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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2/20 18:08:38
Name   샨르우르파
Subject   요즘 국내외 사회 분위기를 보면 떠오르는 이야기
어떤 아버지로 보이는 중년 남성과 아이들이 지하철에 함께 탑승했습니다.
힘없이 우울한 표정을 짓는 남성은 자리에 앉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멍하게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안 보는 사이에 아이들은 열차 내부를 수다떨며 시끄럽게 뛰어다녔습니다.
화가 난 탑승객들이 남자에게 따졌습니다.
"아이들이 저렇게 구는데 아버지란 인간은 대체 뭘 하는 겁니까?"
그러자 남자는 힘없이 고개를 들며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제 삶의 은인이자 동반자인 아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탑승객들은 무안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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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남 사정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는 교훈이 담긴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이 이야기에 깔린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요즘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회 분위기를 보면,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상태를 가진 사람들로 가득하거든요.

큰 슬픔에 빠져 무기력한 아버지.
아버지가 가만히 있는 사이 혼란스럽게 구는 아이들.
이로 인한 혼란함에 손쉽게 불편해하고 분노하는 탑승객들,
그리고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고 할 말을 잃어버린 탑승객들.

큰 위기 속에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혼란스러움과 극단화, 분노와 무기력함의 정서가 사회 담론 곳곳에서 보입니다.

지금이 세계적으로 100년에 2-3번에 있을까 말까할 수준의 혼란기라 그런 걸까요?
하긴, 지금은 경제적으로는 소위 '신자유주의 정책'의 태동기이던 1980년대 이후 최악
국내외의 정치로는 1991년의 소련 붕괴 이후 최악
사회문화로는 1960년대 68혁명+민권 운동 이후 최악 [서구 기준입니다만]
보건으로는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최악의 혼란기죠.

과거의 혼란기들이 그랬듯 이 혼란기도 언젠간 끝나겠지만,
정확히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혼란기가 끝날 때까지 생길 일들이 두려워집니다.
사회가 안정화된 모습이 괜찮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요.

나이가 많지 않은 사람이라, 과거의 혼란기를 버텨낸 노하우에 대해 국내외의 어르신들에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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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역사의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혼란기입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에도 혼란한 시대였고 청소년 기에도 혼란한 시대였습니다.
    제가 막 스무살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로 혼란한 시대고요.
    혼란하다 혼란해


    ......혼란을 받아들이고 승화시켜야 합니다.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 돼요. 혼란을 피하면 진보도 함께 피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무기력함의 정서가 지배적이라고 하기에는, 민중의 힘에 대한 효용감이 어느 때 못지 않게 높았던 시기를 보낸 것이 5년도 안 된 걸요. 크게 한 탕 하면 현타 오는 거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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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포먼수정됨
    피할수없으면 받아들이고 받아들이면서 이해를 하여서 그 경험을 능력으로 승화시키기나 삶의 동력원으로 삼지 못하면 혼란이 가중되죠
    사회가 안정화 되는것을 기다리는것보다 자기자신을 안정화 시키는게 먼저 아닐까 싶네요.
    저같은 경우에는 제 또래들 보다는 저보다 2,30살 많으신 인생 선배들하고 놀거나 대화 하면서 지금이라면 상상조차 못했던 2,30년 전 시절을 들으면 대낮에 사람 납치 당해도 주변에서는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던거나 버스에서 흡연이 가능했었다거나 등등 과거 상황들 들을때마다 지금은 혼란한것도 아니구나 하며 뉘우칩니다. 뭐 이건 제 나름대로의 저만의 자신을 안정화 시키는 방식이고 자신을 안정화 시키는 방법들은 각자 알아서 스스로 찾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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