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8/12 16:44:30
Name   그리부예
Subject   어머니가 후원 사기에 당하셨네요;;;
치명적인 건 아닌데, 아무튼 어머니가 엄청 씁쓸한 그런 사기를 당하셨네요.

http://m.news.naver.com/read.nhn?sid1=102&oid=018&aid=0003896320&mode=LSD

저희 어머니는 애 둘 키우는 누나 육아 돕는다고 이사도 누나 사는 곳으로 왔고(독립 못한 저도 딸려서) 평일이면 밤까지 애들 돌보다가 늦게 들어온 저랑 마주치면 둘째(2살 여아)가 "할미~"하며 애교 부린 얘기, 누나가 첫째(6살 남아) 닦달하는 것 땜에 맘 아프다는 얘기 같은 걸로 저를 붙들고 괴롭히는(...) 분입니다.

본인이 부모님 없는 세 자매의 막내로 자란 탓도 있어서 아이들한테는 사족을 못 쓰는 분이라... 할머니 마음 파고든 놈들에게 너무 쉽게 당하셨어요. 몇 달 전 집에서 쉬고 있는데 불우 아동들 돕는 단체라고 전화를 걸어서 후원을 요청했고, 평생 금전적 여유가 있었던 적이 없는 분이지만 마침 운이 따라 몇 푼 생긴 것 중 일부를 덜컥 기부하기로 했다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여행 한 번쯤은 편하게 다녀오실 수 있을 만한 돈을요.

이 얘기를 제게 하시면서 그런데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고, 정기 후원은 안 받는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빨리 입금하라고 독촉하는 것도 영 이상한데 아무튼 구청에 조회해 보니 실제로 있는 단체라 한다, 그럼 내 몫은 아이들 도우라는 의도로 돈을 내는 데까지고 그 이후부터는 단체가 혹시 일부 유용하더라도 그들 죄 아니겠냐며 후원을 결정했다는 얘길 하시더라고요. 이때 아무래도 이상하니 하지 마시라고 적극적으로 말렸어야 했는데, 그리고 어떤 단체인지 저도 잘 찾아봤어야 했는데, 저도 제 일 바쁘다는 핑계로 얼마간 흘려듣고는 뜻이 그러시면 그러시라고 별 말 안 했던 것이 이렇게 돌아오네요.

일당이 잡혔다니 구제 절차가 있는지부터 알아보긴 해야겠습니다만, 제게 가장 씁쓸한 건 어머니 얘기에 충분히 귀기울이지 않아서, 늙어가는 어머니의
늘어만 가는 수다에 장단 맞추기가 귀찮아서 이런 일을 겪게 해 드린 부분이네요. 평생 운이 따르지 않았던 분인데 노후에 작은 금전운이라도 따르시나 했건만...

마무리는 앞으로는 얘기도 더 잘, 더 진지하게 들어드려야겠다는 거긴 한데, 아마 잘은 안 되겠죠. 부모님이 늙어가는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내 일들의 바쁨이 더 커 보일 테고요. 음, 아무튼 저 포함해서 늙은 부모님과 사시는 분들, 하루에 얼마씩은 무리라도 주에 한두 시간쯤은 종잡을 수 없는 노인 수다에도 박자를 맞춰 보심이 어떨지 싶습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958 일상/생각나의 2년간의 짝사랑기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는) 19 그럼에도불구하고 20/09/15 5932 5
    6918 일상/생각60대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딸 뿐만은 아닌것 같다 7 그렇다고 했다 18/01/09 4661 3
    6719 도서/문학코끼리가 숨어 있다 6 그리부예 17/12/07 4804 7
    6070 일상/생각언니네이발관 해체 5 그리부예 17/08/07 4322 4
    6077 도서/문학<당나귀의 지혜> 독서평(1) 그리부예 17/08/09 4016 6
    6100 일상/생각어머니가 후원 사기에 당하셨네요;;; 7 그리부예 17/08/12 3705 0
    6114 도서/문학제가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 보려 합니다. 27 그리부예 17/08/16 5062 12
    6490 음악줄리언 베이커, "Turn Out the Lights" 그리부예 17/10/30 3520 3
    6516 도서/문학크로스드레싱을 소재로 삼은 만화, 13월의 유령 4 그리부예 17/11/03 6298 6
    6780 영화"체리 맛을 포기하고 싶어요?" 3 그리부예 17/12/18 4683 3
    6788 도서/문학허수경의 시 <폭발하니 토끼야?> 5 그리부예 17/12/19 4395 6
    9164 게임[리뷰] 주체와 타자의 경계 허물기: <BABA IS YOU> 5 그린우드 19/05/08 3588 6
    12639 일상/생각요즘 정치가 무섭네요. 4 그린티넷 22/03/17 4276 0
    12780 영화닥터스트레인지 이따 밤에 볼건데 6 그린티넷 22/05/04 2970 0
    12785 기타불금인데 2 그린티넷 22/05/06 2525 1
    13044 방송/연예KCM 권은비 머드더스튜던트 박현규 콜라보 신곡 그린티넷 22/08/03 2764 0
    8517 게임NC의 무리수일까? 4 그린티홍차 18/11/13 3523 0
    8554 기타인생의 젊은날은 현재 지금이다... 9 그린티홍차 18/11/22 3766 0
    6794 철학/종교천국이야기 6 그림자군 17/12/20 3729 13
    8339 도서/문학좋아하는 시 모음 2 그림자군 18/10/09 7465 11
    8940 여행휴양지 장단점 간단정리 (1) - 하이난 14 그저그런 19/03/06 5952 1
    9685 과학/기술와이파이(Wi-Fi) 란 무엇일까? 15 그저그런 19/09/20 5499 6
    13271 과학/기술이번 카카오 사태에 가려진 찐 흑막.jpg 코멘터리 18 그저그런 22/10/25 3874 23
    8794 여행그저그런의 일본항공 일등석 탑승 후기 (1) 36 그저그런 19/01/24 6403 26
    8799 여행그저그런의 일본항공 일등석 탑승기 (2) 23 그저그런 19/01/25 5061 1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