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6/07 02:15:06
Name   No.42
Subject   Don't force me
평어체로 작성된 글입니다. 신변잡생각입니다.

문득 드는 생각인데, 요새 뭔가 나를 향한 계몽/전도/영업 등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해 진 것 같다. 아이폰 영업을 자주 받고... 지난 번에 잠깐 글도 썼던 것 같지만, 한국 야구 영업도 엄청 당한다. 종교 영업은 이름이나마 신자랍시고 걸어놓은 이후로 잘 안당하게 되었나...싶었는데 이번엔 자기들 다니는 사업장으로 오라는 영업이 많다. 전 헌금은 따로 하는 곳이 있다고 하면 좀 덜하긴 하다. 왜들 그렇게 저 하는 것을 남들에게 떠먹이려고 안달인지 모르겠다.

이런 일도 있었다. 내 생각에 나와 별로 친하지 않은 지인 A는 늘 내가 측정한 거리보다 가까운 곳으로 페너트레이션 하는 버릇이 있다. 물론 나도 농구와 말빨로 점철된 인생 수십년, 호락호락 거리를 허락하진 않는다. A는 참으로 집요한 영업인이다. 도검 총포 마약류 및 갤럭시노트7의 기내 반입을 금지하던 시절에 어쩔 수 없이 빼앗긴 노트7 대신에 아이폰7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했던 것도 A의 책임이 크다. 얼마 안가서 중고로 팔고 S8+로 바꾸느라 귀찮았다. 헌데, 내가 아이폰을 팔아치운 것이 A에겐 굉장히 마뜩찮은 일이었는가보다. 이 쯤되면 저 사람의 집안이 삼성가와 뭐 안좋은 연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날 귀찮게 했다. 그래서 하루는 맘을 먹고 확실하게 내 생각을 전했다.

"아이폰 진짜 싫어요.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요. 저랑 굉~장히 안맞아요. 두 번 다시는 안쓸래요."

A의 불쾌한 낯빛이 아직도 기억난다. 아이폰 사건으로 삐친 A가 다시금 돌파를 시도했던 소재는 야구팀이었다. A가 응원하던 팀이 기세좋게 이겨나갈 때였는가보다. 이 참에 같이 야구장도 가고 자기가 모르는 것들도 좀 알려달라고 한다. 수줍게 웃었다. 전 한국야구에 대해서 쥐뿔도 몰라서... ^^; 그렇게 몇 차례 거절하는 중에 나의 보잘것 없는 인내심은 동이 났다.

"보기 싫어요. 더럽게 못해서 보면 눈 썩어요."

맘같잖은 모진 소리를 내뱉으면 효과는 늘 대단하다. 그 모진 소리가 되게 진심이면 그 효과는 더더욱 배가된다. 되게 진심이었다.

이거 두 방에 나는 A라는 지인을 내 인간관계에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솔직하게, 꽤 기분 좋았다. 난 아마도 A가 언젠가부터 싫었던가보다. A는 나쁜 사람인가? 그렇진 않다. 일하는 게 스마트하다고는 할 수 없고, 눈치가 좀 없는 편이지만 붙임성이 좋고 상냥하다. 굳이 천칭에 달자면 좋은 사람 쪽으로 기울만한 사람이다. 그런데 난 A가 왜 싫었을까. 곰곰히 생각하면 A의 끈질긴 영업-설득-계몽이 유일한 이유인 듯 하다. 그들이 뭐라고 생각했든, 거듭 거절하는 제안을 계속 받게 되면 그것이 강요처럼 느껴진다. 역겨워서 보기 싫은 기호2번이 자꾸 악수하자고 하면 짜증이 나는 것처럼, 싫다는 나의 의사표현을 개무시하는 처사가 음... 뭐랄까 혐오스럽다.

오늘 내게 갤럭시를 까내리며 아이폰 찬양을 했던 B를 가만히 보았다. 좋은 사람이다. 허나 저 페이스면 B도 곧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가만히 말을 걸었다. 나는 갤럭시가 더 좋고, 내게 잘 맞으며, 아이폰은 쓰고싶지 않다고... 그러니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해 주면 좋겠다고. B는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른것이라며 자기가 갤럭시를 나쁘게 말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난 B에게 평소 참 좋아하는 아구찜 식사를 사주었다. 되게 맛있었다.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695 일상/생각초보운전자들을 위한 안전운전 팁 23 기쁨평안 18/12/28 5938 31
    8694 일상/생각공부 잘하는 이들의 비밀은 뭘까? (上) 22 Iwanna 18/12/28 6985 8
    8689 일상/생각전여자친구의 현남친의 지인이 된 이야기 1 Xayide 18/12/27 5007 0
    8685 일상/생각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1 Nuwara Eliya 18/12/26 5746 0
    8681 일상/생각통영 여행에서 알아두면 좋을 꿀팁들. 7 메존일각 18/12/25 4695 17
    8676 일상/생각(4mb 짤) ebs 다큐 '자본주의' 5부작 요약글 19 벤쟈민 18/12/24 8076 4
    8667 일상/생각한국의 주류 안의 남자가 된다는 것 30 멜로 18/12/21 7298 49
    8654 일상/생각블랙티 참 맛있어요.. 15 이든 18/12/19 4156 0
    8640 일상/생각어떤 일을 이루고자 할 때 닥치는 세 가지 벽 8 유리카 18/12/15 4825 1
    8636 일상/생각건설회사 스케줄러가 하는 일 - 공정율 산정 14 CONTAXS2 18/12/13 10166 15
    8633 일상/생각바람의 나라는 생각보다 에로한 게임이었습니다 5 WildFire 18/12/12 9021 1
    8632 일상/생각오징어 깎는 노인 32 기아트윈스 18/12/12 6410 63
    8627 일상/생각평범한 20대 남성이 생각하는 다른 이유 - 임금격차에 대하여 8 Hall päev 18/12/10 6206 11
    8595 일상/생각엑셀에 미쳤어요 21 Crimson 18/12/03 5654 25
    8590 일상/생각(4mb 짤) 과학박사 상욱이 생각하는 종교를 완전히 버릴 수 없는 이유 34 벤쟈민 18/12/01 6554 4
    8583 일상/생각감기 2 오지도지 18/11/30 5093 0
    8580 일상/생각아부지와의 대화 - 주제는 재테크 5 벤쟈민 18/11/30 5231 3
    8575 일상/생각조던 피터슨과 한국의 보수우파, 박정희. 46 ar15Lover 18/11/29 8682 1
    8573 일상/생각로즈 스칼라쉽 장학금 수혜자와 이타심 봉사 4 풀잎 18/11/29 6115 9
    8571 일상/생각' 23 18/11/28 6642 1
    8567 일상/생각진짜로 슬픈 것은 5 Cascade 18/11/27 5355 14
    8565 일상/생각말을 제대로 못 하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35 파랑새의나침반 18/11/26 8075 2
    8563 일상/생각홍차넷엔 안 계실 초보 운전자들께 드리는 말씀 41 메존일각 18/11/26 6659 13
    8558 일상/생각저는 꽁지머리입니다 10 mmOmm 18/11/23 5298 7
    8557 일상/생각(혼)자가 (싫)어(요) 14 비형시인 18/11/23 5415 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