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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2/08 15:36:49
Name   눈부심
Subject   행복, PTSD, 북한


탈북자들의 인터뷰내용 중에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어요. 인터뷰어가 탈북자에게 물었어요. 10분 54초입니다.

[인터뷰어] : 북한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나름대로 삶에 만족하고 산다고 생각하세요? 얼마나 행복한가요?
[탈북자]: 제 생각에는 아무리 힘들고 못 먹고 해도 사람들이 다 웃어요. 항상 웃으면서 살아요.
[인터뷰어]: 많이 웃는다고요?
[탈북자] : 네. 진짜 많이 웃어요. 왜냐면 이렇게 잘 살고 풍족한 나라일수록 스트레스가 더 많아지고, 왜냐면 생각할 게 많으니까. 북한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못살아도 서로 만나가지구 대화를 하면서 진짜 행복해요. 정말 행복해요.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하게 지내거든요.

이 대화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으시죠.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다더란 말과 일맥상통하기도 해요. 방글라데시 같은 후진국의 행복지수는 왜곡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알려져 있고 그 후 쏟아져 나온 행복에 관한 연구결과에서는 선진국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훨씬 높다고 나와요. 그런데 나미비아의 시골거주자들, 도시거주자들, 영국의 거주민들 이렇게 세 그룹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나미비아 시골사람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도시사람들보다 유의미하게 높았고 나미비아의 시골/도시 두 거주자들의 만족도는 영국사람들보다 유의미하게 높았어요.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191886916310492 이 연구는 2016년 10월 21일에 보고된 거네요.

북한 같이 제도적으로 인간의 피를 말리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은 행복할 줄을 알아요. 탈북자의 음성을 직접 들어보시면 그녀가 묘사하는 북한 사람들의 행복이란 게 마치 환각 속의 희열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문명은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없는 것일 뿐 아니라 진정한 행복은 문명과 어우러지기가 힘든 성질의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왜 이런 논리가 가능하냐면, 탈북자들의 북한탈출기를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생사를 넘나드는 그들의 탈출기, 굶주림, 짐승같은 인간의 면면을 목격하는 것 등 분명 온갖 고행과 불행을 집약해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의 고통 뿐이에요. 그러나 탈출에 성공하고 난 후의 그들은 웃으면서 과거를 이야기합니다. 미국에서는 아프간, 이라크 등의 격전지에 참전했다가 심적 외상 후의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우울증 환자들이 많아요. 굳이 전쟁의 현장에 가 보지 않은 많은 현대문명인들도 각종 우울증을 달고 살죠. 북한에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전 사람들 그 자체였다고 생각해요. 잃을 것이 없는 그들은 가진 거라곤 그들 자신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그들끼리는 때로 많이 행복했대요. 서로 외로울 일은 없었죠. 문명 속의 인간은 자주 외로워요.

덴마크가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하지만 글쎄요. 결국,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물질이 얼만큼 보장되어야 기본적으로 행복하다고 장담했다가 다시금 답이 궁색해져버린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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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름발이이리
    눈부심
    하나도 안 웃긴 거 극혐 버럭.
    우리나라도 못 살았을 때가 더 행복했고 지금은 각박하다 삭막하다 이런 말 많으니까요 뭐
    눈부심
    저 처자가 말하는 '서로 만나가지구 대화를 하면서 정말 행복해요' 이런 행복을 저도 느껴보고 싶어요. 사람을 만남으로써 경험하는 극강의 순수한 행복이요. 우리 시누랑 시누친구랑 남편이랑 같이 캠핑 가면 재밌긴 했어요. 아.. 캠핑 또 가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사랑받고 있다' 는 느낌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른 것으로 그 허전함을 대체하려고 집착하다 비뚤어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눈부심
    매우 공감가는 말씀이네요. 그것처럼 행복한 것도 없죠.
    Beer Inside
    이해관계가 없으면 대화도 편안하고 즐겁죠.

    덴마크는 10년도 더 전에 가 보았는데, 먹고 살 방법만 있으면 행복하겠더군요.

    넓은 땅은 아니지만 인구가 적어서 낙농도 경쟁력이 있고, 저녁이 되면 식당 말고는 일하는 곳도 없고.....

    자신들의 소득과 비교하면 저렴한 1억 이하에서 요트도 구입할 수 있고....

    당시 덴마크 사람과 대화했는데, 한국 삼성중공업에서 일하는데 두달 휴가내고 집에 와서 요트타고 놀고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한국에서 1주일 휴가 겨우내는데... :-)
    눈부심
    그래서 저녁이 있는 삶이 중요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만족시키기란 참 힘든 것이..
    저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무얼 해도 예전처럼 행복하지가 않아요..
    까페레인
    이해관계가 없으면 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인 것 같아요. 인간관계에서 파워 struggling 이 개입된 순간에 평등하지 않고 불균형이 생기는 것 같거든요. 회사에서도 내 일만 하고 가면 되는 독립적인 관계가 유지된다면 좋은데 그런 환경을 만들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기쁨평안
    '사피엔스'에서도 나오는데, 농업혁명이 일어나기 전 호모 사피엔스들은 훨씬 더 건강하고, 더 행복했을 거라고 하네요.

    더 균형잡힌 식사를 했고, 삶의 대부분을 느긋하게 예술작품을 만드는데 쓰고, 80세가 넘는 유골도 많이 나왔다고 해요.

    농업혁명이 일어나고 난 뒤, 인간은 더 많은 시간을 농작물을 재배하는데 쓰고,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각종 질환을 겪고,

    평균 신장도 줄고, 평균 수명도 줄고...대신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하죠.
    눈부심
    정말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특히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 이거 저도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늑대 한 마리가 숲속에서 차지하는 서식지의 영토는 엄청나게 넓어요. 반경 수킬로미터(?)나 돼요. 그래서 사슴이 급격하게 줄어서 초식지보존이 잘 될 정도로요. 자기만의 공간이 확보되어야 스트레스도 덜할 거예요. 사람만하거나 사람보다 작은 늑대가 요구하는 혼자만의 활동반경이 그마만큼이나 되는데 인간은 성냥갑 같은 데서 층간소음 버티며 살잖아요. 인간이니 참고 산다 싶은 생각도 들어요.
    불타는밀밭
    그래서 전 인구축소론자입니다. 지금 출산율이 낮다고 아우성인데, 더 줄여야 한다고 봐요. 물론 외국인들은 못들어오게 해야 하고,

    가용자원(토지)는 같은데 인구는 한세대만에 25%가 넘게 폭증했으니, 반동이 있는건 사실 당연한거죠. 그런 성장률이 정상이 아니었던 거에요.
    Azurespace
    뭐 저는 행복에 관련된 연구들은 아무리 노력해봐야 조사 문항에 바이어스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질문을 조금만 바꾸면 그렇게 행복하던 사람들이 불행하게 나오겠죠.
    눈부심
    저 개인적으로는 문명과 담을 쌓고 자연 속에 파묻혀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까페레인
    북한내에 살고 계시는 분들은 삶에 대한 기대치가 제한된 소스로 보고 듣고 해서 아마 낮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니 여전히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그 안에서 또 행복할 수 있구요. 대신에 산업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스마트폰때문에 더 더욱 사람들이 비교가 가능하고 스트레스 레벨이 높아진것 같기도 하구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예전에는 국내의 드라마나 제한된 뉴스가 활자화된 서적들 빼고는 다였다고 한다면 이제는 인터넷으로 끊임없이 정보가 유입되기때문에 우리의 삶의 질과 해외 개발국의 삶의 질을 비교하게 되잖아요. 한편으로 미국에서는 ... 더 보기
    북한내에 살고 계시는 분들은 삶에 대한 기대치가 제한된 소스로 보고 듣고 해서 아마 낮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니 여전히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그 안에서 또 행복할 수 있구요. 대신에 산업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스마트폰때문에 더 더욱 사람들이 비교가 가능하고 스트레스 레벨이 높아진것 같기도 하구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예전에는 국내의 드라마나 제한된 뉴스가 활자화된 서적들 빼고는 다였다고 한다면 이제는 인터넷으로 끊임없이 정보가 유입되기때문에 우리의 삶의 질과 해외 개발국의 삶의 질을 비교하게 되잖아요. 한편으로 미국에서는 또 이런 산업화에 대한 후회로 개발도상국이나 아프리카 오지의 순수함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봉사하러 훌쩍 떠나기도 하구요.

    서로서로 잃어버린 혹은 메꾸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갈망이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개인의 스스로의 Limit 바운드리를 잘 아는 것 가치관 정립 등등이
    행복을 개인의 삶에 끌어들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눈부심
    북한 사람들이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면 물론 나도 북한에서 살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지만 도대체 우리는 왜 저들만큼 행복하지 못한가라는 깊은 의문이 생기죠. 말씀하신 것이 이유인 것 같아요. 다른 건 상관없는데 학벌이나 재산수준이 다르다고 하여 업신여기는 사회에서 사는 어느 누가 불행하지 않겠어요..
    덴마크에서 프로작 처방율이 그리 높다던데. 여튼 이런 국가간 비정량적인 비교는 참으로 어려운거 같아요.
    눈부심
    네.. 좀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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