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1/08 04:26:02
Name   은머리
Subject   눈 마주치기
미국사람들은 대화할 때 상대방의 눈을 오랫동안 쳐다 봐요. 제가 (미국사람들만큼은) 잘 못하는 부분이에요. 눈을 쳐다보긴 하지만 그게 좀 오래간다 싶으면 눈을 계속 마주치고 있는 상황이 자각이 되면서 그 때부터 안절부절 못하게 되더라고요. '눈을 너무 오래 마주치는 것 같애;;' 이런 의식 때문에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요. 전 제가 또렷하게 할 말이 있는 부분에 한해서는 눈을 마주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인식을 못하는데 아마 내용이 고작 스몰토크거나 자잘한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형식적인 이야기이거나 상대방이 너무 부담스럽게 매력적이라거나 하면 대화자체에 집중이 어려워지고 대화와 그 대화를 이끌어 가는 나 사이에 유체이탈을 하게 되는 듯요. 해맑게 눈을 오랫동안 마주치고 대화하는 미국인들 보면 너무너무 신기했어요. 아직도 참 신기해요.

회사 CEO이자 유부남인 마크 주커버그가 최근 고용된 듯한 회사 중역이면서 역시 유부녀인 이와 이야기하는 영상. 눈 얼마나 마주치고 있나 이런 거 유심히 봐요. 진짜 신기 -.-;;


저렇게 발랄하고 자연스러운 마크도 프라이버시 침해에 관한 맹공격을 받은 진지한 토론에선 땀을 뻘뻘 흘리며 모지리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근데 전 속마음은 이렇지만 실제로 사람을 만나면 눈을 빤히 쳐다보는 편이에요. 귀기울여 이야기를 경청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요.

옛날 옛날 박영선 의원이 기자이던 시절 박근혜와의 인터뷰


박근혜는 사람 눈을 안 쳐다봐요. 이거는 사람 자체가 음흉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극도로 소심하고 예민한 분들도 눈을 잘 안 마주치는 경우가 있겠군요. 옛날에 거짓말을 밥먹듯 하고 사람 이간질에 능수능란한 아주 못된 아짐을 본 적이 있는데 눈을 잘 안 마주쳤어요. 이 사람은 극도로 소심한 아짐이 아니었으므로. 전 남편이랑 눈 빤히 마주치고 이야기해요. 울남편 눈 넘 편함. 정모에서 다들 편하게 이야기하신 것 같아 구경하는 저도 좋았어요~.



5
  • 쉽지 않은 이야기라 :)


서양권에선 아이컨택도 관계의 연결고리? 같이 보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외국에서 자랐으니까 그냥 패시브 스킬(?)인데 한국들어가면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있는 것 같아요 ㅠㅠ 그리고 여기선 모르는 사람이라도 복도 걷다가 눈 마주친다거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치게되면 형식상 미소 + Hi! 정도는 하는데 한국은 그런 사소한 social 매너?가 다르달까.. 해서 어쩔땐 난감?해요 ㅋㅋㅋㅋㅋ 근데 한국에선 거의 그냥 멀뚱하게 있으면 해결되는 듯 합니다 ㅠㅠㅠ
ㄹ혜는 눈 마주쳐도 기분 나쁠 것 같아요(...??!)
은머리
그러고 보니 생각났는데 미국에선 어중간하게 알고 지내는 사람들 특히나 회사 복도에서 낯익은 사람이랑 지나칠 때 살짝 '하이'하거나 다정하게 웃는 게 거의 디폴트잖아요. 안 그러면 오히려 뾰족한 사람되기 쉬워요. 그런데 한국에선 우어어어어.... 어색함;;; 저쪽에서 걸어오는 거 눈치챘을 때부터 밀려오는 스트레씈ㅋㅋㅋ. 그리고 우리나라는 환하게 웃고 다정하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뭥미'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유교문화의 잔재 때문에요. 끼를 부리니 뭐니 -.- 한국토종 유부남 CEO와 유부녀 중역이 저렇게 다정하게 이야기하면 좀 위화감 느낄 거예요. 상냥한 건 좋은 건데.

애정표시를 지나치게 경계하다보니 남을 깎아내리는 농담도 발달하게 된 것 같아요.
아... 맞아요! 그냥 소셜매너로 하는 살가움?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서비스업종에서도.. 커피샵 같은데서도 외국은 뭔가 "안녕? 난 커피잘알이야 모르는 거 있으면 도와줄게! :)" 이런 느낌인데 한국은 고객-직원 사이에 왠지 갑을관계가 형성이 되죠 ㅠㅠ... 그냥 일상생활 속 친절함 같은게 많이 없는 느낌이네요 은머리님 댓글을 보고 생각하니..!
은머리
오 훌륭한 통찰이에요. 고객-직원 사이의 갑을관계. 영리추구만이 목적인 기업이 자사직원의 인격을 말살시킴으로서 쥐어짤 수 있는 이윤을 직원의 정신적 안녕보다 우위에 두는 못된 문화가, 쓸데없는 위계질서 따지는 유교문화와 버무려져서 서비스업종 사이에 '커피 나오셨습니다'와 같은 희한한 화법이 파생되어 나온 걸 거예요. 온라인에서 읽은 어떤 미국인 글내용인데 우리는 보통 가치판단할 때 도덕적이냐 아니냐 옳으냐 그르냐라는 기준을 적용하려고 하잖아요. 이걸 right / wrong 보다는 awesome하냐 awesome하지 않냐로 가치판단을 해보는 것도 재밌겠단 말을 하더라고요. 그건 옳지 않아, 틀렸어, 이게 맞아라는 기준으로 접근하기보다 Oh, that's awesome할 만하면 옳은 거 ㅎ.
원추리
그거 유교문화 아니고 군대문화예요
은머리
유교문화를 장자를 공경하는 문화라고 하면 군대문화가 더 적절하겠네요.
+
아...'커피 나오셨습니다'란 표현이 군대식이란 말씀인가봐요. 군대에서 그러나요..
저도 ** 나오셨습니다. 사물에 존칭쓰는 말을 듣는 것이 제일 듣기가 거북해요.
한국말에선 연애를 시작한 사람들을 가리켜서 '눈 맞았다'고 하잖아요. 눈 마주침은 이 동네에선 참으로 큰 의미를 가졌나 봄...
자매품으로 '건방지게, 눈 깔아!'도 있고
상대방이 눈을 깜박거리는 걸 그린라이트로 해석하는 풍속도 있고.
박영선 의원 저때는 무지 젊고 예뻤네요. 키도 크고.
은머리
ㅋㅋㅋ 우린 눈을 빤히 쳐다보기보다 턱 어디쯤을 보라고 하잖아요. 눈을 마주친다는 게 lock되는 거긴 하더라고요. 새삼 사람의 눈을 쳐다보는 건 세상의 창문을 보는 것 같은 센치센치한 생각이 킁.
파란아게하
전 이런 면에서
어뭬리깐 슽따일인 듯요
은머리
파란아게하님은 언제나 어썸하시니깐 옳아요!
파란아게하
동감입니당☆
헤칼트
저는 친척이 로마에 있어서 이탈리아 여행을 자주 가요. 신기하게 한국에서는 안되는데 가있는 동안에는 그 나라 사람들처럼 눈 마주치면 빵긋 웃게 되더라구요. 나중에는 습관화돼서 한국에서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눈을 좀 보는 경우가 있게 됐어요. 물론... 남자 눈은 잘 안 봐요. 그거슨 싸우자는 이야기라....
은머리
동물들은 사람눈을 잘 안 쳐다본다고 하거든요. 저희집 강아지도 제가 뚫어지게 쳐다보면 눈을 잘 피하는데 얘가 껌달라고 할 땐 너무너무너무 정열적으로 제 눈을 똑바로 맞춰요. 그럴 때 기분이 뭔가 묘하고 좋더라고요. 얘네들의 innocent한 눈이 개보다 훨씬 타락한 인간인 제 눈을 깊숙히 들여다보니까 약간 감동이었어요.
베누진A
어떤 외부 초빙 강사가 강의 주에 저에게 개인적으로 말을 걸어오길래 저는 그 강사 눈을 대화에 집중하려고 뚫어져라 쳐다봤죠. 그랬더니 노려보는 것 같다고 그 강사가 피하더군요;;
은머리
전 옛날옛날에 스시집 서빙을 하루 도와준 적이 있는데 스시아저씨가 뭐라뭐라 말씀하셔서 쳐다봤더니 '사람을 그렇게 쳐다보시냐....'고 하셔서 꿈떡 놀란 적이 있어요 ㅎㅎ.
저는 눈 마주치는게 어색해서...오래 못해요
특히 이쁜 사람은 더...
은머리
저도 실생활에서 잘생기고 매력이 춸춸 넘치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피하게 되더라고요. 성격테스트에서는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만 격차가 너무 심하면 같이 경쟁할 여시들 때문에 지레 겁먹고 솔잎만 먹고사는 송충이인양 설명해놨더라고요. 아씨.. 별꼴이야..
(아 근데 제가 경쟁을 극도로 싫어하긴 해요. 아마 그말이었을 것)
The Last of Us
저 어메뤼칸 스타일이에요
왜 이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냐는 말 많이 들어요
그런데, 바꿀 생각은 안들더라구요 눈 보고 얘기하는게 좋잖아 라고 받아줍니다
그리고, 이성에게 저렇게 쳐다보며 얘기하면 '내가 좋아서 저러나?'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눈에서 애정이 뿜뿜하나? ㅋㅋㅋㅋ
은머리
스윗 애로우 피슝피슝하는가봐요.
이 분 조심해야지.
O Happy Dagger
한국은 문화권자체가 눈을 쳐다보는 문화권이 아닌지라. 일단 쳐다보면 건방지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져지잖아요.

여기와서 이야기할때 눈을 쳐다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정작 직장은 워낙에 다양한 인종에 배경인지라, 아무도 신경안쓰는거 같더라고요.
은머리
다들 신경 안 쓰는 것 같은데 저 혼자 막 괴로워해요 ㅎㅎ.
mathematicgirl
저는 생각하면서 아니면 과거의 일을 기억하면서 말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눈을 깔게되더라구요. 일부러 눈을 맞추면서 이야기해봤는데 생각하면서 이야기하는게어렵더군요 다른 asian들도 많이 그래서 asian의 생물학적 특성인가 생각했죠
은머리
mathematicgirl님은 너드 특유의 몰입할 때 보이는 습관이 있으신가 봐요. 그런 거 대따 좋음.
mathematicgirl
너드가 그런면도 있는데 경험적으로 70%이상의 asian은 그랬던것 같아요
눈을 보고 말해야 진심인지 아닌지 감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도 하니깐요.
그래서 이런 노래가 나온 걸지도..
https://youtu.be/Oew92XVrKDc
VOS - 눈을 보고 말해요
은머리
눈맞춤의 파워하면 그거 생각나요. 팬들이 스타를 대면하게 됐을 때 눈마주치게 하면 완전 미치는거요 크킄.
잔잔한 노래네요.
절름발이이리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사기꾼이 오히려 아이콘택을 더 많이 한다는 아티클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연구결과 같은 느낌의 기사였는데..
은머리
인간에게 가장 신뢰를 줬다가 뺐는 사람이니까 말되는 것 같아요.
저는 사람 눈을 보는걸 참 좋아하는데, 한국에서는 무례하게 여겨져서 나름 자제를 합니다. (인중을 의도적으로 바라보기) 그러다 해외에 나가면 마음껏 아이컨택을 개방(?)하는데, 러시아 출장 때 현지 담당자가 2M정도의 거구였는데 몸을 숙여서 제 눈을 맞춰 이야기할 때 심쿵~ 했었죠ㅎㅎ
은머리
어머 몸을 숙여서 눈을.. 문득 키 큰 남자연예인들이 코디 앞에서 쩍벌하고 서서 키맞춰주는 사진이 생각나요. 몸을 숙여야지 눈맞춘다고 쩍벌하면 산통 다 깰거예요 킄.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691 일상/생각그런 사람, 32 새벽3시 17/01/25 4761 15
4660 일상/생각'조금만 더!' 를 마지막으로 외쳤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4 삼성갤육 17/01/20 4862 9
4657 일상/생각ㅗ. 26 진준 17/01/19 4803 0
4651 일상/생각무제... 12 The Last of Us 17/01/18 3911 0
4650 일상/생각서해대교에서. 1 regentag 17/01/18 3643 0
4646 일상/생각가마솥계란찜 6 tannenbaum 17/01/17 4578 13
4643 일상/생각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11 고양이카페 17/01/17 4582 5
4627 일상/생각바람 부는 위병소 (완) 10 우웩 17/01/15 4870 10
4623 일상/생각라라랜드와 내 연애 8 하얀 17/01/15 4353 3
4620 일상/생각현재 4년차 솔로가 왜 여태 연애가 노잼이었는지 자각하는 글 45 elanor 17/01/14 7137 0
4614 일상/생각타임라인과 속마음 나누기 35 Toby 17/01/13 5784 33
4611 일상/생각9켤레의 업적으로 남은 사내 7 SNUeng 17/01/13 4811 5
4584 일상/생각작년말에 받은 경품들 목록 2 집에가고파요 17/01/09 4336 0
4583 일상/생각[회고록] 나 킴치 조아해요우 19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7/01/09 5175 18
4576 일상/생각픽션 - 어떤 대회이야기 7 JUFAFA 17/01/09 4482 0
4571 일상/생각간단한 정모후기입니다 27 줄리엣 17/01/08 5698 6
4570 일상/생각정모 후기는 아니고 그냥 기억입니다. 26 깊은잠 17/01/08 5424 6
4569 일상/생각정모 후기.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 6 Credit 17/01/08 5268 5
4568 일상/생각정모후기 입니다 16 와이 17/01/08 4554 3
4567 일상/생각눈 마주치기 31 은머리 17/01/08 5467 5
4566 일상/생각정모후기 27 The Last of Us 17/01/08 5544 4
4565 일상/생각사람을 만나는 이유 12 레이드 17/01/08 5320 6
4560 일상/생각병원은 왜? 간만에 친구를 만난 단상 1. 10 홍차의오후 17/01/07 5347 7
4554 일상/생각신년 맞이 보이스피싱 맞은 이야기 (2) 8 DoubleYellowDot 17/01/06 4149 2
4552 일상/생각. 7 DoubleYellowDot 17/01/06 4221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