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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1/08 11:50:08수정됨
Name   멍청똑똑이
Subject   페미니즘 계급문제 노동문제로의 환원 공정과 평등
페미니즘에 대한 노동문제로의 환원은 오래된 떡밥이긴 합니다. 저는 여전히 따지자면 계급문제가 해소되고 나서 지지고 볶으면 문화, 규범에 의한 여성차별은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라고 생각합니다만..
암튼 우리가 언어적으로 무언가를 규정하고 토론할때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계량화하고 범위를 한정짓기 어려운 것을 말로 정리하면 그게 사실 정확히 서로 공유가 되지 않죠. 한 단어에도 여러 다른생각을 하게 되고.. '미소지니'같은게 대표적인 것이지만 굳이 이게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말이란게 그렇습니다. 사회과학이 과학이 되고싶어하지만 근본적으로 어려운점도 여기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데이터에 집착하는거고.
그런면에서 페미니즘에서 말하는 여성의 언어라는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건 '일반적'인 부분이겠죠. 왜 여성의 발화방식이나 언어소통방식은 '일반적'이지 않을까. 만약 우리가 정체성으로 동등하다면 이건 분명하게 문제가 됩니다. 저런 방식 역시 일반적이어야 하거든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반자본주의자적 입장에서 하는 얘기중 하나는 기업이든 사회든 '무상'으로 노동자에게 빚지는 것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를테면 사내의 문화나 규범, 소통방식, 노동시간 같은 것들이요.


위와 같은 것들이 남성을 기준으로 세워졌다는 것은 꽤 명백합니다. 근데 이런게 일상에서, 그러니까 인간관계라거나.. 문화라거나.. 이런건 요새 좀 네고가 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물론 세대마다 다르고 교육수준마다 다르고 소득수준마다 다르긴한데.. 어쨌거나 가부장적 문화라는 일종의 억압은 많이 희미해져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직장이죠.


우리가 자본주의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노동의권리란 역설적으로 공산주의사회보다 더 중요합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일로 못 벌면 바로 도태되어야 하니까.. 근데 자본주의 사회는 생산성으로 시장가치를 가늠하고, 그걸로 사람을 평가합니다. 노동력 역시 상품이기 때문이죠. 문제는 이게 상품이라서 여성은 언제나 일종의 열등재화가 된다는 겁니다. 사람들 말처럼, 남자가 체력적으로 굴리기 편하고, 문화적으로 더 '일반화'되어있고, 그런 구성원들사이에서 '더 거리낌 없기'때문이죠. 이런건 명문화된 형태로 논의하기도 해소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들 너무 질적으로 다른 생각을 갖기 때문이죠. 근데 신기하게도 노동시장에서 이러한 문화와 규범은 차별로 쉽게 귀결됩니다.


우리가 선택하지 못하는 것에는 차이를 다름으로 사회는 보정해 주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개체도 평등할 수 없어요. 우리가 만약에 그냥 차별에 동의한다면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습니다. 남녀평등이든 여남평등이든 쏀놈따라 가겠다고 생각하면, 생산성 따라 가는게 평등이라고 생각하면 차별에 동의하는것과 전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룰이 다르니까. 공정한 기회를 망가뜨린 조국 목을 치는 것에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여성의 기회에는 남성보다 생산성이 경향적으로 낮을 소지가 있으니 안된다고 하면 뻔뻔함을 넘어서는 기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은 여성인 것 자체로 '명문화되지 않은' 것들에 의해 감점을 받아요. 물론 그렇게 생각할순있습니다. 20대때 서비스 알바자리는 여성이 훨씬 선호되고, 여성들이 얻기 좋은 직업도 분명히 존재하고, 그게 백프로 저임금 불안정직종인 것도 아니긴해요. 이를테면 패션업계라든가 쇼비지니스업계라든가 뷰티업계라든가 있기야 있죠. 그치만 산업 전반에서 보면 분명한 편향성이 드러난다고 봅니다.


이런걸 보면 '생산성'이라는 기준 자체는 이미 여성에게 차별적입니다. 내가 생리하고싶어서하냐, 내가 체력이 약하고싶어서 약하냐, 내가 임신하고 출산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사회재생산의 주체여야하냐. 생각해보면, 월에 적게 잡아도 3일은 페널티를 받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건데 이건 이미 불공정해요. 근데 이런걸 '어쩔 수 없지 여자니까'라고 말하면서, 사회적 규범과 문화는 남성적인 것으로 유지하고, 그러면서 여성들의 시장에서의 '생산성'을 가지고 평등을 논하는 건 모순적인거에요. 적어도 '생산성'이라는 기준을 거부하지 않을거라면, 남자와 여자에게 차등을 둔 생산성이 오히려 공정하다는 것 까지는 가야하는거죠. 이걸 망가뜨리는게 군대에요. 2년 더 뺑이치고 그 심리적 트라우마가.. 로 이어지는 군대. 아 물론 군대말고도 남자는 성욕때문에 어리고 젊을때 엄청 피곤하다 생산성도 떨어진다고 하는 분들도 간혹 계시긴하죠. 근데 저 진짜 개변태 남성인데 솔직히 그정도는 아니다 10대때도 20대때도 진짜 거의 두뇌이콜페니스 급이었지만 그래도 그걸 여기다 갖다대는건 에바참치가 아닐까.. 원하지 않지만 맨날 꼴려서 일상생활불가 ㅠㅠ 이거 아예 이해 못하는건 아닌데 그래도 이게 여성이 타고 태어나는 의무에 가까운 것들에 댈건 아니지 싶어요. 이건 인정하자 형들 이것까지 아니라고 남자도 타고난 페널티라고하면 진짜 우리 형아님.. 오히려 남성의 페널티는 성장기 남중 남고에서 일어나는 비인간적 학원폭력같은거..? 근데 이거 여중여고에도 없어요? 있을거같은데.



암튼 분명하게 생각해볼건, 임신과 출산의 의무, 여성이 실제로 신체적 약자로서의 형태 때문에 사회적으로 남성에게 불평등하게 돌아가는 부분이 있는 만큼, 군대를 다녀와서 사회적으로 얻는 장점 역시 존재해요. 군필자로서 사회에 편입되는 것, 그 문화적 동질감, 게다가 사회 초년 진출이 늦는대신 신입 나이도 어느정도 넉넉하게 고려해주는 노동시장에서의 기준.. 여성은 보통 4년제 대졸자가 23~4살에 위치하지요? 27~8살쯤 신입으로 이력서 넣으면 많이 얻어맞는다더라고요. 어지간히 스펙을 잘 쌓아놓은거 아닌이상.. 게다가 워킹홀리데이니 어학연수니 남자라면 명백한 스펙인 것들이 여성들은 업계에 따라선 '부정적인 스펙'으로도 간주된다지요. 이런 룰은 이상한거에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경제력을 공정하게 세울 수 없는 원인 중 큰 부분이 성 정체성 때문에 있다는건 명백하게 차별의 문제인거죠.


이걸 해법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페미니스트와 제가 분리되는 지점인데요. 저는 이게 문화적으로 규범적으로 갈등을 통해 해결될거라고 별로 기대하지 않아요. 갈등은 힘있는놈이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찍어내버릴수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걸 계급문제로 어느정도 환원하고 그걸 맞다고 주장해요. 이것때문에 여성주의 하는애들이랑 드럽게 많이 싸웠고 개한남충소리 많이 들었어도 계속 싸웠어요. 노동자의 힘이 강해지고 그 안에서 여성의 권리가 여성의 경제적 주체로서의 힘과 같이 가야 결국 자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솔직히 경제활동과정에서의 명문적, 문화적, 규범적 차별만 없어져서 여성들이 남성들만큼 일하는 것에 대해 평가받을 수 있게 되면 (일률화된 생산성이 아니라) 어지간한 차별은 스스로 박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본주의 사회니까.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가 생산성 이외의 것들을 늘 다 무시하고 싶어한다는거고... 이걸 인정한 상태에서 평등에 가까이 가려면 다른 기준을 세워야 하는거죠. 그건 불평등이 아니라는거고요. 동일 기준으로 동일 평가에서 기준에 유리한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아요. 근데 그 기준에 유리한 것이 성정체성에서 발현한다면 이건 동일 기준으로 세워져선 안된다는게 현대의 선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남자나 여자나 자기의 차별당함에 대해 얘기하는거 좋다고 생각합니다. 좀 짜증은 날수있죠. 원래 남이 차별당했다고 하고 피해당했다고 듣는거 짜증나는 일이에요. 근데 우리가 관계를 맺을때 남성적으로 관계맺는건 보통 너는 내 조빱새끼, 쪽으로 많이 흐르거든요. 남성들은 남성들끼리도 친구끼리 완전 동등한 친구가 잘 안만들어져요. 약간의 우열이있고 서열이 있죠. 물론 그게 막 엄청 심한건 아닌데.. 어쨌든 평등하다는 것에 대해 좀 덜 익숙하다고 생각해요. 여자들은 어떤지 모르겠네. 여자들도 그런게 있기야 하겠죠. 여자라고 다 평등주의자일리가 없잖아. 그치만 내가 여자로 태어났는데 남성적인 소통을 못해서 불이익을 당해야한다면 그건 누구나 야마도는 일일걸요. 당장 저보고 여초회사가서 여자들이랑 소통 못할거라는 이유로 승진못하면 노조 만들어서 파업하고 소송걸거야. 그래도 안되면 사장 콧등에 박치기 해버릴거고.


미국에서 한국인 개발자로 일하는 사람중에 좀 실력있어서 주니어들이 많이 찾는 개발자가 있어요. 그 사람이 여자라 일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엄청 깠는데, 우리가 여자가 일 못한다는 말을 할때 어떤식으로 의사소통하고 어떤식으로 일을 수행하는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어요. 자기는 여자랑 일하면서 한번도 그런 편견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고. 다 잘 하고 말 잘 통하고 성실했으니까. 안그런사람은 성별을 떠나서 다 있다고. 그건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소통의 방식이 누구에게 유리한가의 문제였다고 생각해요. 이게 사회 전반에 널리 펼쳐져있으면 그게 압력이고, 이게 일터에서 사람들의 마음에 일반화되어있으면 그게 차별로 이어져요. 이걸 여자가 알아서 잘 해서 깨부숴야지 라는 말도 말이 안되는건 아니지만, 이런 기준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평등을 생각한다면 먼저 관둬주는것도 말이 되는거죠. 차별할거면 여기까지 읽을 필요도 없었고.. 그리고 우리 사회는 병영국가라그런지 부정할 수 없을만큼 남성적이에요.



이렇게 길게 떠들어서 하고싶은 얘긴 그거에요. 님이 페미니스트일수도있고 아닐수도 있어요. 사회주의자일수도있고 자본주의자일수도 있지. 근데 평등과 공정의 가치에 대해서 선언적으로 그래야 한다고 한다면 그 다음에 생각할건 공정한 기준은 무엇이냐, 평등의 결과는 무엇이냐라는 거에요. 과정이 평등하게 평가받으러면 평가의 기준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평가의 기준이 공정한 기준으로 세워져 있는지.. 이런 전제들이 좀 더 '계량화되지 않은 측면들'까지 고려되어야해요. 명문화된 차별보다 그런게 더 무서운법이고,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이 맨날 개인화된 경험으로부터 끌어올린 자기들만의 언어와 소통양식을 들고 갈등을 일으키는 거기도해요. 그 언어와 문화의 테두리를 깨서 바꾸지 않으면 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


여튼 그렇습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는데.. 말이라도 성별로 평등해야지 할거면 최소한 다른것(연애권력이든 문화권력이든 학생때의 특권이든)을 떠나서 일자리에서 성별이 어떤식으로 여전히 소비되고 규정되는지부터 돌이켜봐야한다고 봐요. 그게 여성의 탓으로 이뤄진건지, 여성이 남성보다 수배로 노력해도 남성적일수 없는 과도한 노동과 비인간적 문화와 규범들의 편견이 존재하는건지.


제 결론은 이거에요. 자본주의 그만하자.
자본주의 계속할거면, 차이를 다름으로 존중한다는 의미가 평등하다는 것임을 이해해보자.
최소한 평등을 이야기할때 영역 좀 구별짓자. 연애관계에서 불평등은 썸남썸녀랑 쇼부치시고.. 쇼부가 안되면 와꾸를 탓해보시고.. 학교에서 불평등은 쌤을 조져보시고.. 민원을 넣어보시고.. 군대에서 불평등은 빨리 징병제 폐지해달라고해요 집회안하고 뭐하는거야 진짜 등산방석 하나씩 챙기시고 삼다수 500ml 가방에 넣고 가나초콜렛이랑 ABC 한주먹 챙기시고 나오면 됩니다 햇볕강할땐 팔토시 모자 썬크림~ 임신 출산 불평등? 아 고 집회도 저쪽에서 열립니다 네 집회에서 쇼부보셔야죠 이거 키보드로는 안됩니다. 노동영역에서의 불평등? 우리 노조가 앞으로는 여성지도부 동지들과 함께 남녀가 평등한 노사관계를 위해 노력할까하는데 노조가입한번 해보시는거 어떠신지



빨갱이냐구요? 눈치가 빠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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