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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1/28 23:24:35
Name   녹풍
Subject   새우 소금구이 — 손쉽고 저렴한 대박 안주


이것이 새우 소금구이의 위용이다



예산: 10,000원 (+소금값)


재료: 소금, 왕새우


옵션: 라면


술집 메뉴판의 대하 소금구이를 쳐다보고 지갑을 떠올리며 눈물을 삼켰던 기억, 과감하게 대하를 주문했을 때조차 우정을 우선할지 새우를 우선할지 번민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면 과감하게 시장으로 가자.


지갑도, 우정도, 새우도 모두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십년 만에 알게 됐다는 게 한스러울 뿐이다.


이것이 시장가격


집근처 시장에서 만난 왕새우는 메뉴판의 그와는 사뭇 달랐다.


왕새우 25마리 만 원이라고 적혀 있는 사진


왕새우 25마리 만 원… 이럴수가. 이건 사야해.


이마트는 한 수 아래


사실 집에서 왕새우 소금구이를 처음 해먹은 건 마감시간이 다 된 이마트에서 할인하는 왕새우를 발견하면서였다. 만 원 조금 넘는 가격에 20마리 가까이 새우를 얻으면서 바다가 내 것인 양 했다. 그런데 웬걸, 시장은 언제나 이마트보다 위대했다.


새우를 씻는다


왕새우를 샀다면 집에 와서 씻는다. 어떻게 씻느냐? 그냥 한마리씩 흐르는 수돗물에 대고 헹궈 주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천년만년 살겠다고 이렇게 저렇게 씻겠는가.


더 빡빡 깔끔히 씻어먹고 싶다면 다른 글을 검색해 보시라. 이 글에서 줄 수 있는 최강의 팁 — 시장의 은혜는 하해와 같다는 것은 이미 알려 줬으니…


후라이팬에 소금을 깔고 새우를 놓는다


우선 소금을 깐다. 소금을 깔기 전에 쿠킹 호일이든 쿠킹 페이퍼든 있으면 소금 밑에 우선 그거부터 깔도록 한다. 없으면 안 깔아도 좋다. 나중에 후라이팬 씻기 귀찮아질 뿐.


소금은 얼마나 깔아야 할까? 그까이꺼 대충대충 깔자. 너무 적게 깔진 말자.



소금을 깐 모습



새우를 가지런히 놓은 사진. 우리 쟈기의 작품이다.
우리 쟈기의 작품이다



그리고 새우를 위 사진처럼 가지런히… 놓지 않아도 된다. 위 사진은 우리 쟈기님 작품이다… 나같은 인간이라면 그냥 놓아라. 삼겹살처럼 몇마리씩 놓고 실시간으로 구워 먹어도 된다.


불은 중불로 하자. 뭐 그정도면 되겠지.


뒤집자


중요사항이다. 새우 아랫면이 노릇노릇해졌다 싶으면 뒤집는다. 뒤집지 않으면 양면이 익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한다!




먹는다


충분히 익었다는 확신이 들면? 먹는다. 맛있게 먹는다. 젓가락으로 먹는 사람은 없겠지? 손으로 까먹는다. 다 먹은 뒤 내가 새우를 이만큼 구워먹었다 하는 만족감을 느끼려면 새우 껍데기를 비닐봉지에 버리지 말고 큰 그릇에 버리자. 그리고 잔해를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하자. 이렇게.





팁: 라면도 끓여먹자


새우 25마리로 배가 안 찰 공산이 큰 분이라면, 새우 4마리는 굽지 말고 놔두자.



새우를 다 먹은 뒤 라면을 끓일 때 새우를 넣자. 새우로 채워진 포만감 뒤에 새우국물 라면으로 마무리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만 원으로 대하 소금구이를 먹고 배까지 불렀다고 뇌를 속이자.





정리



  • 시장에 간다.

  • 왕새우를 산다.

  • 씻는다.

  • 소금을 깐다.

  • 새우를 배치한다.

  • 중불로 익힌다.

  • 뒤집는다.

  • 익으면 꺼낸다.

  • 반드시 손으로 까먹는다.

  • 쩝쩝대며 먹는다.

  • 자신은 승자라는 사실을 만끽한다.

  • 다 먹은 잔해는 반드시 친구들에게 공유한다.

  • 꽁쳐논 새우 네 마리로 라면을 끓인다.

  • 라면을 먹는다.

  • 새우도 까먹는다.

  • 배가 부르다.

  • 난 새우 먹고 배가 부른 사람이야! 하는 만족감을 느낀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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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쉽게 배우는 요리법.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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