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12/08 10:06:10
Name   아나키
File #1   http_%2F%2Fwww.etorrent.co.kr%2Fdata%2Fmw.cheditor%2F160317%2Fe9300954c09ed25e0648f086046f40f2_QLuhoYo1Ofp3Pa534Sl9EDbOl1dgFtsJ.jpg (65.1 KB), Download : 12
Subject   오늘은 문득 뒤늦은 자기반성을 해봅니다.



10년 전 쯤 인터넷에 유행하던 패러디물이 있었죠.

바로 이 조삼모사...

지금도 기억하시는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조삼모사 원작이 만들어진 시점과 조삼모사 패러디가 유행한 시점 사이에는 어느정도의 간격이 있습니다.

그 말은 그냥 재밌는 작품이었던 조삼모사의 패러디물로서의 가치를 재발견한 시점, 그리고 사람이 있다는 얘기죠.

뜬금없는 자부심과 부끄러움과 기타 등등의 심정을 모두 합하여 고백하자면 이 패러디를 최초로 시작한게 아마도 접니다.

어떻게 감히 '내가 최초일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하면 근거는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제가 당시에 하루 10시간 이상을 디씨에 접속해있던 (이제와서는 식상해진 명칭이지만)폐인이었기 때문이죠.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당시 국내의 인터넷 문화(라기보다는 개그물?패러디물?)들은 태반이 디씨에서 창조되어 퍼져나갔는데

당시 디씨의 최신트렌드를 모두 섭렵하고 있었지만 제가 만들기 이전에는 디씨에서 조삼모사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 그걸 왜 만들었냐고 하면.... 시험기간에 너무 공부가 하기 싫어서 컴퓨터를 켜고 멍하니 있다가

전에 봤던 재밌는 2컷 만화를 패러디해서 올려보자 하고 그림판으로 쓱싹 하고 올렸어요.

내용이 아마 시험기간 스케쥴 조절과 관련되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대체로 명작들은 시험기간에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아시는 분만 아시는 빛돌전설도 시험기간에 너무 공부가 하기 싫어서 이치로전설을 패러디해서 만들었는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하광석씨는 혹시나 이 글을 보시면 주기적으로 카톡게임스팸 보내는것 좀 그만하시고 늦게나마 밥이라도 한 끼 사주시면 좋겠습니다...
요즘 불경기라 자영업자는 배가 고파요...주르륵...)

여튼간에 조삼모사랑 같은 작가의 작품 몇가지 더 해서 싸이에 올려놨는데 평소 방문자수가 10명 내외에 불과하던 미니홈피가

그날따라 100 정도까지 올라가더군요.

유독 조삼모사에는 친구들 뿐만 아니라 잘 모르는 사람들의 'ㅋㅋㅋㅋㅋㅋ' 하는 리플도 많이 달리고 그랬습니다.

다음날 친구들 미니홈피를 가보니까 각자 자기상황을 또 패러디해서 올려놓고 그랬더군요.

아무래도 2컷이고 대사도 간단하고 하니 패러디의 범용성이 상당히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전국구(중국까지 퍼졌따는거 보니 아시아권이라고 해야될까요?)로 퍼져나갔겠죠.

조삼모사 패러디가 밑도끝도 없이 퍼져나가는걸 보고 제 머리속에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아... 이거 원작자 표시 해놨어야 되는데....'

만약 제가 최초의 패러디물에 원작자 이름과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놓았다면 어땠을까요?

이 패러디물로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제 머리로는 감이 안잡힙니다만,

뭔가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요? 이 고민은 이후 10년간 제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조삼모사 패러디를 볼 때마다 '내가 조삼모사 유행에 한 몫 했었지'라는 뿌듯한(?) 생각보다는

작가분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어마어마한 죄책감만을 느끼게 된거죠.

그런데 얼마 전에 작가분이 잘나가는 게임회사의 창업멤버로서 지금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계시다는 소식을 알게되었습니다.

아....10년 묵은 체증이 한 번에 쑥 내려가는 기분이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용기를 내서 한 번 적어보는겁니다.

여러분 그거 (아마도) 제가 유행시켰어요!






5
  •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349 일상/생각나는 무엇을 바라고 술을 멀리했던가(가벼운 염 to the 장) 9 진준 16/12/10 3650 0
4348 일상/생각오늘 외국인 친구와 나눈 대화 8 진준 16/12/10 4444 0
4347 일상/생각면접으로 학부신입생 뽑은 이야기 45 기아트윈스 16/12/10 4706 17
4345 일상/생각여기 혼술 한 잔이 간절히 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19 진준 16/12/09 3933 1
4336 일상/생각벤님을 존경하는 마음 8 Ben사랑 16/12/09 4900 1
4329 일상/생각작금의 문과는 어떻게 취업하는가 - 1 (부제: 엥?! 문과?! 그거 완전 사기꾼들 아니냐?) 13 1숭2 16/12/08 5013 4
4328 일상/생각행복, PTSD, 북한 18 눈부심 16/12/08 3674 2
4325 일상/생각오늘은 문득 뒤늦은 자기반성을 해봅니다. 16 아나키 16/12/08 4471 5
4321 일상/생각게임회사 다닌지 7년째, 처음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6 arch 16/12/07 4584 7
4318 일상/생각수상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46 givemecake 16/12/07 4114 2
4315 일상/생각새해가 다가오지 말입니다, 그리고(…) 16 진준 16/12/07 3607 0
4314 일상/생각억압을 허하라.. 히잡과 니캅과 부르카 37 눈부심 16/12/07 5093 0
4309 일상/생각작금의 문과는 어떻게 취업하는가 - introduction 29 1숭2 16/12/06 6251 2
4305 일상/생각이것은 실화다. 8 성의준 16/12/06 4971 11
4289 일상/생각난 아주 예민한 사람이다. 8 진준 16/12/04 3693 1
4288 일상/생각술. 9 Bergy10 16/12/03 3740 4
4283 일상/생각멀리 보는 현실주의자 9 Ben사랑 16/12/02 3956 0
4282 일상/생각어떤 미국악당 25 눈부심 16/12/02 4269 0
4279 일상/생각다소 이해가 안가는 요리 14 궁디스테이크 16/12/02 3650 0
4261 일상/생각Zero Gravity 18 Beer Inside 16/11/30 4455 3
4258 일상/생각자취방 거머리들 퇴치썰 10 tannenbaum 16/11/30 6733 8
4255 일상/생각"절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8 진준 16/11/29 6369 2
4245 일상/생각누군가가 일깨워 주는 삶의 가치 13 까페레인 16/11/28 3748 1
4244 일상/생각자격있는 시민, 민주주의의 정치. 10 nickyo 16/11/28 4122 6
4242 일상/생각(혐짤주의) 스테로이드보다 더 13 진준 16/11/27 4254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