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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6/27 05:26:23
Name   No.42
Subject   사랑에 대한 증오어린 시선
[평어체로 작성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한다. 분명 하나님의 노선은 그러하다.(..고 일단 기독교에선 말한다.)
많은 이들의 선입견이나 경험 속에 박혀있는 전형적인 모습에서는 크게 벗어나 있으나, 나 역시 기독교도이다. 난 교회 뒤에
숨어서 파이프 담배를 피워대거나, 목사가 정치적인 설교 하면 예배 중에 뛰쳐나오거나, 동성애에 관대하거나 뭐 그런 식의
형제님이다.

이런 저런 교회들을 떠돌다가 정착한 지금의 교회는 이른바 개혁교회라는 축에 속한다고 들었다. 목사님의 설교나 교회의 노선이
지난 세월 전전했던 곳들과는 사뭇 다르게 개념찬 곳이라 뿌리를 내렸다. 뭐, 물론 돈내면 천국갑니다 류의 개소리를 지껄이지
않는 것 정도이지, 기독교도의 머릿속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배타성과 비합리성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교리를 정성들여 가르치고, 그에 입각한 생활을 강조하는 등, 기독교도로서의 기본 소양에 충실하고 원칙을 세우고 있는 점은
퍽 마음에 든다.

가끔 교회 행사에 대해서 안내 문자메시지가 오곤 한다. 어제 날아온 메시지엔 금주 주일 오후예배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동성애조장 중단 촉구 6.28 한국교회 교단연합 국민대회'라는 곳에 참석하는 것으로 오후예배를 갈음한다고 한다. 아마 같은
시간에 벌어질 퀴어퍼레이드인가 그 행사에 가서 깽판을 치겠다, 뭐 그런 작정인 듯 하다. 어제 미 대법원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이 나왔다는데, 퍼레이드가 한 층 신나게 진행될 것이다. 목사님이나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들이 뭐라시든간에 나는
동성애와 결혼에 대해 별 거부감이 없다. 동성애에 대해서 남들이 무는 거품은 내게 이런 느낌이다.

'빈유사랑만이 신의 섭리이니, 거유를 사랑하는 이들은 죄를 짓는 것이다.'
'키 180이하인 이를 사랑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우리는 마음에 드는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해놓고 산다. 너도나도 들먹이고 물어보는 이상형이라는 것이다. 동성애자의
이상형에는 동성이라는 조건이 들어가있다. 그것 뿐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것을 가지고 불을 뿜어댄다. 대체 왜?

로마서 어디엔가에 동성애를 뭐 어떻게 한다는 내용 비스무리무리한 것이 적혀있단다. 사실, 하나님이 직접 쏘신 메시지도 아니고
예수님께서 남기신 말씀도 아니고 신약 구석탱이의 서신서는 뭐 솔까말 권위가 있긴 있나...싶은 마음이 없지 않기도 하다. 그거
공회에서 줄 잘서서 편집부에 채택된 거잖아?는 시선도 있고... 뭐 그런 것을 차치하고, 내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사랑이 대빵이다'는 메시지와 '동성애 OUT'이라는 메시지를 비교해 보았을 때, 어느 쪽이 성경 상에서 더욱 명확한 의미를 지니는
지는 ATM같은 새끼도 알 수 있을 정도다. 당장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이고, 우리들 인간이며,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많은 것을 거저 주시고, 우리도 이처럼 서로 사랑하기를 바라시는 분이 하나님이신데, 누군가를 있는 힘껏 사랑하는 이들을 대체
왜 죄인으로 낙인 찍고 증오어린 시선을 보내야 하는 지 나는 모르겠다.

힘들고 어려운 환경, 주변의 불편한 시선, 법과 제도의 압박... 이런 것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자신의 사랑을 지켜나가는 이들이니
평범하게 밀당하고 알콩달콩 연애질에 심취한 이들보다 훨씬 힘들 것이다.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니
실로 기특한 하나님의 자녀들이 아닌가? 그런 이들을 향해 돌을 던져서 서로간의 사랑을 찢어놓으려 하고, 돌을 던지는 이들에게
날 선 복수심을 만들어주려고 하는 것, 이게 과연 하나님의 이름 아래에서 행해야 할 일일까? 딱 듣기에는 사탄의 소행에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성경을 두 자로 요약하면 '사랑' 이 아닐까. 그렇게 서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증오를 보내는 것이 하나님 섬긴다는 이들의 올바른
자세인지 실로 큰 회의가 느껴진다. 이번 주 예배는 째고 커피나 씹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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