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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02/12 02:29:47 |
Name | hoja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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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히라테 유리나'에 빠졌던 일주일 |
일본어를 잘 모른다 중학교때, 그리고 복학하고나서 잠시 배우다가 포기했다 사실 포기할만한 수준의 언어는 아니지만, 당시엔 나름 "중국어"가 급하다고 생각했다 일본어를 욕망한 유일한 이유는 1990년대 후반에 접한 "아니메"의 마력 때문었다, 아 "하루키"도 있다 휴가를 나와선 대학가 아니메 방에서 실컷 만화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금방 관둔 이유는 자막생성이 워낙 빠르고 충실했던 탓이다 (그만큼 일본 마니아들은 내 또래에 많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 컨텐츠'에 대한 흥미가 유지됐지만 이 이후론 관심이 미국으로 흘러버린 듯 싶다 제이팝에 대한 흥미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80년대 소녀대도, 90년대 모닝구스메도, 아무로나미에도, 2000년대 AKB48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내 또래 세대 한국인들이 느끼는 팝(Pop) 케이팝(Kpop)에 대한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태어나자마자 FM라디오와 AFKN, 칼러TV를 통해 선진(?) 팝 문물을 접한 세대다 지난해 조지마이클과 데이빗 보위가 죽자 "우리의 세대"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건방지게도 서론이 길었다 느티나무언덕 포티식스! 라니 일본 기획자들 감각이 좀 특출나는군, 이란 취지로 노래를 처음 접한게 아니다 "일본 제이팝의 기괴한 춤" "막춤" "풍차돌리기 춤" 머 이런 제목의 제이팝을 비하하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이다 머, 소녀 아이돌 이름이 "케야키자카"야, 멤버가 혼또니 마흔 여섯명이나 된단 말이야? 거참, 알다가도 모를 일본이군 이런 비웃는듯한 자세로 접했다가 한 마디로 단박에 "취향저격"을 당해버렸다 아니, 이건 너무 멋지잖아! 특히 센터, 라고 불리는 히라테 유리나(平手 友梨奈)의 포스에 기겁하고 말았다 진실로 이 아이는 2001년생이 맞는가? (꼬박 3년 전에 데뷔했으니 14살에 무대에 처음 선 셈이다) 미친듯이 유튜브를 뒤져본다, 그녀의 눈빛에 빠진다, 춤사위에 감동한다, 그리곤 사색에 잠긴다 인류는 과연 진화한 것이 맞는가 보다 아니면, 내가 유독 짧은 머리 보시시한 카리스마 넘치는 소녀를 좋아한 탓일까? 꼬박 일주일을 이 소녀의 눈빛에 취해 보냈다, 때론 무당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다라고 순박한 소녀의 예능출연 영상엔 그냥 "삼촌" 아니 "아빠"의 심정으로 쳐다본다 40대 아저씨가 10대 소녀를 바라보고 감탄하는 것은 얼마나 부자연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러운 일이던가 그러고보니, 케야키자카의 춤에는 케이팝의 필수요소와도 같은 섹시(色)의 개념이 빠져있다 춤에도 그 흔한 골반 돌리는 자세 하나 나오지 않는다, 짧은 치마도 아니고, 색조 화장조차 진하게 하지도 않는다 교복인듯 제복인듯 어두운 색조의 묘한 복장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렇다면 나는 "제복 페티쉬를 가진 남성"이었단 말인가, 아니다, 난 제복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아이는 아야나미 레이를 닮았다, 아니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닮았다, 서늘한 눈빛, 금새 쓰러질 것 같은 갸냘픈 몸매, 단발 머리, 커다란 눈망울..., 케야키자카의 특유의 비장미는 그러보니 일본 아니메를 많이 빼닮아 있었다 일본의 소설가 유미리가 3년전 히라테(테치)를 처음 TV로 접하고 내뱉었다는 표현이 이해가 됐다
하늘하늘 하늘을 날다가 갑자기 수직으로 비수처럼 꽂쳐왔던 것이다 14살에 데뷔한 꼬마가 어느덧 17살 청소년이 되었다 그녀의 유튜브 동영상은 이 소녀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커나갈지 모르겠다, 배우를 하겠지, 현대 무용을 하려나? 그런데 한없이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존경스럽다 고대시대 건장한 아저씨들이 마치 소녀를 제사장으로 세우고 "신성시"하던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고 만다 물론 10일쯤 실컷 뜻도 잘 모를 것 같은 일본 가사 그만큼 들었으면 질릴법도 하다 금새 잊혀지고 또 다른 가수를 찾아나서겠지, 히라테 유리나, 이 묘한 이름을 꽤나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한 때 우리가 사랑했던 아야나미 레이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닮은 아이야, 혹은 하루키의 소설 속에 등장했던 웃지 않는 소녀야, 언제나 건강하렴, 우리 언젠가 어디서 꼭 만나자꾸나, 그땐 꼭 내가 사인을 받으마~ 물론 너는 이렇게 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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