴러물이라니..
특히나 현실감 넘쳐서 너무 무섭습니다. ㅠㅠ.. 무탈하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얼마전 헤드헌터한테 몇년만에 연락왔었을때, 급여 상승도 적고 회사도 작아서 거절했는데...
갈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ㅎㅎㅎ
Darwin4078
사이다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길 기원합니다.
사이다까지는 안바라고... 그냥 숭늉 정도만 되었으면 합니다. ㅋㅋㅋ
*alchemist*
으으으으으으... ㅠㅠ 읽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ㅠㅠㅠㅠ
그저그런
윗 분들의 예상 발언에서 헬조선 회사의 향기를 진하게 느꼈습니다.
1
아직도 20세기에 살고 있는 보수적인 제조업이라... 헬조선 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단어네요. ㅎㅎ
1
어드전
선생님 타커뮤에서 뵈었던분이란 느낌이 들어서 깝깝함이 더욱 크네요 ㅠㅠ
배바지
그간 쓰신 글 읽어봤는데 너무 사리시는 것 같아요. 부사장 함 들이박는다 해서 주변에서 나쁜 말 나올 것 같진 않은데요? 팀장님이시잖아요. 더 위로 가시려면 싫든 좋든 이제는 방향 잡고 치고 나가셔야 할 때에요.
1
이사나 상무까지는 자유롭게 의견 개진하겠는데, 부사장까지는 좀... (....)
그리고 그분을 겪어본 사람들 조언이 '무슨 소리 하는지 이해가 안가면 네네.. 하고 무시해라. 반박하지는 말고' 입니다.
자기에게 급 안되는 사람이 반박하는걸 못 견디는 타입이라고 하더라고요.
1. 제가 과장님께 어느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니 엎어버림
2. 과장님이 엎어서, 그렇게 안된다고 하는 통화를 했는데...
과장님이 들은 듯?
3. 과장님 다시 가라사대: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라는 거야(뭐가 잘못 된 건지 말씀은 없음). 아무튼 결론 또는 방향제시 없음

결론: 제대로 하지 못한 내 잘못이었다.
아침커피
사내 메신저나 인트라넷 있으시다면 회장님께 다이렉트로 보고서 보내드리시는것도?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하든 사망 or 중상이라면 회장님께 바로 연락드리는 것도 의외로 한 방법이지 않을까요. 잃을 것은 없는 상황 같아요.
아휴... 제가 군대식 회사 문화에 완전히 세뇌되서 회장에게 다이렉트 보고는 못하겠네요. 중대장이 대대장이 이상하다고 참모총장에게 찾아갈 순 없잖아요...
회장이 인지하고 일이 커지면 잃을 거야 많고..
그런데
어차피 만든 자료이고, 향후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1. 당장은 "부사장"의 판단에 따라 보류
2. 추후 다시 시도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한 자료 축적의 의미로 공람
3. 일단 나는 손을 떼겠음. 도움 필요하면 알려주기 바람.
의 의사를 잘 정리하여 부사장 CC 해서 부서내 메일로 때려 버리면 어떨까요?
적당히 비슷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2막4장
제목 잘 뽑으셨… (타짜대사는 버릴 것이 없다능)
직장인 화이팅입니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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