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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8/26 14:28:24
Name   눈부심
Subject   우리나라 군인을 치료했던 미국인 돌팔이
페르디난드 왈도 드마라(1921 - 1972)는 희대의 미국인 사기꾼이에요.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지녔고 아이큐가 굉장히 높죠. 학위도 없이 대학 강사도 하고 심리학자도 하고 선생도 하고 교도소감시원도 하고 심지어는 의사로 분장, 실제 수술도 했어요.

드마라는 실제 의사인 Doctor Cyr에게 접근해서 친분을 쌓습니다. 이 의사의 진료실에 눈도장을 자주 찍던 드마라는 어느날 홀연히 사라져요. Dr. Cyr는 자신의 진료자격증까지 분실된 것에 대해서는 이사하다가 잃어버렸나부다 했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51년, 캐나다해군에서 절박하게 구하던 군의관자리를 자처한 사나이가 있었으니 이름은 Dr. Cyr였으나 실제는 그를 사칭한 드마라였지요.

드마라는 해군이 자신을 고용하지 않으면 당장 육군이나 RCAF(?)에서 받아준다고 하니 그리로 옮길 생각이라고 하죠. NATO연합군으로서 한국전에 참전 중이던 캐나다 해군은 고급의료진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 의사사나이를 놓치기가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단 하루만에 검증절차 몽땅 생략하고 드마라를 전함 하나를 통괄하는 군의관으로 임명, 바로 전쟁터로 파견을 보내죠. 드마라는 대학도 안 나온, 의학서적 몇 권 읽고 병원에서 잡일근무한 경력이 고작인 사람 ㅋ.

이 가짜 의사를 대면했던 군인들은 드마라가 호탕하고 자신감에 넘치던 사나이였다고 기억한다네요. 군인을 징병함에 있어 자신이 채택한 심리테스트를 거치도록 검증체계를 주도적으로 바꾸기도 했죠.

처음에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병사들이 없었던 이유로 페니실린을 자애로이 남용하사 의료사고가 없었어요. 그리고 다른 의료진을 영리하게 활용하기도 했죠. 보조였던 듯한(Sick Berth Attendant, P.O.?) 군의관 Bob Hotchin이 의료잡무의 대부분을 맡아 처리했는데 군의관 Dr. Cyr가 허용해준 관대한 재량권에 매우 고마워했다고 하는군요 ㅎ.

그러다가 드마라에게 절대절명의 순간이 오는데 바로 칫과치료를 강요받았을 때였어요. 군함사령관의 발치를 피할 길이 없었죠. 시간이 촉박해진 이 가짜의사는 순식간에 지난 시간 어깨너머로 봐 왔던 치과치료를 치열하게 기억해내려 애쓰며 매뉴얼을 열공했지요. 용기를 모아모아 마취제를 잔뜩 준비하고 사령관의 방으로 향한 우리 돌팔이 의사! 마취제를 넉넉하게 사용해 주시며 사령관의 앓던 이를 뽑았는데 수술 후 허둥지둥 다른 작전지로 옮겨야 했던 사령관에게서 이가 잘못됐단 소리는 못들었다나요.

군함이 한국전의 현장으로 진입해 들어가고 나서 치열한 전투 끝에 이 돌팔이 의사가 어쩌다 심각하게 부상당한 한국군 세 명을 떠맡게 되었어요. 그 중 허파에 총알이 박힌 한국군을 드마라가 수술했다고 하는군요. 어떤 기록에는 드마라가 한 한국군인의 발을 절단하기도 했대요. 수술 후 군함에서 육지의 병원으로 이송되었을 법한 이 한국군인 아저씨들은 드마라의 손길을 거친 뒤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는 묘연한..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이상 다들 드마라의 수술 덕분에 생존했으리라 믿었을 거예요.

드마라의 성공적인 배갑판수술 영웅담은 소문을 타고 흘러흘러 캐나다 신문에까지 보도가 됩니다. 이 신문을 보던 진짜 Dr. Cyr의 어머니께서 ‘울 아들은 미국에 있는데 이상하다’란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죠. 이로 인해 결국 드마라가 완벽한 가짜라는 사실이 들통하게 되는데 이 사실에 경악한 것도 경악한 거지만 너무도 수치스러웠던 캐나다해군은 드마라를 처벌할 엄두도 못내고 이 희대의 멍청한 뉴스가 세상에 알려질까봐 쉬쉬하며 그를 조용히 내쫓았지요.....우리 군인아저씨들은 어찌 되셨는지..

http://www.kvacanada.com/stories_lpimposter.htm
https://www.youtube.com/watch?v=tibZ5eDjKlY
Understanding the 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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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때는 치의학이 분리되지 않은 시절인가요...?
    눈부심
    아마 칫과의사가 따로 없어서 when he was forced to act as a dentist '의사니까 함 해봐라' 이런 거였나 봐요.
    Beer Inside
    그냥 선박에 치과의사가 없었다고 보아야지요.

    30년 전 까지만 해도 이빨 뽑는 것은 집에서 했고, 흔들거리는 이는 지금도 켈리로 뽑으니까요.
    님니리님님
    요즘도 유튜브에 보면 바이스로 직접 충치뽑으시는 형님들 있으시던데요. 상남자들...
    님니리님님
    대국은 사기꾼도 스케일이 남다르네요.
    Beer Inside
    뭐 catch me if you can의 시대가 70년대였으니 그 이전은 더 하다고 보아야지요.
    눈부심
    사기꾼의 특성에 대한 유툽동영상 보다가 이 돌팔이의사 이야기를 주워들었는데 이 사람 말고 1800년대 후반 뉴욕 맨하탄 길거리에서 이름 날렸던 사기꾼 중에는 행인들에게 다가가서 '당신은 당신시계를 내일까지 내게 맡겨둘 대담함을 가지셨습니까?'라며 '뭐지...이건..'스런 질문을 하고 다니면서 시계를 정말 많이 갈취했다는군요. 사람들이 갸우뚱스럽지만 홀린 듯 시계를 건네줬는데 이렇게 사기꾼은 남의 것을 빼앗가는 사람이 아니라 사기꾼이 원하는 바를 호구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제손으로 갖다바치게 하는 사람이래요 ㅎ.
    April_fool
    심리학자 뺨칠 정도로 사람 심리에 통달했다거나 그런 걸까요.
    눈부심
    사람들은 호의를 베풀고 싶어하고 no라고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게 보통이라 이런 인간의 선의를 교묘하게 이용한대요. 아주 조그만 부탁을 사람들이 잘 들어주거든요. 그런 부탁을 시작으로 선의의 보통사람들이 도움을 베풀고 보람을 느끼거나 선의를 느끼도록 한 뒤 얼토당토 않은 부탁을 해요. 그러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거절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 때 사기꾼은 신경쓰지 말라고 내 부탁이 많이 지나쳤다며 넘겨요. 그 다음 작전이 바로 거절당한 부탁보다는 약하지만 처음의 가비얍던 부탁보다는 들어주기 힘든 부탁을 해요. 그럼 또 선의의 보통사람들은 거절했던 기억이 미안해서 그 부탁은 들어줘요 ㅎ. 이걸 처음부터 계산하고 있는 이가 사기꾼.
    오~ 어디서 무슨무슨 협상전략이라고 들어봤어요
    Cluefake
    그게 도어인더페이스 테크닉이라고 하더군요. 누가 문똑똑 두드리고 오천만원짜리 보석사달라고 한 후에 안돼? 그럼 이 오천원짜리 영양제라도..하면 사주는거같은.. 라이어게임 만화보다가 알았죠.
    곧내려갈게요
    이야기가 낯이 익어서 찾아보니 서프라이즈에서 봤던 이야기군요.
    http://m.mk.co.kr/news/headline/2012/32476
    님니리님님
    핫 서프라이즈...전원일기급 예능이죠.
    곧내려갈게요
    서프라이즈 재밌어요... 생각없이 보기에 참 좋아요 ㅋㅋ
    눈부심
    오호 티비에도 나왔군요. 이런 거 쏙쏙 골라서 보여주면 참 재밌어요.
    님니리님님
    제 손으로 갖다 바치게 한다고 하니 뻐꾸기의 탁란이 생각나네요. 사기꾼 기질은 가히 동물적 특성...
    우리나라 사기꾼들도 국제적이진 않지만 사기금액으로 따지면, 국가레베루죠. 조희팔이라던가, 주수도라던가...
    눈부심
    희대의 다단계 폰지사기에 빛나는 버나드 매도프의 경우에도 사람들이 몇 년 동안 제발 나도 좀 투자하게 해달라고 빌었대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2/16/2008121600653.html
    http://www.rcaf-arc.forces.gc.ca/en/index.page
    왕립공군 캐나다판입니다.
    영길리가 참 신기한게, RAF, RN 하고 줄여서 부르면 왕립 공군, 왕립 해군인데 그걸 영국 군대라고 거부감 없이 받아 들이도록 이미지를 선점하고 있어요.
    눈부심
    아하. '왕립 해군'이라고 해석하는군요. Royal을 해석을 하긴 해야겠는데 당장 생각이 안 났건만. 영길리란 말 처음 봐요. 영국이랑 머머랑 몽땅 일컫는 말인가보군요.
    예전에 한자 많이 쓰던 시절에 잉글랜드를 음차해서 부르던 이름이에요.
    영길리, 불란서, 보로서, 오지리 등등.
    이걸 짧게 줄이다 영국이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법국이나 덕국은 어감이 어색해서 프랑스나 독일을 더 많이 쓰는데, 영국은 발음도 찰지죠.
    구밀복검
    독일도 음차명 치고는 어감 괜찮죠. 그러고 보면 잉글랜드라고 하는 사람은 꽤 있어도(아무래도 축구의 영향 + 영연방의 특성) 도이칠란트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예 없다시피 한 듯..
    사실 어감과 친숙함은 이태리 아닐까 합니다.
    이태리 타월로 때 밀어보신 분들마다 한표씩만 수금해도 압도적 1등일거에요.
    사슴도치
    안녕하신가 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왈도!
    눈부심
    수술하자. 염증과 함께 팔. 숭덩숭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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